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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남북녀 Jun 26. 2024

똬리를 튼 뱀처럼

<만신 김금화>

괜찮은 건가 싶은 마음이 이 책까지 이끌었다. 알고리즘으로 올라온 영상에 신내림 받은 어린 무당들이 있었다. 놀기도 바쁠 나이에 어른도 힘들다는 신내림을 받고 다른 이들의 길흉화복까지 관여해야 한다니


김금화라는 분은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받는 무당이었다.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였으며 외국 공연의 경험도 다수다. 이분의 생이 담겨 있는 <만신 김금화>를 읽으니 우리나라가 한의 민족이라는 것이 얼핏 이해할 만하다.


남아선호사상으로 인한 가족으로부터의 배척과 서러움. 굶주림이라는 일상과 매질, 학대, 노동. 신체의 아픔과 고립. 주변과 어울리지 못하는 원만하지 않은 성격으로 외로움은 깊이 쌓이고 보릿고개와 전쟁 등으로 나라 상황도 좋지 않다. 고통은 언제든 울타리를 타고 넘어와 똬리를 튼 뱀처럼 자리한다.


작년에 굿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그날 내가 엄마를 방문한 것은 예상 밖 일이었기에 어두워지기를 기다리며 엄마 곁에 있던 친구분 서 너 명은 곤란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무슨 굿이야, 병원을 가야지 하면서도 굿 자체를 막지 않은 것은 어떻게든지 엄마의 기력이 돌아오고 마음이 편안해진다면 다행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소금, 고춧가루 칼 등을 이용한 그날의 굿은 누군가에게 받아온 옷 하나에 문제를 떠안기며 끝났다. 부정한 옷은 보살이 그 부정을 푼 뒤에 다른 친구분이 가져가는 것으로 결론 났다. 친구분들은 먹지 못하는 엄마를 위하여 누룽지를 끓였다. 침대에 누워 아무것도 먹지 못하겠다던 엄마는 식탁 위자에 앉아 친구들의 격려, 위로를 들으며 누룽지를 한술 뜨고 다음 날 병원에 방문해 수액을 맞았다.


실제로 그 옷이 문제였는지 아무것에나 문제라고 하여 일어서지 못하는 엄마의 마음을 그 옷에 담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부정한 기운이 나갔다, 문제 되지 않는다,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을 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의 맺힘이라는 것을 풀 방법이 없고 사회적, 경제적 이유로 화병을 키워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무당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열어 보이며 치유를 돕는다.


책을 읽으며 알게 된 것은 무당이 미신과 관련된다는 것은 새마을운동의 영향이 컸고 굿은 충분히 살아내지 못하는 한을 풀어놓는 시간이라는 거다. 남성중심주의 사회의 여성의 위치, 못 배우고 못 먹는 기본적인 생활권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슬픔, 돌아가신 조상에 대한 그리움 등 현재의 고통에 관여하는 사람이 무당이었다. 함께 춤을 추며 집단 카타르시스를 이끄는 사람. 이러한 무당의 조건이라면 고통을 많이 받은 사람이다. 고통을 아는 라야 집단무의식의 힘에 닿고 공감 능력을 끌어내어 사람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달한다.


기형도를 읽으며 전태일을 생각하고 만신 김금화를 읽으며 기형도를 생각한다. 밖의 세상을 보며 어느 사람들은 죽음을 가까이하고(죽음을 불러들인다는 표현을 쓰고 싶기도 하다.) 어느 사람들은 악기 소리를 높이며 춤을 춘다.




*전태일은 노동자로 기형도는 시인으로 바깥세상의 고통을 아는 자였으며 방식은 다르나 이른 죽음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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