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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자국 더 가까이 가면 보이는 것들

by Spero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찰리 채플린)


이 같은 경구는 수감자에게 철창을 열어주는 것처럼 속이 후련해진다.

사람을 웃긴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인데, 희극왕이란 닉네임을 얻은 사람이니까 가능했을 것이려니 생각한다.

캉그라 공항에서 다람살라까지는 택시로 40~50분 정도, 끊임없이 오르막을 달린다. 해발 천 미터를 지나 2천 미터 가깝게 다다르자 다람살라에 도착했다. 한라산 정상보다 더 높은 곳이다. 다람살라 아랫마을은 여전히 인도 분위기, 윗마을 맥그로드 간지로 접근하면서 풍경이 바뀐다. 히말라야의 작은 티베트, 익숙한 얼굴들이 골목골목을 지나칠 때마다 등장한다. 연신 셔터를 누르다가 잠시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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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ugee,

누군가에게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찾아온 이곳은 또 다른 누군가에겐 하루빨리 따나고 싶은 곳이기도 할 것이다. 난민의 거처로 숙식하러 온 여행자는 어떻게 시공을 채우는 것이 예를 갖추는 것일까? 맥그로드 간지의 시그니처 포인트 남걀사원은 입구부터 숙연해진다. 캉그라 공항에서 바라본 롱샷은 눈부셨지만 현장에 접근해 보는 클로즈업은 기념사진 찍기가...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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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망명정부가 이곳에 들어선 해가 1959년, 그로부터 65년의 세월이 흘렀다. 달라이 라마는 1989년 노벨평화상 수상 연설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우리는 오랫동안 투쟁해 왔습니다. 폭력은 더 많은 폭력과 고통을 낳을 뿐이기에 우리는 우리의 투쟁이 비폭력적이어야 하며 증오를 낳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고통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고통을 끝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종교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템플턴상을 받았을 때는 상금 150만 달러를 인도 어린이들을 위해 써달라며 세이브 더 칠드런에 기부하기도 했다.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 더 어렵고 더 힘든 사람들을 돕는다.


멀찌감치서 보이는 희극 무대가 가까워질수록 비극으로 바뀌나 싶더니 한 발자국 더 들어가니 희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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