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갈릴레오』외 9권
6월 독서리뷰를 보통 다음 달 시작하고 5일 내에 쓰는 편이었는데 이번에는 너무 많이 밀렸다... 여기에 쓰고 있지는 않지만 F1 경기가 있을 때마다 해당 서킷의 레이아웃과 서킷에 대한 설명을 쓰는 가이드 글을 다른 곳에 쓰고 있기도 하고, 학원이 끝나는 기간이었다보니 일자리를 알아본다고 다른 곳에 서평을 써서 보내다가 이 글이 후순위로 밀렸다. 사실 한 번 쓰기 시작하면 최소 2시간, 3시간은 잡아야 하는 글이니까 자꾸 뒤로 미룬 점도 있었고...
6월 독서 리뷰라고 하지만 읽은 책을 보면 대다수가 시리즈 물이다. 「탐정 갈릴레오」시리즈 6권, 「리제로」시리즈 3권, 그리고 「풍요의 바다」시리즈 1권. 새로 시작한 시리즈와 과거부터 읽기 시작한 시리즈가 혼재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소설을 너무 많이 읽는가? 싶으면서도 7월에 들어서는 또 다른 책들을 많이 읽어서 그렇지만은 또 않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그건 7월 독서 노트에서 보여지겠지만. 그러면 7월의 독서 리뷰, 정리해보겠다.
1. 탐정 갈릴레오 - 재인
사실 이 작품은 뒤에 나오는 『예지몽』과 세트로 묶어서 리뷰하는 게 맞는 도서다. Whodunit, Howdunit, Whydunit, 추리소설의 기반인 3요소 중 How에 집중하는 해당 시리즈는 유가와 미나부라는 탐정을 통해 과학적 사실을 기반으로 추리에 임한다. 그래서 범인의 심리, 추격과 탐문에는 강하지만 과학적 지식이 약한 형사들에게서 정보를 얻어내 이를 기반으로 어떻게 살인을 저질렀는지 찾아내는 것.
그래서 왜 『예지몽』과 묶어서 리뷰해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하면, 결국 두 소설은 단편모음답게 유가와 미나부가 어떤 인물인지를 설명해줄 수는 있어도 그를 도와주는 연결점과 같은 캐릭터들, 그리고 다른 배경까지는 세세하게 다루지 못하고 있었다는 문제 때문이다. 모든 추리소설이 그렇지 않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특히나 두 소설은 공통된 문제를 가지고 있다. 사건이 발생하고, 형사들이 답을 찾지 못해 그를 찾아가면, 그가 실험을 통해 어째서 이런 기묘한 일이 발생했는지 증명하는 루트가 반복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연결점 역할을 맡는 이는 사실 탐정의 절친한 대학 동창이 아니고 다른 누가 되어도 상관이 없는 수준이었다는 의미다. 조금 과하게 말하자면 레스트레이드 경감과 같은 인물이 나왔어도 상관없었으리라.
『예지몽』과의 공통적인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이번에는 차이점을 말해보려고 한다. 이 작품은 어쨌든 시리즈의 첫 작품이고 유가와 미나부라는 물리학자가 처음 등장한 시리즈기 때문에 과학적 사고와 과학적 지식과 기술이 들어간 살인에 집중한다. 그래서 첫 살인 방식부터 레이저 절단기의 강한 레이저를 이용해 사람을 실수로 죽이는 등 일반적인 살인 방식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기상천외한 방식들이 나오는데, 이는 모두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공계 출신이 아니었다면 상상할 수 없는 트릭과 복선 배치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쁜 작품이냐, 좋은 작품이냐, 따지면 그냥 무난무난한 작품이라 말하고 싶다. 추리소설은 재미도 중요하지만 트릭의 완성도가 중요하고, 그런 의미에서 아예 말도 안되는 작품이 나온 건 아니니까. 그렇다고 엄청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2. 예지몽 - 재인
『예지몽』또한 위에서 이야기한 단점들을 그대로 답습한다. 무언가 문제가 생기고 이제는 형사들 사이에서 '갈릴레오 선생'이라고 불리게 된 유가와 미나부가 그 문제를 듣고는 이렇게 저렇게 정보를 취합하고 정리해서 답을 찾아낸다. 차이가 있다면 지난 작품은 '과학'에 포커스를 두고 이번 작품은 '오컬트'적인 요소에 포커스를 뒀다는 점이다.
