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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남북녀 Sep 04. 2024

별거 아닌 일

코가 막혀 불편하다는 아이들을 데리고 거실로 나온다. 부엌과 이어지니 안방보다 넓고 패브릭보다는 가죽소파가 코막힘에 나을 거라는 기대가 있다. 판상형 구조에서 앞 뒤로 불어오는 바람으로 통풍도 잘 되는 공간이다. 양파 한 개를 베란다에서 꺼내와 껍질을 제거한다. 도마를 받치고 반으로 가르는데 눈물이 고인다. 쏘는 듯한 매운 향이 아이들의 코에도 효과가 있길 바라며 조각낸다. 플라스틱 접시에 담아 아이 둘이 누워 있는 소파 가까이 놓는다. 따듯한 물이 들어있는 텀블러 두 개도 손 닿는 곳에 놓아둔다.


코가 답답해 킁킁거리거나 화장실을 들락이며 콧물을 풀어내던 아이들의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려온다. 안도의 숨을 쉬며  소파에 기대어 잠든 아이를 베개를 받쳐 눕힌다. 환한 조명을 끄고 어두컴컴한 바닥에 누우니 자정이 넘어 있다. 또렷해지는 정신을 외면하며 눈을 감는다. 각성된 뇌를 이완시킨다. 잠을 자야 해,라는 의무. 내일은 아이들의 상태가 더 안 좋아질 수 있다. 뉴스에서는 코로나가 다시 극성이라며 곧 어떻게 될 듯한 위기감을 조성한다. 정치적인 공작이라는 설부터 제약회사의 약팔이라는 설까지 의견이 분분하지만 아이를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는 무시할 수 없다. 감기든지 코로나든지 아픈 아이를 보는 일은 유쾌하지 않다.


잠이 들려는 찰나 이상한 소리를 감지한다. 바람 소리인가 싶어 밖을 보니 무더운 습기만 끼쳐온다. 인적 없는 한 밤의 나무와 건물은 비밀을 갖고 돌변할 듯한 무시무시한 이미지를 내포한다. 피곤해서 잘 못 들었나 자리에 누우려는데 말하는 듯한 음성이 또다시 들려온다. 매 맞는 여성의 울음 같기도 하고 작은 아이의 외침 같기도 하다. 한 밤의 괴로운 상황에 처한 이의 호소인가

       

아무리 봐도 캄캄한 골목길과 공원에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데.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할지, 내려가 살펴봐야 할지 고민에 빠진다. 심장이 작게 요동치는데 다행히 아이들은 깨지 않는다. 그 상태로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다. 전화기를 들려는 찰나 저 아래서 풀썩하고 뛰어오르는 것이 있다. 형체는 보이지 않으나 고양이라는 것은 알 수 있다. 아기 울음 같은 고양이 소리는 전에도 들은 적이 있다. 전에 들었던 고양이 울음은 길게 이어지며 위급함보다는 어떤 호소 같은 애절한 것이 담긴 듯했는데 지금 듣는 고양이 울음은 사람이 내는 거 같은 어떤 형태의 소리를 가지고 불규칙한 리듬으로 위태롭게 들려온다. 기이하게 각성된 를 진정시키며 자리에 눕는다. 잠을 자야 해, 내일을 생각해야지.  고양이 울음으로 추정되는 소리는 한동안 속된다. 시곗바늘이 세 시를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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