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그 어려움에 대해
“너는 나 이외의 다른 우상을 섬기지 말라”는 십계명의 말씀을 나는 어려서부터 익히 들어왔다.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 모태신앙인 나는 한 번도 내가 믿는 기독교 이외의 종교를 생각해 본적이 없다. 어려서부터 교회가 아닌 종교 집단은 모두 우상으로 생각했던지라 이러한 내 생각은 아주 자연스러웠다. 나에겐 불교도, 천주교도, 이슬람도 그저 하나의 우상에 불과했다. 언제부턴가 내 인생은 기독교가 없으면 불완전한 인생이 돼버렸고 나는 자연스럽게 “하나님의 방법으로 세상을 바꾼다”는 종교 색채가 아주 짙은 모토를 내건 미션스쿨에 입학했다.
기독교인들이 모인 대학에선 모든 것이 기독교적으로 잘 흘러갔다. 매주 수요일 저녁이면 모든 학생이 채플에 모여 예배를 드렸고 수시로 특별 새벽 기도회를 열어 학생들이 참석하기를 독려했다. 졸업반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얼굴에 수염이 유독 많았던 외국인 학생. 성경에 나오는 인물과 같은 이름이기에 아직까지 그의 이름을 기억한다. 아브라함. 낯선 복장과 말투는 금세 그를 ‘이방인’이라고 인식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학교 측은 아브라함의 신상을 파악했고 그가 이슬람교도라는 것을 확인했다. 아브라함이 이슬람 전도 행위를 한다는 소문이 퍼졌고 그를 주의하라는 무언의 메시지가 학생들로부터 전해졌다. 슬슬 아브라함을 피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상황은 내가 교회에서 많이 봐왔던 장면과 비슷했다.
신천지라는 이단이 교회 속에 침투하면 으레 목사님들은 성도들을 보호할 목적으로 그들을 귀신같이 색출해냈다. 심지어 지난달에는 몇 명을 쫓아냈는지 자랑스럽게 설교의 소재로 활용했다. 그때마다 의문이 들었다. 얼마나 자신이 없으면 그들을 쫓아낼까? 그들이 교회 속에서 자신의 종교를 바꿀 만큼 교회가 제대로 된 교리를 전달하면 그만인 문제다. 사이비 종교를 전파하러 왔다 도리어 자신이 사이비종교에서 탈출하게 되는 기회를 마련해 주면 되지 않겠는가. 비정상이라 생각하면 정상으로 바꾸어 주는 게 종교인들의 역할 아닐까. 쫓아내기에만 몰두했지 내 사람으로 만드는 덴 인색했다. “땅 끝까지 내 이름을 전파하라”는 그분의 말씀은 특정인들에게는 예외인 것처럼 보였다.
가슴 아픈 추억으로 남은 아브라함. 사실 그가 이슬람 교리를 전파하러 대학에 왔는지, 아닌지는 그 자신 밖에 모를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그는 여느 외국인 학생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밤새 PT준비를 했는지 수업 시간에 꾸벅꾸벅 졸았고, 친구들과 야식을 먹고 밤새 수다를 떨었다. ‘이슬람’이라는 세 글자만 끄집어 내지 않으면 모두가 어울릴 수 있는 친구였던 아브라함. 몇 년 전, ‘이슬람’에 겁먹어 그를 피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나는 왜 이렇게 용기가 없었을까. 내가 믿는 종교에 대한 자신감은 어디에도 없었다. 나는 그때 아브라함에게 내가 믿는 종교의 숭고함과 경건함, 그리고 그러한 종교를 믿는 삶이 얼마나 값진 삶인지를 왜 보여주지 못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