제목처럼 이번 작품은 유령, 폴터가이스트, 예지몽과 같은 이야기들을 과학자의 시선에서 과학과 실험으로 풀어내려고 하는 모습이 다수 보인다. 유가와 미나부는 처음 의뢰를 받을 때만 해도 '나는 과학자이지 심령술사가 아니다.'라는 태도로 일관하며 그런 부분까지는 해결해줄 수 없다고 하지만 형사들이 미리 취합한 데이터를 들으면서 사실 이런 부분은 과학으로 증명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이를 실제로 실험으로 증명해낸다는 점이 이 소설의 핵심 포인트라는 이야기다.
가설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실제로 증명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그의 스탠스를 지난 작품과 이번 작품에서 디테일하고 보여주는 것도 해당 작품의 포인트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용의자 x의 헌신』부터 읽는 독자들도 많지만 나는 이전에 놓여진 단편모음을 먼저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세 번째 소설부터는 주위 캐릭터들의 캐릭터성이 정립되기 시작하지만 첫 작품과 두 번째 작품은 유가와 미나부가 어떤 인물인지, 어떤 사고를 하고 있고 자신의 과학 철학은 어떤 스탠스인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떄문이다. 그래서 이 작품과 위 작품을 읽으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탐정 갈릴레오」시리즈에 대한 이해도가 한층 깊어지리라 생각한다.
3. 리제로 4, 5, 단편선 - 노블엔진
이렇게 묶어서 다루는 것도 별로긴 한데 반대로 할 말도 딱히 없는 소설. 재미있기도 하고 지금 지나는 4권, 5권이 애니메이션 1기에서 가장 빛나는 장면이었지만 반대로 여전히 답답한 부분이 너무 많은 파트다. 특히나 아무 것도 할 수 없이 무력하게 무너지는 주인공 이야기가 계속 반복되고, 또 주인공 또한 감정에 사로잡혀 화만 내는 상황이니 나도 가볍게 읽기가 쉽지 않아서 다음 권을 좀처럼 펼치지 못하고 있다. 아마 이번 달에는 6권을 읽지 않을까 생각중.
참고로 6권 또한 이 소설 초반부의 하이라이트 부분이기도 하다.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애니메이션을 먼저 봤기 때문에 시기상으로 정확히 6권이 하이라이트라는 걸 알고 있는데도 읽기가 어려워...
4. 용의자 x의 헌신 - 재인
https://brunch.co.kr/@curry-bear/158
이 부분은 서평으로 대체하겠다.
