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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Nov 20. 2024

서해랑 길 52일차

오산의 인주공단 교차로에 아침이 밝아오고 있다. 날씨가 영하로 내려가 갑자기 추워진 날이다. 그동안 따뜻한 날씨 탓에 체감으로 느끼는 것은 훨씬 더 춥다.

걷기 시작해서 해가 곧 오를 것 같은 들판을 지났다. 길옆 마을을 만났고 큰 도로에 대왕 참나무 가로수 길 밑을 지났다. 

여기서 멀리 보이는 철길을 따라가서 평택호로 가는 코스이다.


마을을 만나 철길 방향을 보고 걷다가 길을 잃었다. 날씨 추운 아침에 짜증 나는 일이다. 길은 내가 그냥 지나왔거나 판단을 잘못한 것이다. 짜증을 내도 걷는 길에서 좋은 방법이 나오지 않는다. 마음만 힘들어지는 것이다. 

잘못 온 길을 돌아가면서 이렇게 걸을 수 있는 것도 감사하다는 것으로 생각을 바꾸니 기분이 나아졌다. 여기서 짜증은 지옥이요, 감사는 천국이라는 것을 “비교는 지옥이요, 감사는 천국”을 인용했다.


기나긴 농로 구간을 걸었다. 이젠 벼 가을걷이가 끝난 들녘이다. 

멀리 보이는 논에 수확하지 않은 벼가 보이는 곳이 있다. 벼를 일찍 수확해서 그 싹이 저렇게 자란 것일 수도 있다. 가까이서 아무리 봐도 아직 수확하지 않은 벼이고, 열매를 맺지 못해 성장이 멈춘 것이다. 너무 늦게 모내기를 해서 이렇게 된 것이다. 모내기할 때 이렇게 될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토지에 작물을 심어야 직불금을 주기 때문에 이런 농사를 하는 것이다. 직불금은 나라가 무상으로 주는 보조금이다. 


평택호를 만나서 호수 따라 길을 걷는다. 

변화 없는 길을 걸으면서 오늘도 날아가는 철새 소리를 들으면서 걸었다. 철새가 날아가는 곳에 황조롱이 한 마리가 하늘을 날고 있다. 

황조롱이를 쳐다보면서 걷는데, 갑자기 까치가 황조롱이를 공격하고 있다. 황조롱이는 더 높이 날면서 까치를 피하지만 까치는 계속 따라가면서 공격한다. 황조롱이는 결국 다른 곳으로 피해 버린다. 말로만 듣던 까치가 황조롱이를 공격하는 장면을 구경했다. 그 장면을 휴대폰으로 촬영하려고 했지만, 순식간이어서 실패했다.

사실 까치는 황조롱이 적수가 아니지만, 까치가 순간 순발력이 뛰어나서 황조롱이가 피한다고 한다. 그러나 정말 배고픈 황조롱이를 만나면 까치는 한 끼 식사라고 한다. 


평택호의 지류를 건너는 다리를 만나 건너면 84코스가 끝나고, 다음 코스를 시작하는 표지판이 서 있다. 지류 다리를 건너면서 아산에서 평택으로 넘어온 것이다. 

다시 길이 시작되어도 평택호를 걷는 길이다. 여기서 평택호를 가르는 평택 국제 다리를 건너 갔다. 다리가 높고 길어서 바람이 세다.

다리를 건너 다시 평택호 다른 편 길을 걷었다. 테크 길이 나오고 다시 농로가 나왔다.


평택호에 붙어 있는 마안산으로 올라가는 등산길이 시작된다. 

차라리 산속으로 들어오니까 바람도 불지 않고 오르막을 오르니 힘은 들지만, 춥지는 않다. 등산길에 특이하게 산속에 작품을 만들어 놓고 그것에 대한 해설도 적어 놓았다. 특이한 작품들이 많았고 이렇게 자연에 인공적인 손길도 특이한 느낌을 준다. 


마안산 정상을 지나서 내려가면 나오는 마을이 대안 마을이다. 마을 회관 옆에 느티나무에 단풍이 들어가고 있다. 

바로 곁에는 연자방아를 옮겨서 복원해 놓았다. 주민들의 단합과 후세 사람들이 이것을 기억하라는 의미이다.


멀리 단풍이 들어가는 마을을 향해서 직선 길을 걸어가서 건너편에서 봤던 서해선 철길 밑을 지났다. 

다시 가는 길은 평택호 관광지로 조성하려는 곳이다. 이곳은 원래 관광지이지만, 대단위로 만들려고 공사하는 중이다.

먼저 만난 것은 평택 민요 어선이다. 

다음으로 호숫가에 놓여 있는 피아노 모형이다. 

그리고 음악당 앞에 있는 평택의 음악가 지영희 선생의 동상 조각과 

호숫가에 정박한 것처럼 보이는 배 모양의 전망대였다. 

정비 중이라 사람도 없고 추운 가을바람이 불어 을씨년스럽다. 그래도 관광지 주변의 단풍은 깊어 가고 있었다. 

이 주변에서 쉴 생각으로 숙소를 잡았다. 그리고 넘어가는 붉은 저녁놀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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