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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Nov 13. 2024

서해랑 길 47일차

청산리 나루터에는 물이 빠져가면서 가로림만 건너편 마을이 더 가까워 보인다. 

오늘은 이곳에서 건너 보이는 곳으로 바다가 생긴 모양 따라 걸을 것 같다. 지금 이곳에는 물이 빠져가면서 갯벌이 보이지만 저곳에 도착하면 물이 들어찬 바다가 될 것이다.


청산리 앞길을 걷어가는데 노란 조끼를 입은 노인들이 보인다. 오늘 노인 일자리가 있는 날인 것 같다. 걷는 나를 지켜보기도 하고, 어디를 바쁘게 가기도 한다. 노인들의 걸음걸이가 저는 분이 많고, 지나가는 과객에게 눈길도 주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이다. 얼굴에는 살아온 연륜과 희로애락이 보인다.


지나는 길에 이화산이 앞에 있고 저수지에 단풍 빛으로 물들어가는 산이 비친다. 

이화산 기슭에는 별장 같은 집들이 서너 채 있다. 이화산을 배경으로 하고 앞에 있는 저수지가 풍광이 좋은 곳이다. 그 집을 지나서 가는 줄 알았는데, 그 집 뒤를 돌아 이화산의 임도로 길이 나 있다. 

임도를 걷다가 바다가 보이는 곳이 나오고 

다시 산길을 가다가 산속에 넓은 농장이 나온다. 농장에는 보리를 파종한 것 같다.


다시 나오는 바다는 청산리 오토캠핑장을 지나 방조제이다.

방조제를 막아 큰 갈대밭이 만들어지고, 이곳도 바다는 물 빠진 바로림만이다. 

이 바다에 멀리 선돌 바위가 서 있다. 이 선돌 바위를 이곳 사람들은 신성시한다고 하며, 선돌 바위도 마을을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선돌 바위 주변 풍광도 물이 들어오면 멋진 곳일 것 같다. 

그것을 말하듯 서해랑 길을 표시한 예쁜 보석 반지 조형물 한 쌍이 방파제 위에 서 있다.


은행잎이 노랗게 물든 들판을 걸어서 다시 산길을 들어갔다. 이제 완연히 단풍이 든 산으로 변해간다. 멀지 않아 나뭇잎이 떨어지고 가지만 많을 것이다

산중에는 돌 조형물이 유난히 많은 작은 사찰을 지난다. 이곳의 입구를 지키는 사천왕상도 있지만, 관우와 장비가 사찰로 올라가는 계단을 지킨다.

등산길을 가다가 다시 내려온 것이 석산리 생태공원이다. 공원에도 단풍이 짙어 간다.


여기서도 방조제를 지나 아득히 멀리 보이는 마을의 고개를 향해 걸었다. 마을을 지나 도로를 만나고 이은교 밑으로 다시 들길과 산길을 걸었다.


다시 큰 도로에서 서산시로 넘어가는 방조제를 만났다. 

방조제에는 낚시하는 사람들이 있고 바다에는 물이 들어오고 있다. 

태안군을 지난 것이다. 태안군의 서해랑 길은 길고 멀었다. 안면도를 거치지 않았지만, 긴 해변을 돌고 돌아서 걸어온 길이다. 태안군의 길은 소나무와 같이 걷는 길이 많았다. 해변 길과 솔향기 길을 걸으면 나오는 많은 해수욕장에도 소나무들이 잘 조성된 곳이었다.


서산 바다 멀리 산 밑에 잘 지은 집들이 모여 있다.


바닷가 마을은 집들을 반듯하게 짓고 사는 곳이 많았다. 저런 잘 지은 집들을 보면 생각나는 것이 있다. 사람은 일생 동안 자기가 살 집을 한번 지어봐야 한다는 말을 한다. 물론 농경사회에서 가능하고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현대에도 자기 집을 취향대로 한번 지어보는 보람을 느낄 것 같다.


서산의 구도항으로 가기 전에도 아름다운 해변이 나오고, 넓은 양식장들이 보인다. 

구도항에서 건너편 청산리에는 물이 들어와 이제 깊은 바다처럼 보인다. 

구도항에서 방파제를 만들어 놓고 그 옆에 가로림만 범머리길을 만들어 놓았다. 그 길을 올라가니, 낙엽 진 산길이 가을이 깊어가는 것을 느낀다.

이 길은 서산에서는 “아라메길”로 이름을 붙였다. 아라메길을 따라 해안 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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