5. 성녀의 구제 - 재인
국내 출간 순서가 잘못된 소설 1, 이 소설을 펼치면 갑자기 처음 보는 인물이 등장한다. 주인공의 친구 쿠사나기 슌페이의 후배로 보이는 우츠미 카오루라는 형사다. 여형사는 소설의 시작부터 불만스러운 태도 절반, 수사팀과 어울리지 못하는 태도 절반으로 엉거주춤한 스탠스를 보인다. 이런 행동의 기저에는 여성 형사라는 역할이 가지는 상징성, 그리고 팀에서의 대우에 대한 불만이 있고 다들 자신을 여자라는 이유로 팀원이라기 보다는 조심스럽게 대해야 하는 존재 정도로 인식하는 것에 대한 반동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이 인식을 깨고 형사로 거듭나고자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때로는 억척스러운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런 캐릭터의 등장은 좋다. 아니, 굳이 따지자면 일본의 추리 형사물에서 꼭 나오는 전형적인 캐릭터 1이니까 오히려 안나오면 이상하다. 문제는 이런 캐릭터가 단기성 에피소드에 소비된 이후에는 병풍과 같은 캐릭터로 변모한다는 점인데, 이런 우려를 작가는 시원하게 씻어낼 수 있을 만큼 캐릭터에 공을 들이고 그녀에게 역할을 훌륭히 부여한다. 이는 전작인 『용의자 x의 헌신』 덕분이다. 전작에서 이미 쿠사나기 슌페이에게 역할을 부여했고, 유가와 미나부의 친구이자 형사와 그 사이의 징검다리 역할 이상으로 탐문과 정보 수집, 그리고 이를 취합하는데 정통한 형사라는 포지션을 입혀놨기 때문에 새로 나오는 우츠미 카오루에게 그와 반대되는 감각파 형사라는 옷을 입혀도 위화감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셋은 각자 정보를 취합하고, 때로는 감각적인 서포트를, 때로는 정통 형사로서의 서포트를 이루면서 이번 사건을 해결해낸다.
여기까지가 순서가 잘못 나온 소설에 대한 리뷰다. 사실 이 이야기는 전부 필요없는 이야기다. 왜냐하면 출간 순서가 올바르게 되었다면 이런 위화감을 억지로 씻어내면서 우츠미 카오루에 대해 이런저런 평가를 내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원래 『성녀의 구제』이전에 『갈릴레오의 고뇌』라는 단편선이 있었다. 이는 다음에 다뤄지는 소설로 여기에서 우츠미 카오루가 먼저 등장한다. 즉 우츠미 카오루의 캐릭터성은 이미 지난 작품에서 정립된 상태라는 의미다. 만약 전작을 읽었다면 더 쉽게 이 소설을 풀어낼 수 있었을텐데, 솔직히 순서가 뒤바뀌면서 나도 혼란스러웠던 점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그래서 더욱 안타까운 소설. 그와는 별개로 재미는 있었다, 그리고 트릭도 참신했고.
6. 갈릴레오의 고뇌 - 재인
국내 출간 순서가 잘못된 소설 2, 『용의자 x의 헌신』이후로 나오는 단편집이다. 전작 이후로 유가와와 형사팀 사이 거리가 멀어지는데 이 간극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새로 등장하는 우츠미 카오루의 캐릭터성을 정립시키기 위한 단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여기에서 카오루는 신입 형사로 자신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받는 대우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고, 그러면서도 여성이라는 점을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이용하려고 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래서 여성이기 이전에 형사로서 자신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에 대한 고민을 품기 시작하는 스토리라고 봐도 될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유가와 미나부와 그녀 사이의 미묘한 연애 전류가 흐르기 시작하는데 아직은 둘 사이에 특별한 일이 없지만 이미 주위에서는 미묘한 기류를 알아차린 듯 갈릴레오가 젊은 여형사를 노리고 있다는 식으로 소문이 퍼지는 모양이다. 솔직히 추리소설만큼 순정만화를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는 그런 이야기가 나오면 소설을 끊을 수가 없다... 사람 죽고 범인 찾는 이야기도 좋지만 둘이서 나은 관계로 발전하는 이야기도 있겠지? 기대하며 다음 권을 계속 펼친다.
7. 한 여름의 방정식 - 재인
이번 작품은 기존 「탐정 갈릴레오」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성향을 보인다. 시리즈의 탐정 유가와 미나부는 아이를 싫어한다는 이야기를 과거부터 꾸준히 해왔다. 아이는 비이성적인 존재여서 상대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지만 이번에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사실은 이번에 등장한 아이가 평범한 아이들과 달리 시니컬한 캐릭터기도 했고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이었다.) 휴양지에 와 있는 사이에 아이와 함께 여름방학 실험을 함께 하면서 사건을 추리해 나간다.
