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나는 첫 여행이 순례길이라니!!

2018년 5월의 일상_01. 아무 생각없이 일단 저지르기

by 에이치영

늘 혼자 떠나는 여행을 꿈꿔왔다. 하지만 동시에 항상 두려웠다. 내가 정말 혼자 떠날 수 있을까? 일은 어떻게 하지? 월세는? 집 관리는 어쩌지? 생각해보니 떠나는 것이 두려운 게 아니라 다시 돌아와서 마주칠 현실이 두려웠다.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면 시작조차 할 수 없다. 두려움을 물리치는 마법의 단어는 무작정이다. 아무 생각 없이 일단 저지르기.


4월 1일.

잠이 오질 않아 밤새 핸드폰으로 항공권을 검색하던 나는 결국 100만 원 초반에 항공권을 예매한다. 딱 한 달, 5월 1일 나는 프랑스 파리로 떠난다.


4월 3일.

파리에 있는 민박집 예약 완료.

파리에서 바욘까지 가는 떼제베 예약 완료.

산티아고에서 파리까지 오는 비행기 예약 완료.

필요 물품 구매 완료.

배낭, 트래킹화, 바람막이, 등산바지는 오프라인에서, 침낭, 판초우의, 등산스틱 등은 인터넷에서 구매했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물품을 구매하려니 고려해야 할 것이 많았다.

인터넷 쇼핑을 선호하진 않지만 시간 관계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바쁜 시기에 일을 저질렀으니. 하지만 문 앞에 택배 박스가 쌓여가는 만큼 여행 준비가 잘되고 있는 것 같아 심리적인 만족도도 함께 쌓여갔다.


4월 30일.

드디어 떠나기 전날이다. 소풍을 앞둔 아이처럼 설렘 가득한 날.

그동안 구매한 모든 물품을 펼쳐놓고 하나씩 하나씩 필요 여부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배낭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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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준비를 마치고 침대에 누우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내 생애 처음으로 혼자 떠나는 여행이 산티아고 순례길이 될 줄이야. 정말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나만 몰랐던 일이었다. 내 마음은, 무의식은 아마 오래전부터 이날만을 기다려왔던 것 같다. 다녀와서 큰 변화를 기대하진 않지만 내가 원하는 것, 진짜로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아채고 오면 좋겠다. 그것도 안 된다면 그저 잘 걷고 먹고 건강하게 지내다 오길.

민박집까진 잘 찾아갈 수 있겠지? 순간 걱정이 몰려왔다. 두렵지만 내 인생에 어쩌면 다시는 가지지 못할 시간과 순간일 수 있으니 끝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보자.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