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대한 단상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 : 핵 전쟁으로 멸망한 22세기, 악명 높은 임모탄 조가 살아남은 인류를 지배한다. 임모탄의 폭력에 반발한 사령관 퓨리오사는 인류 생존의 열쇠를 쥔 임모탄의 여인들을 탈취해 분노의 도로로 폭주한다. 이에 임모탄의 전사들과 신인류 눅스는 맥스를 이끌고 퓨리오사의 뒤를 쫓으며 영화 제목을 연상시키듯 미친 액션을 선보인다. 영화 엔딩에 등장하는 ‘희망 없는 삶을 헤매는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위해 최후로 가야할 곳은 어디인가’ 라는 대사가 작금의 현실과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The 33」 : 칠레 산호세 광산 붕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실화 기반의 영화다. 갑작스러운 광산 붕괴 사고로 인해 칠레 광부 33인이 지하 700m에 매몰되고 오랜 과정을 거쳐 69일 만에 전원 구조된다.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를 통해 생명을 위협하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서로에게 의지하는 모습이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영화 속 주인공 ‘마리오 세풀베다 ’ 가 절망한 가족들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가 잊혀지지 않는다. “우린 아직 살아있다”
역(逆)유토피아라 불리는 디스토피아는 현대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을 극단화한 암울한 미래상을 의미한다. 지나친 비약일 수도 있겠지만 코로나 사태가 지속될수록 곧 디스토피아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무서운 상상력을 자극하게 된다. 여기저기서 못살겠다는 소리들이 자자하다. 기업은 기업대로 실적이 저조한 상태가 이어지며 심한 경우 휴업과 폐업으로 도산 위기에 처한 기업도 생겨났다. 하루 벌어 먹고 사는 자영업자들의 피해는 말할 필요도 없다.
코로나 사태 이후 아포칼립스(종말을 의미하는 단어로 자연 재해, 전염병, 전쟁으로 인해 문명이 사라지고 인류가 멸망한다는 세계관)를 다룬 영화가 각광 받고 있다. 시작부터 끝까지 인간의 절망을 묘사하는 이러한 장르의 영화는 보는 내내 우울함과 막막함에 빠져들기 십상이지만 영화 중간중간에 극한의 절망 속에서 한 움큼 내비치는 감독의 긍정 메시지는 놀라운 연출에 대한 감탄과 함께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한줄기 실마리를 얻은 느낌이다. 현실은 여전히 각박 하지만 이러한 소득이 다시 영화에 빠져들게 만든다.
코로나를 맞이한 암울한 현실에서 이 어려움을 이길 수 있는 긍정의 메시지를 찾아 보는 건 어떨까? 사회적 거리 두기가 격상됨에 따라 우리는 그동안 억지로 참석할 수 밖에 없었던 회식 문화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졌고 재택 근무라는 새로운 업무 형태는 인간관계로부터 발생하는 스트레스 없이, 온전히 업무에 집중 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했다.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의 활성화로 시간적 효율성이 확보됐고 무엇보다 가족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증가함에 따라 그동안 회사를 핑계로 소홀했던 가정을 돌볼 수 있는 기회 또한 얻게 됐다.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의 밀러 감독이 영화를 통해 “절망적인 시대에도 어떤 횃불, 이를 테면 인간애를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다” 고 밝힌 바와 같이 우리 또한 이 답답한 현실에서 각자에게 의미 있는 희망의 불빛을 찾는다면 세상살이가 조금은 수월해 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