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행형 Jan 18. 2024

나는 극성 엄마였다.

겁 많은 유기견 임시보호 일기 10: 감정의 파도



  처음에는 ‘무디가 한 3일이면 괜찮아지겠지’ 생각했다. 그러다가 3일이 지났을 때, ‘무디 성향이라면 2주는 필요하겠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2주가 지났을 때, ‘무디는 워낙 겁도 많고 사람과 교류를 해 본 적도 없으니 한 달 정도는 더 지켜봐야겠다’ 생각했다. 

  한 달이 지났을 때, 무디는 시간이 지날수록 괜찮아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안 좋아지는 것처럼만 보였고, 나의 감정은 대폭발 했다. 침대에 누워있는데 감정이 북받쳐 올라서 눈물이 났고, 남편에게 ‘나 너무 힘들어...’라는 말이 나왔다. 지나고 보면 한 달이라는 기간이 짧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당시의 하루하루 동안은 수많은 감정이 휘몰아쳤다. 실망, 자책, 연민, 우울, 기쁨, 행복, 희망, 걱정, 염려, 분노, 슬픔, 온갖 것들이 마음속에 붕붕 떠다녔다.

  사실 한 달이라는 기간은 무디와 상관없이 내 마음대로 정한 기간이었다. 한 달이 지나고 감정이 파도친 것은 책이나 영상을 너무 많이 본 탓도 있었다. 무디와 비슷한 성향의 강아지가 등장하는 영상이라면 찾아서 모두 봤다. 그런데 아무리 겁이 많은 강아지여도 3일이면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어떤 강아지는 2주 동안 구석에 있다가 그냥 두었더니 스스로 나와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어쩌면 나는 이런 다른 강아지들을 기준 삼아 무디를 기다렸기 때문에 오히려 무디에게 집중하지 못했던 것 같다.       


  머리로는 ‘무디는 무디일 뿐이고, 다른 강아지는 다른 강아지일 뿐이야’라고 되뇌면서도, 마음은 그렇지가 못했다. 

  어떤 날은 반려견 관련 책을 주문해 하루에 3권을 모두 읽었다. 그리고 유튜브에서 영상을 100개는 족히 넘게 본 상태였다. ‘내가 잘 몰라서 그런가, 우리가 뭔가를 잘못해 줘서 무디가 용기를 내기 어려운 걸까’하는 생각에 더 많이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디가 보호소에서 있는 것보다 우리 집에 임시보호를 와서 시간이 더 늦기 전에 사람과 같이 지내면서 교감해 보고 입양 갈 기회를 만들어준다는 것만으로도 잘하고 있어’라고 생각했는데, 또 어느 순간은 ‘무디가 우리 집이 아니라 강아지를 더 잘 아는 집에 임시보호를 갔다면 훨씬 빨리 적응했을까?’라며 자책이 밀려왔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의 동요와 파도에, ‘나 사실 극성 엄마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육아 철칙은 집착하지 않고 구속하지 않고 독립성을 길러주는 것이라고 항상 생각해 왔다. 믿어주면 스스로 잘할 테니까 응원만 해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무디의 일거수일투족에 다 관심 가지고 예민해져서 잠도 못 자고 있는 나의 꼴을 보니, 나는 그저 극성 엄마였다. 

  그러다가 ‘무디만의 속도로 한 번 맞춰 가보자’라고 마음을 다 잡곤 했다.      




산책을 못하지만 집에 있는 식물 냄새 맡는 것을 좋아하길래 무디를 위해 꽃을 샀다. 개는 적록색맹이라 노란색 꽃을 사 봤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디가 없어졌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