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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레맛곰돌이 Nov 04. 2024

11/2 독서모임 후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벌써 가을, 가을이 빠르게 왔다 빠르게 떠나고 있다. 다들 이루려는 꿈에 얼마만큼 다가가고 있을까. 우리가 이 독서모임을 처음 시작한 이유도 편집자 지망생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독서모임, 책의 내용 뿐 아니라 내부 레이아웃과 구성, 트렌드에 대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독서모임, 모두 편집자가 되는 게 아니더라고 목표를 향해 함께하는 독서모임, 이런 이름 붙이기 좋은 이야기들을 더한 독서모임이었다. 겨울 끝자락에 교육을 시작하면서 모였고 이젠 가을이 끝나 겨울의 초입부에 들어가는데 다들 고민이 많지는 않을까. 나도 앞으로 뭘 더 준비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으니.


 오늘의 모임 장소는 강남, 강남부터 사당까지 유기적으로 장소를 옮기면서 모임을 가지고 있다. 참석자분들이 방문하기 좋은 위치가 2호선 어딘가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경기도에 살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어딜 가도 1시간 언저리의 시간대 거리라서 어디든 모임만 열린다면 신나게 찾아가고 있고.


 요즘 한 명이 다음 모임에 쓸 책을 큐레이팅해서 고르는 방식으로 바뀐 후 다음 북큐레이터는 어떤 책을 선택할까 기대하게 된다. 당장 이번 선정 도서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도 모두 이름을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한 책이지만 한편으로는 또 굉장히 난해하다는 평이 많아서 쉽게 읽지 못하는 책이기도 했는데 회원님이 골라주신 덕분에 읽게 되었으니. 예전처럼 모두 읽기 좋은 범용적인 책을 선택하는 방법도 좋았지만 이런 식으로 책을 선정하는 거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오늘 모임 장소는 내가 골랐다. 소금 커피가 맛있는 카페라고 하길래 '소금 커피? 얼마나 맛있을지 기대되는데?'하고 개인적인 욕망에 장소를 던졌더니 모두 호응해주셨다. 물론 내부 인테리어나 같이 이야기하기 좋을까 사진도 챙겨보지 않은 건 아니다. 단지 소금 커피에 대한 궁금증이... 이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도 아마 오늘 글 끝자락에 떠들지 않을까?


"오늘 책은 알아야하는 배경 지식이 너무 많아요."


 간단하게 인사를 나눈 후 본격적으로 독서모임을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나온 이야기였다. 사실 나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나오는 묘사가 종교, 신화, 예술, 역사, 문학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산발적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부분에 배경지식이 없는 독자라면 읽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아마 이런 묘사가 나올때마다 어렴풋하게 넘겨짚고 넘어가는 일이 많지 않았을까.


 나는 그 이야기에 한마디 더해 번역가 해설이 뒤에 붙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게 드는 도서였다고 말하면서 웃었다. 돈 후안과 트리스탄에 대한 이야기, 『15소년 표류기』에 대한 이야기(이마저도 책 내부에서는 '2년간의 휴가'라는 부제로 나오기에 이 사실까지 알지 못하는 독자는 그냥 3년 가까이 새로운 일을 하고 있으니 그걸 휴가라 묘사한건가? 정도로 넘겨짚을 수 밖에 없다.), 예수 탄생 설화와 오이디푸스 신화, 6부 대장정에서 나오는 미국 배우에 대한 묘사, 니체의 영원 회귀, 지금 정리를 하는 와중에 간단히 떠오르는 이야기만 해도 이정도다.


 한마디로 짚고 넘어가면 끝없이 짚고 넘어가고 모르는 채로 넘어가면 전부 모르는 채로 넘어갈 수 있는 책이라는 이야기다. 그렇기에 나도 이번에는 굉장히 집중하면서 모르는 부분은 찾고, 아는 부분은 해석하면서 고민하는데 꽤 많은 시간을 쏟으며 읽지 않았나 싶다. 다른 회원님들도 모두 같은 반응이었고.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일단 토마시가 보여준 놀라운 여성편력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먼저 나왔다. 육체적인 개념을 상징하는 토마시가 보여준 행동들, 아마 각자 정도가 다르겠지만 모두 부담스러움을 느끼며 읽지 않았을까. 캐릭터들 간의 대비를 더 비추기 위해 이런 극단적인 묘사를 썼다고 생각이 되지만 이에 대해 과도한 부담스러움을 느낀 회원님들도 분명히 있었다.


 나는 이 부분에 대해 조금 웃긴 해석이라 할 수도 있지만 직전 세대의 남성상을 떠올리며 읽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벨 에포크 시대의 남성들, 1차 세계대전 이후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의 남성들, 그리고 그 이후 시대의 남성들. 여성편력이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쓸 이유도 없을 만큼 당연했던 시기도 있었고, 여성편력이 자랑이던 시대도 있었지만, 토마시가 사는 시대는 그게 더이상 자랑거리가 아닌 시대가 되었다. 이런 생각이 갑자기 왜 들었는지. 확실히 1800년대 후반~1900년대 중반 사이에 가정 내의 남성, 여성상은 확실히 달라졌다. 소설에는 과거의 남성상에 대한 이야기까지, 그런 시대상적인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지만 토마시를 가벼움의 대명사처럼 묘사하는 장면에서 이런 해석이 머리속에 깊게 박힌 느낌이었다.


