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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May 27. 2024

서해랑 길 20일차

걷기 시작하면서 아침을 해결하는 일이 어려운 일이다. 시작하는 곳에 아침을 하는 식당이 있으면 문제가 없지만, 그런 경우가 흔하지 않다. 

그래서 여러 가지로 아침을 먹어봤지만, 만족한 것을 찾지 못하다가 내 입맛에 딱 맞는 것을 찾았다. 누룽지 컵을 준비해서 그것을 끓는 물을 부어서 먹었다. 상당히 부담도 없고 속도 편했다. 그러다가 누룽지에 참치를 같이 넣어서 끓는 물을 부어 먹으니까 영양도 보충되는 것 같고 맛도 내 입에 맞는다. 구수하면서 참치 맛이 그냥 누룽지를 먹는 것보다 훨씬 좋은 것 같다. 


수포 마을 중간으로 이동하면서 이른 아침부터 개들을 짖게 하고 있다. 

이곳에는 산들이 높지 않아서 밭으로 많이 개간해서 경작하고 있다. 경사가 있고 모양도 각각인 밭들이 밀집된 곳으로 아직 양파를 수확하지 않는 곳이 있다. 올해 양파가 흉작이라 값이 있다고 하니까 모두가 수확될 것 같다. 예전에 양파 시세가 없어 밭에서 갈아엎은 적도 있었다.

석산 마을부터는 논이 많이 보인다. 여기도 논에는 건초를 말리는 곳도 있고, 벌써 공룡알을 만든 곳도 많이 보인다. 송전리를 지나서 학송 마을 긴 논길은 따라 바다로 가고 있다. 


바닷가의 길을 왼쪽은 갯벌이고 오른쪽은 논들이다. 논들이 있는 평지를 지나서 올라가면서 밭들이 산의 모양에 따라 만들어져 있다.

오늘은 지금부터 산길로 들어섰다. 긴 산길을 조용한 아침에 혼자 가면서 오늘 하루도 발바닥이 힘든 날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산길을 가면서 멀리 우거진 나무 사이로 바다가 보인다. 날씨가 더 좋았으면 멋진 풍광이 될 수 있는 장면이다. 

산길 중간 바닷가에 집 한 채가 홀로 있다. 이곳에 홀로 떨어져 있는 집이 많이 불편할 것 같지만, 주인처럼 보이는 사람이 텃밭에서 여유롭게 일하고 있다. 


산길을 혼자서 조용히 걷는 동안 지나가는 차도 없고 짓는 개도 없었다. 산속에 바다가 보이는 약간 넓은 공간이 나오면서 그곳에도 거의 밭으로 개간되어 있다. 이곳을 걸으면서 느낀 것은 바닷가의 어느 곳이나 공간만 있으면 밭을 만들어 농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식량을 무기화하면 가장 곤란한 국가에 속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것은 전 국토가 농토를 만들만한 땅은 거의 개간되어서 농지가 늘어날 곳이 없다는 이유이다. 다른 나라는 급하면 농지를 만들 수 있는 넓은 땅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밭들이 지형의 생김새에 따라 만들어져 각양각색이다.


갑자기 산중에 특이한 집이 나타난다. 돌아서 앞쪽으로 가보니까 백림사라는 사찰이다. 보통의 사찰과 다른 모양이고 들어가 보려고 해도, 이 사찰에 개들이 내가 나타나니까 요란하게 짖기에 그냥 지나쳐 걷는다.


계속 가도 밭들이 있는 길을 걸으면서 밭 가운데 해송 세 그루가 서 있는 곳에 그늘이 조금 있기에 그곳에 앉아 한참을 쉬었다.

걷다가 보면 쉬는 곳이 변변치 않을 때는 바닥에 앉아서 쉰다. 이때는 가장 편한 자세로 땅바닥에 앉아 쉬는 것이고, 어김없이 고생한 발바닥을 주물러 준다. 쉬면서 건너 보이는 마을의 이름이 신사 마을이다. 


큰 나무가 있는 내분 마을을 지나서 양매 마을에 들어섰다. 이 마을에 삼강 공원이 있는 곳이고, 이 코스의 종점 간판도 서 있다. 

삼강 공원은 삼강오륜의 내용이 비석으로 서 있다. 그런데 군위 신강이 부위 자강이나 부위 부강보다 중간에서 더 높게 만들어 놓았다. 아직도 이 삼강 공원은 나라를 우선이고 중심으로 보는 것 같다.


다시 시작한 길은 농로를 따라 걷다가 바다 둑으로 가는데, 그곳에는 큰 갯벌이 펼쳐져 있다. 


갯벌을 만나기 전까지 뜨거운 햇볕을 맞으면서 농로를 한 시간 이상 걸었다. 발바닥이 아플 정도로 걸었다.


갯벌의 바닷길도 한 시간 이상 걸어가서 송계마을 울창한 해송이 바닷가에 자리한 곳에 도착했다. 

해송이 길고 울창하게 조성되어 있고, 앞에는 갯벌 중간에 섬과 붉은 등대도 멀리 보이는 경치가 좋은 곳이다. 

갯벌에 물이 들어오면 진경이 될 것 같다. 울창한 송림 숲 앞에는 야영 취사 금지 현수막이 걸려 있다. 그런데 야영하는 텐트가 송림 숲에는 들어가지 않고, 바닷가에 설치되어 있다. 송림 숲에서 갯벌로 들어가는 통로도 설치되어 있고, 이곳은 아마 낙지 잡으러 가는 길인 것 같다. 


숲에서 도로로 나와서 한참을 걸어가면 도리포 방향으로 들어간다. 

도리포에는 영광군으로 넘어가는 칠산대교도 보이고, 이곳이 해저유물 매장해역이다.

이 도리포는 중국과 가장 가까웠던 포구로 중요한 교역로였다. 이곳 해역에서 14세기 강진 청자 639점이 인양된 곳이다. 

도리포 앞의 바위에는 대교를 바라보면서 두 손 모아 빌고 있는 여인상이 놓여 있다. 바다로 나간 남편의 안녕을 기원한다고 한다. 

이곳을 지나서 다시 해안 도로를 따라가다 산으로 길이 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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