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같은 자식 나아서 키워봐라'
누구나 살면서 부모의 속을 썩일때 한번쯤 들어 볼 법한 말이었다. 내가 속을 썩이면 엄마는 안들리지만 들리게끔 너 같은 자식 나아서 너도 똑같이 키워보라고 했다 나는 그냥 그게 엄마의 심술일 줄 알았지 주문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엄마는 육아로 힘들때 마다 그렇게 몇번의 주문을 외웠을까
서른살 젊은 엄마가 나를 낳은 나이에 나도 아이를 낳았다. 발가락10개 손가락10개 음경과 음낭이 확실하고 울음소리도 아주 큰 남자아이였다 몇번째 하든 누가 하든 신비롭지만 고단한 신생아시기를 보내고 나는 엄마의 주문이 제대로 통했다는 걸 느꼈다.
아가씨일적에 나는 엄마 품에 안겨 뒤에 서 있는 나를 쳐다보는 아이를 보며 웃어주기는 커녕 '메-롱' 할만큼 아이를 좋아하지도 않았고 뭘 보고 귀하다 하는지도 잘 알지 못했다 그런 내가 애를 낳았다
친인척중에 먼저 아이를 낳은 사람도 없없고 주변 친한친구중엔 아이를 낳은 친구도 없었다 내가 첫번째였다
가까이서 아기를 안아본 경험도 없이 그렇게 나는 나의 작은 아이를 품에 안았다
육아서적 하나 찾아 보지도 않고 모든것이 처음인 나에게 아기는 신기했지만 '원래 아기는 이런거야?' '아 못하겠는데' 하는 순간로 가득찼다 매일 네이버 카페에 들어가 검색을 하고 비슷한 글감에 같은 월령의 고민을 가진 부모의 댓글을 보며 위안삼았다 매 순간 이것이 정상발달인것인가에 대한, 제대로 크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 어려웠다
축복받은 모유왕이었지만 조리원에서는 황달 수치가 높아서 물지도 않는 젖병으로 똑똑 떨어뜨려가며 분유를 분유대로 먹이고, 자꾸 차올라 통증을 유발했던 모유는 따로 유축했지만 젖병을 제대로 물지못해 황달 수치가 높은채 불안함을 가지고 젖꼭지를 물려야했다
아이가 4개월쯔음이 되자 내 몸이, 엄마의 패턴을 갖추고 있었다 아이가 울면 가슴이 지릿해지며 모유가 차올랐고 아이가 배가고파 우는지 기저귀가 불편해서 우는지 대충 짐작 할 수 있었다
아이를 낳기전에 남자 아이는 폭 안기는 맛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쳇, 그런게 어딨어' 라고 무시 했었는데 내가 낳은 아이가 그랬다. (여자아기가 아니라서 그런게 아니고, 그냥 그런 애를 낳은거였다)
목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고 훽훽하고 제껴지면서도 아이는 뻐팅기고 서려고 했다 칭얼거리면 가슴에 폭 묻어 안아주고 싶었지만 용을쓰며 발 끝으로 내 아랫배와 사타구니를 딛고 밀어냈다.
'아기치곤 강력한 주장이구나'
그래서 아이가 졸려하면 유모차에 태워 밖을걸었다 하루에 세번이고 네번이고 잠이들고 깨고 하는 아이를 재우기 위해선 걷고 또 걸어야 했다 시간을 잘 맞추면 아이는 조금 칭얼거리다 잠이 들면 커피숍에 들어가 한쪽 발로 유모차를 밀어가며 잠시 숨을 돌릴 수 도 있었지만, 때를 잘 맞추지 못하면 한참을 걷고 걸어도 아이는 잠들지 않고 계속 칭얼거렸다 그러다 힘들어 잠깐 쉬어갈라치면 더 큰 소리로 울고 보채며 걸으라 재촉했다
'그래, 가자...'
나는 그때 알았다 엄마의 주문이 통했다는 걸
수리수리 마수리 고집불통에 예민함까지 더블로 가라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