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가는 빈집

by 안종익

<늘어가는 빈집>

가까운 과거에는 마을 골목마다 사람들이 넘쳐났다.

지금은 온 마을이 조용하다. 아침저녁에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다가 한낮이 되면 운동하는 노인들이 더러 나온다.


흥구댁이 살던 집은 빈집이 되었고, 그 옆집은 오랫동안 빈집으로 있다가 마을 정비사업으로 헐고 정비 되었다.

흥구댁 앞집은 할머니 한 분이 사시는데 발매댁이다. 그 옆집은 본채와 아래채가 거의 쓰러져 가고 있다. 이 집도 한때 의사였던 부친과 모친이 딸 네 명과 아들 둘이 살던 집이다. 그 뒷집은 거의 쓰러져 가는데, 한 성격 하시던 양촌댁과 딸과 아들이 살던 집이다. 또 양촌댁 건너편은 어른들과 아이들이 열 명이나 살던 양구댁이다.

양구댁 옆집은 산호댁이 노총각 막내아들과 같이 살고 있다. 또 그 옆집은 작년 가을에 혼자 살던 영월댁이 돌아가셔서 빈집이 되었는데, 이 집도 아들만 셋이 같이 살던 집이다. 이 집은 평소에 담배를 팔아서 담배 집이라 했다.

담배 집 뒷집은 이안댁으로 오래전에 이사해서 빈집이 되었는데, 이 집도 네 명이 살던 집이다. 아래채는 벌써 무너지고 본채만 남아 있다. 이 집 건넛집도 작년 가을에 혼자 살던 갑골댁이 돌아가셔서 빈집이고, 아래채는 무너져서 아직도 스레드 지붕조각과 기둥이 마당에 보기 싫게 방치되어 있다. 이 집은 아들이 둘씩이나 쌍둥이였다.

쌍둥이네 집 뒷집은 뒤뜰댁 큰아들이 살았는데, 오래전부터 빈집이고, 쌍둥이네 아랫집은 고래등 같은 기와집인데 지금은 뜯겨서 흔적도 없지만 재산댁의 삼 대 여섯 명이나 살던 집이다.


마을의 위쪽과 아래쪽도 마찬가지로 빈집이 많다. 큰 마을이 빠른 속도로 빈집이 늘어가고 있다. 백 가구 넘게 살던 마을이 이제는 백 명도 살지 않는다. 옛날이었으면 골목마다 아이들이 소리치며 뛰어놀았지만, 지금은 조용하다. 이제는 골목마다 사람 소리도, 개 짖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시골 마을에는 빈집이 늘어간다. 내가 사는 마을에는 한 집 건너 빈집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이다. 어떤 집은 거의 쓰러져 가는 집도 있다. 그래도 누가 손보지 않고 방치되고 있다. 그런 집도 모두 주인은 있다. 그 주인들은 멀리 도시에서 사는 경우가 많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 집에서 살던 주인이 돌아가셔서, 그 집은 자식들이 물려받은 것이다. 그 자식들은 어릴 때는 살았지만 나이가 들어서 직장을 따라 도시에서 살고 있다. 살던 어른들이 돌아가시니까 집도 관리 안 되고 그대로 방치된 상태이다. 그런 집은 이제 수리를 해도 거주가 어려운 상태가 된 것도 많다.


빈집도 많이 있지만, 지금 사람이 사는 집도 몇 년 가지 않아서 빈집이 될 수 있다. 자식들은 모두가 다른 곳에서 살고 연로한 할머니 혼자 사는 집이 많기 때문이다. 드물게 할아버지 혼자 사는 집도 있지만 몇 동네에 한집 정도이다. 노인들 혼자 사는 집도 현재 사는 분이 돌아가시면 빈집이 되는 것이다. 그런 집이 일 년에도 몇 집이 새로 생겨난다. 지금 혼자 사는 분들은 거의 비슷하게 고령이기 때문에 십 년이 지나지 않아서 빈집이 더 많이 생길 것이다. 돌아가시지 않아도 거동을 못 해서 요양원으로 가면 빈집이 된다.


이렇게 빈집이 많은데, 그 집을 뜯거나 정리 안 되는 것은 소유주가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방치되고 있다. 그래도 새로 집을 지을 사람은 더러 있다. 그런 사람이 이런 빈집을 사서 고치거나 그 자리에 새로 집을 지을 수 있다. 그런데도 이곳에 집을 짓지 않고 마을과 떨어진 외딴곳에 집을 짓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마을에서 집터를 구하지 못해서 그런 곳에 집을 짓는 것이다.

빈집이지만 객지에 있는 자식들이 팔지 않기 때문에 집터가 없는 것이다. 빈집을 소유한 자식들이 그 빈집과 땅을 팔아도 큰돈이 되지 않고, 당장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조상에게 물려받은 땅이면서 어떤 경우는 자기 태어난 곳이기 때문에 팔지 않는 것이다. 그런 여러 가지로 팔 이유가 없는 것이다.


빈집도 늘어나면서 달라진 것이 또 있다. 요즈음 그렇게 많던 쥐가 보이지 않는다. 빈집에는 먹을 것이 없으니까 쥐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쥐보다 들고양이들이 더 많이 보인다. 그런 들고양이들이 이제는 집에서는 쥐를 잡을 수가 없으니까 들이나 산으로 나가서 다람쥐나 토끼, 야생 꿩을 사냥한다. 빈집이 많아지니까 생태계에도 영향이 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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