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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스럽터 Aug 28. 2022

영어(2) 인풋과 인내의 시간


바다에 대한 갈망과 첫걸음


넓고 끝없는 바다를 보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머릿속과 마음속은 온통 바다뿐이었다. 다른 나라에는 뭐가 있을까?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사람들은 어떤 음식을 먹으면서 살아갈까? 몸은 한국에 있었지만 영혼은 지구  반대편 어딘가에 있었다.


어떻게든 다시 나가야겠다고 다짐했고, 그때부터 다시 해외로 나갈  있는 방법을  본격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당시 나는 이제  성인이 되었던 터라, 그동안 모아둔 돈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무턱대고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지원을 받아 해외로 나갈  있는 방법을 찾아봤더니 감사하게도 학교에서 해외를 보내주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존재했고, 여기저기 지원하기 시작했다. 일부 프로그램은 영어 점수를 기본 지원 요건으로 요구하기도 했고, 사실 그것보다도 넓고 끝없는 바다를 온전히 경험하려면 영어가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에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학교 등하교 길에는 항상 이어폰으로 영어 듣기를 했고, 모르는 영단어는 조그마한 수첩에 적어서 항상 가방에 들고 다니면서 틈만 나면  수첩을 꺼내 외웠다.





느끼지 못하는 것일 뿐 매일 성장하고 있어


그렇게 나름 열심히 영어 공부를 했지만 나의 영어실력은 좀처럼 늘지가 않았다. '아니.. 이렇게까지 하는데 왜 이렇게 하나도 안 들리고, 어떻게 말 한마디도 제대로 못할까..' 너무 답답했다. 영어 실력이 조금씩 향상되는 것이 느껴지거나 눈에 보이면 좀 더 지속하기가 쉬웠을 텐데, 뚜렷한 진전도 안 보이고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원하는 영어 수준이 높아지니 그에 비해 내 영어 실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를 동기 부여하는 게 쉽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매일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는데, 그 성장이 느리고 뎌더서 스스로가 잘 느끼지 못했던 것일 뿐이었는데 당시에는 그대로인 것만 같은 내 영어실력이 답답하기만 했다.



영어 슬럼프가 찾아왔을 때는 내가 도대체 왜 이러고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하고, '이렇게 공부해서 과연 영어를 잘할 수는 있기는 한 걸까...' 스스로를 의심하기도 했다. '영어 잘해봤자 뭐 하겠어. 해외 나가서 살 것도 아닌데'라며 자기 합리화를 하는 날도 있었다. 그렇게 의구심을 가지고 합리화를 하다가도 다음날이 되면 '이렇게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들리는 날이 오겠지'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그렇게 한고비를 넘기고 열심히 하다 보면 또 다른 고비가 찾아왔다. 그런 순간들이 몇 번이고 찾아왔지만 그때마다 필리핀에서 즐거웠던 시간을 회상하고 넓고 끝없는 바다를 상상하며 마음을 다잡고 다시 꾸준히 인풋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렇게 몇 번의 고비를 넘기고 나니 나조차도 몰랐던 사이에 훌쩍 성장한 나를 만날 수 있었다.





내재적 동기의 중요성


영어 공부를 하다 보면 계속하고는 있는데 전혀 나아지는 것 같지 않아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여러 번 찾아온다. 나 또한 여러 차례 경험했고, 아마도 성인이 된 이후에 영어를 공부를 시작한 사람 중에 이러한 순간을 겪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은 영어를 배우는 데 있어서는 위기가 찾아왔을 때 지속할 수 있는 동력과 그리고 당장 내 눈앞에 결과가 보이지 않아도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호기심이 위기가 찾아왔을 때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이 되어주었고, 어제까지는 안 들리던 것들이 오늘 갑자기 들릴 때마다 느꼈던 쾌감이 중도 포기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힘이 되어 주었다. 그래서 영어를 중도 포기하지 않으려면 토익 점수, 스펙 쌓기, 취직과 같은 외재적인 동기 말고 내재적 동기를 꼭 가지고 시작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래야지 위기가 찾아왔을 때 포기하지 않고 지속할 수 있을 테니까.





덤으로 얻은 꾸준함 근력


그리고 바로 내 눈앞에 결과가 보이지 않아도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힘. 위기가 찾아와도 포기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힘. 영어를 배우면서 단련한 이 근력은 영어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정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내서 꾸준히 하고 있는 명상, 독서, 감사 일기, 운동도 그때 키웠던 이 근력 덕분에 좀 더 쉽게 습관으로 만들 수 있었다. 종목은 달라도 이 꾸준함 근력을 한번 키우고 나면 뭘 하던지 좀 더 쉬워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꾸준함의 근력이 얼마나 강하고 대단한지 느낀다. 영어를 공부하면 얻는 것들이 영어 말고도 정말 많다.





더 높은 곳에서 바라보기


그렇게 꾸준히 영어 공부를 하면서 여러 프로그램에 지원한 덕분에 다음 해에는 미국에 있는 미주리 대학으로 계절학기 교환학생을 다녀올 수 있었고, 그다음 해에는 해외 도전과 체험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홍콩으로 해외 시장 조사 프로젝트를 다녀올 수 있었다. 미국에서도 홍콩에서도 대부분 한국인들과 대부분 생활을 하다 보니 프로그램을 통해서 크게 영어가 늘지는 않았지만, 그전과는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하면서 좀 더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렇게 더 큰 세상을 보고 돌아오면, 내 마음속에 바다에 대한 갈망은 점점 더 커져갔다. 그리고 그 바다에 나아가기 위해서 영어를 배워야만 했다.



'영어' 그 자체를 잘하고 싶다기보다는 '영어'를 통해 나와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고, 좀 더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싶었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고 싶었고, 더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었다. '영어'는 내가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가끔 우리는 '영어'가 의사소통 수단이라는 것을 종종 잊어버리는 것 같다. '영어' 그 자체를 지향점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갈 수 있는 곳을 바라보기 시작하면 어렵게만 느껴졌던 영어가 좀 더 쉬워진다. 어렵게 보이는 것들도 가끔은 이렇게 좀 더 높은 차원에서 바라보기 시작하면 신기하게도 훨씬 더 쉽게 느껴진다.





+ 넓고 끝없는 바다가 그저 즐거웠던 시간들


미국 미주리 대학에서 수료했던 날



학기 마치고 떠난 미국 여행



백화점 시장 조사 프로젝트로 방문했었던 홍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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