이번 이야기는 살인사건도 있지만 그보다 아이의 미래, 스스로 생각하는 삶과 같은 주제의식과 점점 도태되는 지역 휴양지, 파괴되는 자연과 같은 이야기가 같이 담긴 휴머니즘적인 스토리다. 특히나 일본은 땅이 넓은 만큼 버려지고 있는 도시와 없어지고 있는 마을이 늘고 있다. 이에 대해 사회파 작가들은 소설로 이를 다루기도 했고 정치권에서도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런 사회상을 담은 스토리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당장 근래에 읽었던 요네자와 호노부의 『I의 비극』이 이를 직접적으로 다룬다면 『한 여름의 방정식』은 간접적으로 이야기를 다룬다고 할 수 있겠다.
작품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마지막에 있다. 우리의 탐정은 이번에 범인을 찾아내고 사건을 진실로 이끄는데 힘을 쓰지 않는다. 대신 함께했던 아이가 언젠가 진실을 알았을 때 이 사건을 어떻게 기억하면 좋을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아이는 결국 친척에 의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사람을 죽이는데 동조하고 말았다. 만약 자신이 어떤 잘못을 했는지 알지 못한 상태로 살다가 다른 누군가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분명 마음에 큰 상처가 남았으리라. 하지만 유가와와 함께 해온 수많은 실험들은 스스로가 한 일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자신이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어렴풋하게나마 깨달았기에 미래에 이 사건의 진상을 마주하게 되더라도 스스로 생각하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은 것이다. 그렇기에 이 소설은 추리소설로서의 완성도도, 인간적인 감정,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소설 본연의 역할로도 훌륭한 작품이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8. 달리는 말 - 민음사
https://brunch.co.kr/@curry-bear/162
달리는 말의 서평에 대해서는 지난 독서노트에 적어놓은 내용으로 대체해도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일본의 불교, 불교가 사무라이는 물론 일본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고 어떤 존재였는지를 다시금 생각하면서 읽으면 더욱 즐거운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과거 사무라이들은 전장에서 죽는 것을 가장 큰 명예로 여겼지만 반대로 전장에서 죽는다는 사실을 두려워하기도 했다. 아니, 생각해보면 인간은 누구나 그렇다. 죽는 게 두렵지 않을리가 없지. 그렇기에 사무라이들은 더욱 절실하게 불교를 믿었다. 내세에 대한 믿음, 극락정토로 향할 수 있다는 강렬한 믿음 때문이다. 말하자면 바이킹들이 죽은 후에 진정한 전사들이 갈 수 있는 장소, 발할라로 향한다는 믿음과 같다. 불교는 무사도를 넘어 일본인들의 삶이 되었고 1900년도까지도 그 정신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물론 메이지 유신 당시 폐도령과 함께 사무라이, 낭인들도 사라졌지만 무사도라 불리는 그 정신만은 끊임없이 이어졌고 불교 또한 이와 엮여 일본인들의 내재된 마음 속에 존재해왔다고도 할 수 있겠다.
「풍요의 바다」는 4부작으로 현재 2권까지 1910년, 1930년의 이야기를 다뤘다. 앞으로 남은 이야기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그리고 더욱 발전한 일본에 대한 이야기다. 시간이 흐르며 일본인들은 전쟁과 멀어지게 되고, 불교 또한 죽음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환생이라는 내세에 대한 생각을 중심으로 만들어졌기에 기독교 사상이 서양에서 들어오면서 점점 세가 약해진다. 과연 그 이야기가 어떻게 풀려나갈까? 지금 3권과 4권을 모두 사놓은 상태라 앞으로 남은 시간마다 틈틈히 읽어보고자 한다.
이렇게 6월의 독서 리뷰도 끝났다. 사실상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세계관 알아보기와 같은 글이 되어버렸는데, 다음 달에는 다른 책들도 많이 읽어서 새로운 서평을 또 가져와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