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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남북녀 Apr 03. 2024

사실은 착한 아이

시선

“어쩌면 세상에서 진실로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눈이 있어도 아름다운 걸 볼 줄 모르고, 귀가 있어도 음악을 듣지 않고, 또 마음이 있어도 참된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감동하지도 못하며 더구나 가슴속의 열정을 불사르지도 못하는 그런 사람들이 아닐까...” <창가의 토토> p97

     

절대악은 바로 악을 사방에서 지각하는 결백한 시선이다,라고 지젝은 말한다. 그렇다면 반대로 <창가의 토토>에는 “넌 사실은 착한 아이란다.”라거나 “너는 반드시 할 수 있어.”라고 격려하는 고바야시 소사쿠 교장선생님이 존재한다.     


‘착한 아이’라는 격려는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착한 아이에게는 불필요하다. ‘사실은 착한 아이’라는 인식이 필요한 아이는 실제로 그렇게 보이지 않는 아이다. 토토는 1학년임에도 학교에서 퇴학당했다. 토토의 엄마가 교사 앞에 불려 갔을 때 “댁의 따님은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다른 학교로 데려가 주셨으면 해요.”라는 말을 들었다. 교사는 감정의 동요를 보이며 그동안의 토토의 행위를(교사 지시에 불응하고 수업시간에 서 있으며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행동하여 말썽을 일으키는) 나열한다. 수업분위기를 흐리는 방해자로 토토는 존재한다.

     

‘할 수 있어’라는 격려는 할 수 있을 것 같은 아이보다 할 수 없을 것 같은 아이에게 필요하다. 딱 보기에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아이. 다카하시는 키 성장이 멈췄다. 다른 아이들보다 짧은 팔다리를 가지고 있다. 고바야시 소사쿠 교장선생님은 다카하시에게 ‘너는 반드시 할 수 있어’라는 말을 들려준다. 다카하시를 상심하게 한 교사를 훈계하며 신체적 결함이 방해가 되지 않도록 운동회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어떤 몸이든 저마다 아름다운 것’이라는 것을 아이들 스스로 깨닫게 한다.

    

경제불황기에 일본에서는 기업들이 직원들의 자진퇴사를 유도하기 위해 창가 쪽으로 자리를 배치했다고 한다. 이 책의 주인공(토토)이자 저자인 구로야나기 테츠코는 퇴학당했던 학교에서 소외감을 느끼며 창가에 서 있던 것을 상기하며 <창가의 토토>라는 제목을 지었다.     


‘왠지 모르게 소외되어 있는 층, 이미 현역이 아니라는 말의 울림’의 창가  

   

토토 같은 아이라도(퇴학당할 정도로 말썽꾸러기로 찍힌 아이, 부적응 아이, 소외되어 있는 아이, 별난 아이) 주위 어른들의 가르침으로 모두와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구로야나기 테츠코는 설명한다.  

    

절대악이니 절대선이니라는 극단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지만 토토 행동의 동기가 상대방에 대한 반항이나 무시, 불만이 아니라 제 나름의 순수한 호기심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챈 시선에 ‘선’이 있지 않을까    

 

그 ‘선’은 말썽꾸러기 토토를 통하여 신체적 결함을 가진 다카하시를 통하여 또 다른 부적응자인 도모에 학원 아이들을 통하여 사회적 열매를 맺는다.


꽃이 피는 이유에도 시선이 있을 수 있다. 수분기 없는 앙상한 나뭇가지에서 언젠가 꽃이 필 것이라는 것을 알고 바라보는 시선에서   



  

“어떤 아이든지 갓 태어났을 땐 선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점점 커가면서 이러저러한 주위 환경이나 어른들의 영향으로 변질되고 만다. 그러니 이런 ‘선한 기질’을 일찌감치 찾아, 그걸 키워주며 개성 있는 사람으로 자라게 해야 한다”<창가의 토토> p231    

 

“즉, 절대악은 바로 악을 사방에서 지각하는 결백한 시선이다. 예를 들어, 헨리 제임스의 <나사못 회전>에서 진정한 악은 나쁜 유령들의 현전을 사방에서 지각하는 여교사 자신의 시선이다.” <가장 숭고한 히스테리 환자> 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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