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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레맛곰돌이 Apr 12. 2024

7. 90년대 - 온워드

나는 90년대에 태어났다. 밀레니엄 시대의 개막을 기억할만한 나이는 아니었고, 내 가장 어린 시절의 기억은 2002년 월드컵이었다. 당시의 나는 축구 경기를 하는 날이면 아버지가 사 온 치킨, 그리고 치킨을 사 오는 아버지를 좋아하는, 그러면서 막상 축구는 공이 굴러가는구나~ 정도로만 보고 있는 그런 아이였다고 생각한다.


 90년대의 가치를 알게 된 것은 음악을 좋아하게 되면서였다. 록, 발라드, 록발라드, 힙합. 대중음악은 90년대와 2000년대라는 산맥을 넘으며 몇 차례 변했다. 내가 좋아했고, 아직도 좋아하는 가수들은 지금도 그 시대에 살고 있다.


 90년대라고 말하면 먼 옛날처럼 느껴지지만 아직 30년밖에 되지 않았다. 아니, 30살도 되지 않은 녀석이 '30년밖에'라고 표현하니까 조금 어감이 이상한가? 어쨌든 그 시대의 문화와 예술은 아직까지도 가끔씩 우리의 곁을 나다니면서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90년대는 어떤 시대였을까, 정확히는 90년대는 우리 기억 어디에 위치하고 있을까.




 4월 야간타임 독서모임의 도서로 90년대가 선택되었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이 책을 이미 광화문에서 한번 본 적이 있었다. 한겨레 출판학교 당시 90년대에 관련된 신간 계획서를 작성한 학우님이 있었고, 그 분의 계획안에 대해 간단하게 정보조사를 하기 위해 광화문에서 90년대와 관련된 책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 때 본 책이 이 책이었다. 90년대. 아마존에서 2022년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는 책,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는 책, 하지만 국내에서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책. 어째서였을까. 확실한 것은 끝까지 본 결과 원고, 번역문의 문제는 아니었다는 점이다.


 이 책은 온워드에서 낸 528 페이지의 도서다. 140X210 국판에서 가로를 조금 자른 국판 변형판인 이 도서는 국판이 가진 장점과 단점을 생각해 국판 변형으로 판형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원본 도서(해외에서 출판된 도서) 또한 140X210 해당 판형을 사용하고 있다. 이 판형의 장점은 내가 느끼기에는 독서, 소지의 편리성과 더불어 한 페이지 내에 글자를 많이 담아도 독자 입장에서 읽기에 괴롭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리라 생각한다. 문제가 있다면 500 페이지를 넘기는 시점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에 처음 집었을 당시 거부감이 든다는 점 정도.


 실제로 최근 인문교양계열 도서 중 판매고를 올리는 도서를 보면 300~400 페이지 내외로 페이지가 결정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무거운 책은 일단 집기가 부담스럽고, 또 설사 집어서 샀다고 하더라도 가방에 넣고 다니기에는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늘 하는 생각이지만 책은 이제 핸드폰과 싸워야한다. 그렇기에 핸드폰처럼 경량화되고 페이지 수가 줄어드는 것도 시대의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정보와 이야기를 담아야하는 인문교양이기에 에세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힘들겠지만.


 나는 보통 수려한 디자인을 가진 책을 보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넘어간다. 그건 세일즈포인트가 될 수도 있지만 요즘에는 다들 수려하고 깔끔한, 정갈한 인상을 주는 책을 찍어내기 때문에 이제는 세일즈포인트보다는 그게 기본 사항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왜 책 디자인에 대해 장황하게 떠드나 대충 짐작했을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적은 디자인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국내판과 해외판의 이미지를 보면 조금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국내판의 경우 90년대 레트로 감성을 컨셉으로 삼았다. 그렇기에 픽셀 그래픽 컨셉과 더불어 색상 또한 그 시절에 쓰이던 색상으로 결정한 모양이다. 그렇지만 국내판의 가장 큰 문제는 다름아닌 프리즘 코팅에 있다. 건물 너머 석양을 표현하기 위해 프리즘 코팅을 발라놓은 것이 오히려 독자 입장에서는 마치 그 시절의 게임, 장난감을 리뷰하는 도서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안의 내용물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 책은 80년대의 끝을 시작으로 90년대 초의 음악, 미디어와 영화, TV와 같은 삶에 가까운 이야기를 다루다 마지막으로 90년대를 관통하는 미국의 대통령, 빌 클린턴과 그리고 911테러를 향해 달려가는 시대상을 끝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있다. 즉 이 책을 읽을만한 독자는 30대~40대, 미국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이지 현실적으로 20대가 되기가 힘들다.


 원고를 읽어보면 해당 작가의 글솜씨와 풀어내는 능력이 느껴진다. 너바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락의 본질을 무심코 떠올리게 하고, 만들어진 락커라는 이미지가 떠오르게 한다. TV와 미디어, 영화와 드라마 이야기를 하면서 국내 더빙되어 들어온 X파일을 떠오르게 하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나오는 타이타닉 속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기 더욱 아쉽다. 이 재미있는 책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또 서점 어딘가 책장에 꽂힌다는 생각에... 사랑받는 책을 만들기란 어렵다.




 어제 독서모임에서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사실 이 글은 독서모임 가기 전에 쓰고 있었던 글인데 독서모임 시간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중간에 저장해놓고 떠난 감이 없잖아 있다. 서평에는 최대한 내 생각만을 담고 싶었기에 독서모임에서 나온 이야기는 담지 않았고, 독서모임에 대한 이야기는 추가로 또 쓰려고 한다.


 참, 사랑받는 책을 만드는 게 어려운 일이구나... 이렇게 재밌는 책인데... 한편으로는 나처럼 얕게 뭐든지 알려고 하고 음악을 좋아해서 어렴풋하게 아는 사람들이나 이 책을 읽으면서 웃지 아니면 나오는 고유명사와 어려운 이야기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나 곤란한 얼굴을 할 사람들을 생각하니 나 또한 책을 만든다는 일에 대해 고민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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