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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레맛곰돌이 Apr 08. 2024

밤양갱

이마트에 가면 양갱 묶음 세트를 이벤트라고 하면서 팔고 있다. 주위에서는 숏츠를 틀 때마다 이 노래가 나온다고 한다. 나는 그때마다 비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한국보다 미국에서 더 유명한 가수. 빌보드 차트에도 오른 적이 있는 가수. 무대 퍼포먼스와 팬서비스로 유명한 가수. 크라운해태 회장님을 웃게 만드는 가수.


 장황한 설명이 끝나고 뒤따라 붙는 말, 참고로 난 밤양갱 아직 못 들어봐서 어떤 노래인지 모른다.




요즘 '90년대'라는 책을 읽고 있다. 2022년 아마존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는 그 도서, 미묘하게 한국에서는 잘 나가지 못했던 그 도서. 읽고 있으니 왜인지는 알 것 같다. 아니, 정확히는 잘 나가면 잘 나가는 대로 이유를 붙일 수 있을 거 같고 못 나간다면 그건 그거대로 이유를 붙일 수 있겠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재밌다는 이야기 정도일까.


 사실은 조금 빨리 읽고 싶었다. 서평에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매 챕터를 읽을 때마다 한 마디씩 떠올랐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90년대의 문화, 분위기 이전에 당시 90년대를 살아가는 통칭 'X세대'를 정의했던 순간부터 다루고 있다. 이 과정이 마치 지금의 'MZ세대'라고 모두를 묶는 일련의 과정들과 비슷하게 느껴져서 웃음이 나왔다.

 그 후에는 90년대의 음악, 정확히는 마지막 전성기를 보낸 록을 향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너바나의 'nevermind'에 대한 이야기. 막상 쓰기 시작하면 끝이 없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서평에 쓸 이야기가 줄어들까 두렵지만 짧게만 평하자면, 책에서는 그럿지나 펑크 록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만 너바나의 존재는 얼터너티브 록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열었다는 점, 그 영향이 동양에도 퍼졌다는 점, 국내 인디 씬은 90년대 중반까지도 너바나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그들의 커버곡이나 연주하던 시절에 언니네이발관이 나타났고 얼터너티브 록을 나름 한국적인 색채로 재해석했다는 점. 이 책은 당시 문화에 관심이 많으면 많을수록 자신이 알던 정보를 더해 재미있게 읽을 요소가 많다는 점이 독자들의 독서포인트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독서와는 별개로 사는 이야기를 담고 싶어서 브런치를 켰다. 서문에서 이야기했지만 나는 밤양갱을 아직까지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오늘 형과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생각이 났고 카카오 미니C를 통해 밤양갱을 들었다. 내가 알던 비비의 노래 스타일과 달라 처음에는 이 노래가 맞냐고 형에게 다시 물어보기도 했다.


 다시 듣고 싶어 유튜브로 뮤직비디오를 봤고 그 직후가 지금이다. 가사가 예쁘네, 노래를 예쁘게 부르네, 뮤직비디오도 심플하고 덤덤해서 좋네, 장기하 무던하게 잘 생겼네... 잡다한 생각이 들지만 결국 내 마음을 흔드는 부분은 하나다.


나는 흐르려는 눈물을 참고

하려던 얘길 어렵게 누르고

'그래 미안해'라는 한 마디로

너랑 나눈 날들 마무리했었지


 이제 한 주의 시작이다. 이력서를 넣은 회사에서 돌아오는 연락은 없다. 부족했겠지, 어디서 새로 채울까. 4월은 책과 가까워지는 기간으로 삼으려고 한다. 차분하게 읽고 서평을 쓰는 순간을 즐기는 한 때로 기억하고 보내고 싶다. 벌써 완연한 봄을 넘어 여름이 되고 있는 중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더운데 지금 이 순간을 무던히 잘 보내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내가 되어야지.




그런데 밤양갱 생각보다 발음이 너무 귀엽지 않나? 밤양갱, 방양갱, 반냥갱, 아무렇게나 혀를 톡톡 튕기며 내는 이 소리가 왜 이렇게 귀여운지, 당분간은 집에서 밤양갱, 밤양갱, 추임새 넣듯 흥얼거리며 다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뮤직비디오를 괜히 봤다는 생각도 든다. 아마 당분간은 뮤직비디오가 계속 생각날거다. 좋은 의미로든 날 망치는 해로운 의미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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