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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Nov 28. 2024

서해랑 길 58일차

단풍이 붉은 곳에서 시작했다.

이어서 걸어간 곳은 시흥시의 한울 공원이다. 한울 공원은 맞주 보는 인천 사이의 바다가를 공원으로 만든 곳이다. 바닷가 따라 만든 공원이니까 길었다. 동으로 만든 조형물을 지나서 서해랑 길 93코스 시흥 길 표지판을 만나고 본격적으로 해안을 따라 걷는다. 건너편 인천이 걸을수록 잘 보였다.

이 길을 여기서는 능내 길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잡초도 잘 보이지 않은 깨끗한 해변공원이다. 길은 직선으로 이어지고 걷는 곳마다 비를 막아주는 의자가 놓여 있고, 바로 길 건너는 아파트 단지이다.

공원에는 위인들의 공간도 만들어져 있고, 눈길을 끄는 조형물이 많이 보인다.

배를 형상화한 전망대 쉴 수 있는 공간이 나오고 물이 들어오면 건너 인천의 높은 빌딩과 바다를 감상할 것이다. 야경이 좋을 것 같은 곳이다. 

시민들이 운동하기에 너무 좋게 만들어진 해변공원은 시흥시가 살기 좋다는 느낌을 준다. 서울대의 시흥 캠퍼스 부지를 지나서 인천으로 건너갈 다리가 보인다.

해넘이 다리는 인도교로 자전거도 내려서 끌고 가는 곳이다. 걷기에 좋게 갈대와 작은 나무, 의자가 많은 곳이다. 다리에서 내려다보는 바닷 물길은 소래포구로 들어가는 물길이다.

해넘이 다리를 건너면 인천이다. 

시흥시는 삽교방조제를 건너서 시작해서 해변공원을 거치는 짧은 코스이지만, 강한 인상을 주는 도시였다.


인천에 들어와서 소래포구 방향 해안 길을 걸었다. 그 길은 단풍이 잘 든 나무들이 서 있는 길이다. 도로가 보이지 않아서 소음도 없고 걷기 좋은 직선 길이다. 

새우 조형물이 나오고, 

바람개비가 있는 테크 길을 걸었다. 그 테크 길 끝에는 꽃게 조형물이 기다린다. 

여기서부터 소래포구의 어물전이 시작된다. 젓갈 가게가 김장철이어서 불을 밝히고 손님들을 기다린다. 

마지막에는 다리 밑에 젓갈이나 어물전이 성업이었다. 이곳을 지나면서 사람 사는 맛을 느끼게 하는 분주함이 있었다.

소래포구의 깊은 소래 갯골을 지나고 나서, 소래습지 생태공원으로 들어갔다. 다리 위에서 소래 갯골에 물이 들어오는 것을 구경하고서 소래포구 전망대를 지났다. 

본격적으로 생태공원의 갈대 숲길로 들어섰다. 

멀리 아파트는 보이지만, 갈대숲은 지나온 서해안 어느 곳보다 잘 보존되어 있었다. 

갈대 숲속에 세 개의 풍차가 서 있어 갈대밭 풍광에 운치를 더했다. 

인천 도심에서 이렇게 넓은 갈대숲이 의외였고, 철새들이 올 수 있는 호수도 있었다. 호수 속 조류관찰대에 들어가 호수를 한참 구경했다. 

그런데 호수 끝에 멀리 보이는 산이 있다. 오늘 그곳을 올라야 하는 코스이다.


생태공원을 나와서 가는 길도 직선 길이고 옆에는 연꽃밭들이 잘 조성되어 있다. 이곳에도 시민들이 휴식하기에 좋은 곳이다. 

그 길에서 하트 모양 속 흔들의자에 다정한 여인들이 앉아서 망중한을 즐기는 것이 보였다. 

보기 좋은 장면이라서 지나면서 돌아보았다. 거기는 연인이 아니라 애완견과 다정히 의자를 흔들이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다음 코스를 시작하는 표지판 앞에서 좌측으로 길이 표시되어 있었다. 이 길에서 메타세쿼이아 길을 지나 산으로 올라갔다. 여기서 초입부터 붉은 단풍이 기다렸다. 주변에는 떨어진 낙엽들이 많이 보이는 곳에 오직 한 무리의 단풍이 절정이다. 

처음 오르는 곳부터 오르막으로 정상을 향한다. 숨을 헐떡이면서 정상에 올랐지만,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가 마지막이 아니라 오봉산의 1봉을 오른 것이다. 아직 4개 봉이 남았다는 것이다. 

부지런히 4봉까지 걷고서 마지막 5봉으로 가는 길에서 정상에 오르지 않고 옆으로 내려갔다. 이 길은 듬배산으로 가는 길이었다. 듬배산을 향해 걷는 길은 힘든 길은 아니었다. 걷기 좋은 산길을 걸으면서 가을 산의 정취에 취했다. 

듬배산도 정상으로 가지 않고 서서히 내려가서 다시 아파트가 많은 곳으로 들어갔다. 아파트에서 작은 근린공원의 숲길이 있었다. 

산에 있는 단풍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이렇게 아파트 길에 있는 단풍들이 너무 잘 가꾸어서 더 아름다운 것도 있다. 

도심 길을 걷다가 작은 지류를 따라 걷는 길도 단풍이 한창인 길이었다. 길게 조성된 메타세쿼이아 길에도 단풍이 들었다.

그 중간에 맨발로 걷는 길에서는 시민들의 맨발로 걷고 있고, 주변의 단풍들이 한창이다. 

은행잎은 노랗게 물들어 이제 떨어진 곳이 더 많아 바닥을 노랗게 만들고 있다. 

도심에 차 소음과 높이 보이는 아파트만 보이지 않으면 이보다 더 좋은 가을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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