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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ero Nov 28. 2023

대기시간 병원 복도에 앉아

나쁜 뉴스가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것은 내가 그 뉴스의 피해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병원에 오면 그 사실을 확인한다. 수많은 아픔으로부터 내가 벗어나 있다는 현장확인인 셈이다. 물론 이 또한 착시일 것이다. 운명의 여신이 잣고, 감고, 끊는 실타래를 인간이 예측할  순 없을 테니까.

어머님은 암 확진 이전부터 신경과 진료를 보러 다니셨다. 오래뇌경색이 있으셨기 때문이다. 오늘이 반년에 한 번씩 가는 예약날이다. 의사 선생님의 설명이 귀에 쏙 들어왔다.


그동안 잘 관리해 오신 겁니다. 인지 능력도 연세에 비해 이 정도면 좋으세요. 앞으로는 신경계통보다 장기 쪽  문제가 더 클 겁니다. 담도암도 그 연장에서 확인된 것이고요. 밤시간대 빈뇨  문제는 뇌기능과 연관돼 있으신 겁니다. 몸과 마음은 함께 작동하거든요.


몸과 마음!


짜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

결정장애에 직면할 때마다 내 기준은 마음이 가는 대로다.

이럴 때 한 가지 의문이 고개를 든다. 일상의 고개고개마다 내가 걸었던 방향이 과연 내 마음이 향했던 곳이었을까, 그냥 발길 닿는 데로 내 몸이 움직였던 건 아니었을까? 빈도수로 볼 때, 난 후자다. 우연 속 필연이나, 필연 속 우연이나 도찐개찐이다. 머피의 법칙이든, 샐리의 법칙이든 어차피 통할 건 다 통하게 돼있다. 막히면 돌아가면 된다. 나설 것이냐 말 것이냐가 문제일 뿐이다.

그런데... 언제인가부터 망설이는 순간이 잦아졌다. 생각이 많다는 건 사려 깊다는 뜻이 아니다. 소심해진 것이다.  어느 순간 MBTI의 맨 앞 자리가 E에서 I로 바뀌었으니 말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들이 생각대로 풀린 적이 얼마나 됐는가. 하지만 또 생각하게 된다. 삶이 어디 짜장면과 짬뽕으로 딱 양자택일 되는가. 더군다나 그것이 삶과 죽음의 문제라면 어디 쉽게  두 동강 내듯 쾌도난마 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바디 앤 소울,

내 몸은, 정신을 지탱하기에 충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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