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섬섬 Mar 29. 2021

살고 싶지 않지만 정말 살고 싶어

스스로에게 놀란 나날들이었다. 누구보다 길고 오래 살고 싶은 사람이었는데 스스로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다니!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을 때 나도 모르게 괜찮은 상담센터, 정신건강의학과를 찾고 있었다.


정말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유 없는 고통을 끊어내고 밖에 나가서 돌아다니고 싶고, 친구들도 만나고 싶고 오두방정을 떨었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다행히도 동네 근처에 꽤 유명하기도 하고 좋은 선생님이 계신 곳이 있어서 오랜 기다림 끝에 가게 되었다. 하지만 가기 직전에도 내가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닌지. 별 거 아닌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괜히 예민하게 구는 거 아닌지. 이러다 곧 또 괜찮아질 거 같기도 하고. 갈까 말까 고민을 했지만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진료실 문을 열고 오랜 시간 이야기를 했다. 그동안의 증상들을 말씀드리고 여기 병원, 저기 병원을 가봤고 지금 선생님 앞에 있는 것도 사실 긴가민가 하다고 말했다.

선생님은 지금이라도 와줘서 고맙다고 하셨다. 너무 힘든 시기에 용기 내서 온 게 대단하다고. 안도감이 내려앉았다.

돌고 돌아서 여기를 왔구나.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바로 몸에 이상신호가 오는 사람이지만 정신이 그 신호를 거부하고 오직 정신으로만 버티고 있었다고. 신경계의 문제로 어지럼증이나 구토를 계속 해온 거 같다고 하셨다.


적절하고 과하지 않게 약을 처방받고 2주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 방문했다. 아직까진 증상들이 있었지만 눈에 띄게 많이 좋아졌다. 친구들 붙잡고 여기가 아파, 저기가 아파 이야기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그게 계속되면 나도 힘들고 주변 사람들도 힘들고. 전문가에게 마음 편히 털어놓으니 가벼워졌다. 부담스럽지도 않았고 이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다른 이들의 어려움이나 괴로움을 함부로 재단해서도 안되고  수도 없다. 내가  마음  알아.  기분  알아. 이런 마음은 더더욱 안된다. 배운  있다면 묵묵히 함께 있어주는 . 외롭고 우울할  그저 옆에서 기다려준 이들의 마음이 나를 살게 했다. 함께 있어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 돌아보면  작고도 대단한 마음이 지금도 나를 살게  준다. 추웠던 겨울처음 병원을 가던 ,  발걸음을 떠올려본다. 주저하고 있고 두려웠지만 그래도 살고 싶으니까 터벅터벅 걸었던 .  발을  껴안아 주고 싶어.

매거진의 이전글 참아보자라는 잘못된 주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