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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ero Dec 26. 2023

다시 왔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계절을 건너뛰어 다시 왔다.

지난여름 델리를 떠나며 만난 '망국의 수도승'이 지난 반년 동안 시시때때 떠오르곤 했다.

주마간산 격으로 스친 북인도에 시즌2를 통해 스며들겠단 다짐은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런 기대는 자만에 가깝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인도란 나라의 깊이와 변화무쌍함이 당최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런 생각이야 시간 속에서 해결될 잡념 정도로 치부하더라도 자꾸만 뇌리를 맴도는 것은 바로 그 스님이었다. 왜 그....이렇게 말씀하신 분 말이다.


"남겨두는 것은 좋은 것이다."


맥그로드간지에 가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내 말에 "나중에 가면 되지 뭐..."하던 수도승에게 다시 꼭 가겠다고 한 말은 내 마음 속의 약속을 입으로 뱉아버린 것이었다. 한국에 있는 동안 다람살라와 맥그로드간지를 수시로 서핑했지만 무덤덤한 먼 그대 같을 뿐이었다. 글과 사진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것은 현장에 대한 욕망이었을 것이다. 경험상 난 알고 있다. 욕망은 채울 수 없는 것이란 것을. 내 맘속 깊이 똬리 틀고 있는 집착의 정도가 욕망에 비례하는 것이라면, 이 같은 감정은 필연적으로 나의 분별력을 잃게 할 것이란 것을. 그래서 난 주체할 수 없는 욕망을 달래고 또 달랬다. 그리고 졌다.


다시, 인도에 온 것이다.


대문 사진 출처

wikimedia : McLeod Ganj Dharamkot Dharmsala Himachal Pradesh India April 201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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