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하는 노인들>
추운 아침에는 시골에 노인들이 보이지 않았다.
날씨가 추우니까 집안에서 계신 것이다. 추워서 다니시다가 감기라도 걸리면 고생하기 때문이고, 추워서 길이 언 곳이 있기에 미끄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언 땅에 미끄러지면 노인들은 뼈가 약해서 다치면 치명상이 되기 때문에 날씨가 추워지면 자식들이 고향에 있는 부모님께 집안에서 나가지 말라고 당부 전화를 했을 것이다.
아침나절이 지나고 나면 온도가 올라가면 노인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운동을 나온 것이다. 노인들이 운동을 열심히 하는 이유는 오래 살기보다는 살 동안에 안 아프려고 한다고 대답을 할 것이다. 누구에게 물어도 같은 대답이다. 오래 살려고 운동한다는 말은 잘 듣지 못할 것이다.
속내는 오래 살고 싶은 생각도 있고, 안 아프게 살고 싶기도 할 것이다. 어느 쪽에 더 생각이 있는지는 노인들 본인만 알뿐이다. 오래 살면서 안 아파서 자식들에게 신경 안 쓰게 하면 좋은 것이다. 자식들은 걱정을 덜 해도 되는 든든한 부모님이 계셔서 좋고, 아울러 부모님은 자식들의 구심점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그 부모님 중심으로 자식들이 모이는 것이 행복이요 즐거움인 것이다. 아프지 않고 자기 몸을 자기가 돌볼 수 있어야 한다. 부모님이 없으면 구심점이 없어지고 자연히 형제간에도 멀어지고 자주 만날 기회도 없는 것이다. 집안에 구심점 역할을 오래 하기 위해서 노인들은 열심히 운동하는 것이다.
운동은 마을 앞들의 농노를 따라서 걷는 것이다. 아직은 혼자서 걷는 노인도 있고, 유모차를 밀고 가는 노인도 있다. 나이가 들수록 유모차를 밀고 가는 것 같다. 노인들은 두세 명씩 짝이 되어서 열심히 운동하고 있었다. 예전에 운동하는 노인이 거의 없었다. 이제는 운동하지 않는 노인이 없을 정도이다.
운동은 오전 따뜻할 때 하기도 하고, 오후에 따뜻할 때는 해가 넘어가기 전에 끝내고 집으로 간다. 내일도 운동하러 나올 것이다. 운동해야 오래 걸을 수 있다는 것을 노인들은 아는 것이다.
노인들은 걸음걸이가 약간씩은 바르지 않았다. 심하게 쩔뚝이는 노인도 많지만, 모두가 약간은 균형이 흐트러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골에 살면서 고된 농사일로 관절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누구나가 농사를 했기 때문에 몸에 무리가 갔을 것이다. 농사일을 오랜 시간 동안 같은 방향으로 균형이 무너진 동작을 반복적으로 했으니 관절이나 뼈에 무리가 간다. 그러니 다리를 절거나 허리가 굽거나 자세가 불안정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곳 시골에 사는 사람은 대부분이 그런 자세이다.
지난번에 봤을 때는 이상이 없었는데 지금 보니까 자세가 이상해진 노인도 있었다. 모두가 너무 많이 몸을 쓴 것이다. 그렇게 보면 몸도 덜 사용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많이 사용하면 그만큼 몸도 무리가 오는 것이다. 도시에서 일하지 않고 살아온 노인 중에는 자세가 바른 분이 많다. 자세가 바르면 오래 사는 경향이 있다.
노인들이 매일 운동을 하는 것은 못 걸으면 요양원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
요양원에 가서 다시 몸이 좋아져서 집으로 돌아온 사람은 거의 없다. 요양원이 노인들이 마지막으로 가는 곳이다. 그곳에 가면 다시 가야 할 곳은 집이 아니라 다른 곳이다. 그 요양원에서도 노인들은 운동을 시켜 달라고 아우성치는 노인이 있다고 한다. 운동하면 몸이 회복되고 그러면 집으로 갈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 노인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는 운동을 시켜도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운동을 시켜 달라고 소리 지르고 심지어는 자식들에게 전화해서 천하의 불효한 자식이라도 호통을 치면서 운동시켜서 회복되면 집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90대 노인도 있다는 것이다.
노인들은 말로는 빨리 죽어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삶에 대한 애착이 대단한 것이다. 동네 집마다 문고리에 우유 주머니가 매달려 있다. 처음에는 아이들도 없는데 우유를 먹을 사람이 있을까 생각했는데, 노인들이 먹는 것이다. 칼슘이 부족하면 뼈가 부러지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뼈에 실금이라도 가면 노인의 뼈는 붙지 않기 때문에 칼슘을 먹어서 뼈를 보호하고 보강하는 것이다. 그래도 칼슘이 시간이 갈수록 부족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니 뼈가 어떻게 되지 않도록 노인이 되면 특히 조심해야 한다.
이처럼 노인들은 건강에 신경을 쓰는 것이다. 노인들이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쓴다는 말은 요양원을 운영하는 분이 한 말이다. 요양원에서 노인들이 마음속에 있는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예전에 먹고살기가 어려웠지만, 지금은 이렇게 먹을 것이 많고 편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죽기가 아깝다는 것이다. 살 수 있으면 오래오래 살고 싶다는 것이다. 이 말은 아마도 보통 노인들의 속내일 수도 있다.
노인들은 시간만 있으면 운동을 한다. 오래 살기 위한 것이다. 이제는 아프면 자기가 낳은 자식도 병시중을 들라고 할 수 없는 분위기이다. 자기가 걷지 못하고 자기 힘으로 생리현상을 해결 못 하면 요양원에 가야 한다. 그곳에는 그런 일을 하면서 직업으로 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곳에 가지 않기 위해서 오늘도 열심히 걸어야 한다. 해가 뜨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열심히 걸어야 한다. 지팡이를 짚고 걷든지, 유모차를 끌고 가든지 걸어야 한다. 그래야 다리에 힘이 빠지지 않는다.
아무리 그래도 시간은 예외 없다. 못 걷는 날이 온다. 사람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걷는 것도 중요하지만, 못 걷는 날이 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날이 오면 입 닫고, 귀 막고, 그냥 말없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인간으로서 존엄을 최대한 잃지 않는 자세로 살겠다는 다짐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