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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작까 Nov 10. 2021

지금만 유독 힘든 것은 아니다

세상은 원래 그렇다

아파트 값이 많이 올랐다. 이제는 정말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가격이 오른 건 아닐까 무섭다. 이 무서움은 이 가격이 언제고 빠질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가짐의 시작이다 내가 집을 처음으로 부동산이라고 인식했던 날을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중학교 시절 엄마가 퇴근하고 툭하고 내려놓은 가방에서 반쯤 흘러나온 책으로 접했던 것 같다 일상 속 엄마의 퇴근이 쌓이면서 나는 늘 현관 앞 엄마의 가방 속 책을 확인했다


엄마와 둘이 살던 내가 엄마가 늦거나 내가 학교에서 빨리 돌아오는 날이면 엄마의 책장 앞에 앉아 수많았던 부동산 재테크 책을  재미 삼아 하나씩 꺼내보며 아마도 '돈'의 성질을 깨우쳤던 것 같다 엄마가 진짜 그 책을 가지고 다니면서 완독을 했는지는 알 수가 없고, 왕복 4시간을 오고 가는 광역버스 속에서 맨몸으로도 서있기 힘든 퇴근길을 두툼한 책을 가방에 넣고서 다니면서 엄마가 꿈꾼 엄마의 미래가 달성이 되었는지는 다시 한번 물어봐야겠으나 어쨌든 그때도 지금도 엄마는 내 집 마련을 꿈꾼다 '더 창이 크고 마당은 더 넓은 집으로 그 앞으로 강도 흐르면 어떨까?' 하며 만날 때마다 새로운 옵션이 달리지만 엄마는 그때도 지금도 내 집 마련이 가장 큰 꿈이다


내가 본 엄마의 가방 속 흘러나온 책의 제목을 쌓으면 책 한 권쯤은 되지 않았을까 덕분에 나는 '돈'이 삶을 지탱하는데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고마운 것인지 잘 알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한민국에서 내 집 한 채는 무조건 필수라는 것

이왕이면 서울로 이왕이면 아파트로 이왕이면 역세권으로 사면 좋겠지만 안되면 내가 마련할 수 있는 돈으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으면 된다 서울이 비싸면 수도권으로 지역을 넓히면 되고 아파트가 비싸면 빌라를 역세권이 어렵다면 버스정류장이 잘 되어있는 곳으로 선택해서 사면된다 그러다 집값이 떨어지면 어떡하냐고? 그래서 사람들은 부동산 공부를 한다 싸게 싸기 위해서 그렇게 내가 선택한 게 바로 경매였다. 사람들은 내 집 마련은 마치 인생의 종착지처럼 생각하고 성실하게 근무하고 오늘도 힘든 몸을 이끌고 내 집 마련을 위해서 돈을 모으고 살아간다. 그렇게 성실하게 돈을 모아 원하는 집을 살 수 있으면 다행인데 어느 순간 내가 목표로 했던 집의 가격은 너무 올라 쳐다보기도 버거운 가격으로 나를 외면하고 있다. 그래서 사야 한다. 지금의 돈으로 살 수 있는 작은 것이라도 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물론, 아파트 값이 오르는 것보다 훨씬 작은 폭으로 오르겠지만 그렇게 투자금을 늘려갈 수도 있다. 뭐라도 사야 오른다고 좋아할 수도 있다. 그렇게 나는 반지층 구옥 빌라에서 1.5층 구옥 빌라로 30년 된 낡은 아파트로 옮겨갈 수 있었다 내가 처음으로 경매를 낙찰받았던 2102년 그 시절은 간단하게 유튜브만 찾아봐도 좀 아는 사람들은 절대로 집을 사지 않는 해였다 침체기의 끝판왕 정도 되는 때라고 언급하는 해 이기도 하다


그런데 나는 2012년을 좀 다르게 기억한다 대학교 졸업 후 서울에서 살고 싶은데 비빌 언덕은 없고, 다시 고시원을 들어가 살기 싫어서 불광동 구산동 홍은동 주변의 빌라를 임장하고 입찰과 패찰을 반복하던 때였는데 매번 가는 서부지방법원은 갈 때마다 사람들이 미어터졌다. 물론,  그때보다 경험치도 공부량도 많아진 지금은 안다 부동산 시장과 경매시장은 반대라는 점 (근데 사실 요즘은 또 그렇지도 않은 것 같기도 하고..) 그렇기에 경매시장에 입찰자들은 그렇게 많았던 것임을 이제는 안다 사람들은 지금 이야기한다 곧 폭락장이 올 것이다. 계속 상승할 것이다. 경제논리도 보았을 때 인플레로 인해 아파트의 가격은 우상향이다. 나는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 다르지 않나? 하고 생각한다 정수리 가격에서 산 사람은 가격이 어깨에만 와도 숨이 턱 멎을 것이다 하지만 같은 것을 허리에서 산 사람은 가격이 가슴까지 내려온다 한들 쓴웃음 한 번으로 끝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경매를 공부해야 한다


부동산은 원래 비싸고 지금만 유독 힘든 시절이 아니다 폭락을 우려할 때 조용히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 계속 해오던 투자에 시장의 상황으로 인해서 어려움을 겪을 수야 있겠지만 정책의 말에만 기대어 선택을 해선 안된다. 절대로 '지금이야!'라고 말해주지 않는다. 신호를 받을 수 있는 눈과 귀로 만들어 두고도 결정이 어려운 시장이다 정확하게 보고 판단할 수 있는 눈을 만들기 어렵다면, 부자로 살고 있는 사람의 행동을 따라 하면 간단하다 찌꺼기 같은 다 쓰러져 가는 집이라도 내 것이 있어야 한다 운 좋게 신축 아파트에 청약에 당첨을 받고서 모을 수 있는 돈을 다 모아 잔금을 치르고 나니 더 이상은 투자할 돈이 없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이 정도면 됐지 하는 마음으로 공부를 등한시했던 요 몇 달간의 나를 반성하면서 몇 자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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