 그리고 애완견 카레닌에 대한 이야기, 카레닌의 이름을 짓는 과정에서 나왔던 동성애에 대한 묘사를 향한 성토도 있었고 카레닌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었다. 개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개는 늘 정해진 삶을 산다. 아침 시간대, 혹은 저녁 시간대에 산책을 다녀와야하고 밥 먹는 시간, 그 외의 시간까지 모두 정해진 시간대에 맞춰 움직인다.


 나는 개를 키우지는 않지만 개를 키우는 친구에게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들었고 또 산책할 때 자주 함께하고는 했기에 이런 몇 번씩 나오는 카레닌은 정해진 삶을 산다는 묘사가 익숙하게 다가왔다. 당장 친구네 집 개도 새벽 5시 30분에는 산책을 나가야 하고, 저녁 7시에도 산책을 나가야 하고, 무조건 배변은 집 밖에서 봐야하고(이건 깔끔한 진돗개의 특성이라고 한다.), 밥은 몇 시에 어디서 먹는지, 간식은 어디서 먹는지... 거의 모든 걸 자기가 정해놓고 산다고 하니, 책에서 나오는 챗바퀴와 같은 삶이라는 묘사가 의외로 쉽게 받아들여졌다고 해야하나.


 결국 카레닌을 향한 반복되었던 일상 묘사는 마지막 7부의 클라이막스를 모두 연결해주는 이야기가 아니었나, 그런 이야기를 꺼냈고 모두 맞는 거 같다는 반응을 보여줬다. 늘 같은 일상을 살던 카레닌과 달리 두 사람은 -여성편력부터 직장, 정치적 신념과 사회적 외압까지 다양한 이유로- 일정하지 못한 직선적인 삶을 살았지만 마지막이 되어서야 모두 카레닌과 맞물리는 삶을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 서양권의 고전 소설-특히 톨스토이의 소설-을 보면 농민들은 챗바퀴같은 삶의 상징이라는 듯한 묘사가 자주 나오고는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농사를 짓고, 기도하고, 함께 식사하고, 일을 마무리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는 챗바퀴같은 일상. 


 카레닌의 일상과 맞물렸다는 이야기로 그제서야 그들의 삶이 가족이라는 형태로서 안정되었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고, 다른 분들의 해석을 더해보자면 가벼움과 무거움 그 사이의 접점을 찾는 것에 대해 4명의 주인공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그 중간을 찾았지만 토마시와 테레자, 두 사람은 가족이라는 형태로 찾게 되었다. 나는 그런 해석을 내렸고 모두 이런 해석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며 독서모임을 마무리했다.


 사실 나눈 이야기를 모두 꺼내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소설 내재적인 이야기 이상으로 외부 시대상과 당시 사회상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왔기 때문에. 그정도로 이번 독서모임도 알찬 시간이었고 오히려 내가 고른 다음 책에서 이정도 이야기가 나올까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다. 다음 큐레이터는 내가 맡게 되었고 도서는 건축가 구마 겐고의 『연결하는 건축』으로 선정했다. 『연결하는 건축』은 안그라픽스에서 나온 구마 겐고의 두 번째 책으로 대담집 형식으로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책이라고 한다. 나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점 선 면』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기에 추천해봤고, 또 최근 『점 선 면』을 읽기 위해 사셨다는 회원님도 계셔서 한편으로는 너무 붕뜨는 독서모임이 되지는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모임 외적으로는 서로 일상과 앞으로의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12월 말에 있을 그래픽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회원님은 대학원을 생각해봤다는 이야기를, 또다른 회원님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셨다. 대학원 이야기를 꺼내신 회원님과 비슷한 나이대의 후배가 최근 대학원에 진학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생각이 있으시다면 힘내서 해보시라는 응원을 건넸다. 나도 빨리 새로운 걸 배우고 싶은데, 그래픽 교육이 12월 말에 시작하는 건 예상하지 못했어서 갑자기 붕 뜬 기분을 느끼고 있다. 두 달의 시간은 어떻게 보낼까. 그 사이에 취업활동을 안하지는 않겠지만, 이 묘한 감정을 빨리 씻어내야 하는데.



소금 커피는 기대보다 심심했다. 위에 크림을 입에 머금은 채로 아래 커피를 마시고, 이런 식으로 맛을 보다가 마지막에 섞어서 마무리! 특별한 맛을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뭐라고 해야하나, 강남의 소금 커피 맛집! 이라고 광고하기에는 그냥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소금 커피가 아니었나... 기대했던 만큼 실망도 크게 다가온다.


 독서모임은 같이 점심을 먹는 걸 끝으로 완전히 마무리했다.


 독서모임이 끝난 시간 2시 남짓, 앞으로 뭘 할까 고민을 하다 친구를 불렀다. 그리고나서 친구와 함께 마신 음료!



이번에는 레몬국화차를 마셨다. 사진 찍는다고 하니까 저딴 포즈는 왜 하는 거야. 이 자리 후에 맥주나 한잔 하면서 좀 놀면서 보낼까 했더니 갑자기 직장에 문제가 생겨서 일요일 새벽에 출근해야 된다는 연락이 왔다. 그래서 결국 저 친구네 집 멍멍이 산책만 같이 해주고 급하게 종료. 뭐 그래도 거진 8시가 되어서야 집에 들어왔지만. 후에 F1 경기를 본다고 새벽까지 깨있었던 걸 생각하면 진짜 저 날을 바쁘게 보내기는 했다.


 이제 다음 모임은 12월이다. 이제 캠페인도 끝났고 당분간 일도 없으니 다시 취업준비에 힘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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