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가 돌아왔다

by 안종익


<제비가 돌아왔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모양이 바람을 가르듯이 하강했다가 솟구치는 것이 겨우내 보았던 참새와는 달랐다. 나르는 모양이 서로 엇갈려서 마주칠 듯하면서도 부드럽게 갈라지는 것이 날렵하다.

제비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지금 날아다니는 모양은 일단 자기들이 왔다는 신고를 하는 듯하다. 덩달아서 참새도 제비 흉내를 내려는 듯 날갯짓을 열심히 하다가 전깃줄에 앉는다. 참새가 나는 모양은 쑥 올라다가 툭 떨어지고 방향이 어느 쪽으로 가는지 알 수 없지만, 제비는 선을 그으려는 듯이 시원하게 뻗어 나가면서 높이 날다가 땅 위를 스치듯이 날면서 급강하와 급선회를 큰 원을 그리듯이 날아오른다.


제비가 지금 열심히 날아다니는 것은 돌아왔다는 인사도 하지만 일 년 살 집을 지을 곳을 보러 다니는 것 같다.

속설에 제비는 음력 9월 9일(중양절)에 강남으로 갔다가 다음 해 음력 3월 3일(삼짇날) 날 다시 돌아온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같은 숫자가 겹치는 날에 갔다가 돌아오는 새라고 하니까 길조로 여겨왔다. 집에 제비가 들어와서 둥지를 틀면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믿기도 하고, 새끼를 많이 치면 풍년이 든다고 한다. 흥부전으로 알려졌듯이 제비는 은혜를 아는 새이고 은혜를 갚는 새로 알려지면서 싫어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여행을 다녀와서 창문을 여니까 창문 바로 위에서 제비가 놀란 듯이 날아간다. 제비도 놀랐지만 나도 놀라서 밖으로 나가봤다. 내가 앉아서 창밖을 내다보는 바로 위 처마 밑에 제비집을 지어 놓은 것이다. 몇 달 여행을 다녀온 사이에 집을 지은 것이다. 벌써 한 쌍이 입주를 한 상태이다.


엄마가 병원에 계실 때 제비가 집을 짓지 않았다.

엄마가 집에서 생활하실 때 제비집이 다섯 곳이나 있었을 정도였지만, 엄마가 없고 빈집이 되니까 제비도 몇 년을 오지 않았다. 내가 들어와 사니까 제비도 다시 온 것이다. 다시 찾은 제비가 반갑기도 하고 예쁘다.


제비는 귀소성이 있는 동물로서 어미 제비의 5%가 다시 작년에 살던 집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제비는 보통 일 년에 두 번 정도 번식을 하고서 가을에는 강남으로 새로 생긴 가족과 같이 떠나는 철새이다. 그 강남이 동남아시아나 호주 같은 곳이다. 제비는 낮게 날면 비가 오고, 제비집을 처마 깊숙이 지으면 그해는 큰 장마가 있다고 한다. 반면에 집을 허술하게 지으면 그해는 별다른 자연재해가 없다고 생각했다.


제비는 빈집에는 집을 짓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도 제비집이 길게 뻗어서 동굴처럼 짓는 칼 제비는 빈집에도 집을 짓는다고 한다. 요즈음은 그런 칼 제비집을 거의 볼 수가 없다. 제비가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에는 집을 잘 안 짓는 이유는 모르지만, 제비는 사람과 친하고 사람 사는 온기가 있어야 집을 짓는 것이다. 사람이 살아야 천적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제비집이 보통은 겨울에는 빈집으로 있다가 다시 강남에서 돌아오면 작년에 살던 그 집으로 찾아오는 예도 있지만, 다른 곳에 둥지를 마련하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엄마가 집에 계실 때 유난히도 제비에게 잘 해 주셨다.

제비가 길조이고 잘해 주면 “박 씨”라도 얻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그 “박 씨”는 자식들이 잘되기를 바라고 무탈하기를 비는 마음인 것이다.

제비가 집에 들어오면 재잘거리는 소리는 듣기 좋은 노래로 들 리 수는 있지만, 밑으로 떨어지는 제비 똥은 지저분해서 싫었을 것이다. 엄마는 청소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셨고 매일 쳐다보면서 제비집마다 새끼를 몇 마리 낳았고 잘 크는지 지켜보고 사셨다.

혹시라도 떨어진 제비 새끼가 있으면 고양이가 오기 전에 다시 집으로 올려놓기도 하면서 여름내 제비와 같이 사셨다.


엄마는 해마다 찾아오는 제비와 같이 사시다가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가시면서 집에 있는 제비와 이별했다. 제비와 같이 살던 집을 그리워하면서도 오지 못하고 병원에 오랫동안 계셨다.

엄마가 병원에 계신 동안에 제비는 오지 않다가 내가 고향 집으로 돌아왔을 때 제비는 다시 찾아온 것이다. 제비들은 엄마가 돌아온 줄 알고 그 아들인 줄은 모를 것이다. 엄마는 오고 싶었던 집으로 다시 돌아오지 못하고 가셨지만, 제비는 다시 돌아왔다.


돌아온 제비를 보면서 모친이 그리워진다. 돌아온 제비처럼 모친이 대문을 열고 들어오실 것 같아서 대문을 유심히 바라본다. 대문은 바람에 흔들릴 뿐 열리지는 않았다.

어디서 모친이 부르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지만 모친은 어디에도 다시 볼 수 없다. 그리움만 가슴에 남아 있다.


계실 때는 잘 느끼지 못하다가 떠난 뒤에서야 보고 싶은 마음이 깊어진다. 안 계신 엄마에게 해 줄 수 없는 아쉬움과 그리움이 겹쳐서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 가까운 사람이나 가까이 있는 사람도 언젠가는 멀어진다. 멀어지기 전에 해드리고 싶은 것도 하고, 마음도 전하고, 하고 싶은 말들을 해야 한다. “엄마 고맙다”

촌수가 가까운 사람에게 더 잘해야 하고 좋아하는 말만 해야 한다. 가까운 가족은 쉽게 화해도 하지만, 사소한 말에 남보다 못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가까운 친구나 사람도 같은 이치일 것이다.


멀지 않아서 제비 새끼 제 잘 거리는 소리가 들릴 것이다. 여름내 새끼들을 키워서 겨울이 오기 전에 같이 강남으로 갈 것이다. 제비가 내 책상 위의 처마에 계속 살겠다면 좋은 이웃의 인연이 맺어진 것이다. 같이 잘 지내면서 새끼를 키우는 것도 보면서 더운 햇살도 받고, 비 오는 장마도 같이 겪으면서 보낼 것이다.

그리고 제비가 강남으로 떠날 날이 올 것이다. 새끼들도 잘 키워서 같이 따뜻한 강남으로 가길 바란다. 좋은 소식이나 좋은 일을 제비가 가져오리라 마음을 먹으니까 왠지 제비가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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