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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레맛곰돌이 Apr 12. 2024

4/11 90기 독서모임 야간 1회차 후기

90년대

90기라는 제목을 보면 감이 오겠지만 독서모임 참가자는 한겨레 출판편집스쿨을 함께 다녔던 학우들이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도 교육을 받는다고는 하지만 대다수는 20대와 30대로 구성되어 있고, 그들은 요즘 사회에서 속히 말하는 MZ세대에 속한다.


 우리는 90년대에 기억조차 하기 힘든 어린 아이거나, 혹은 학생이었다. 이들에게 90년대에 대한 특별한 감정이 있을까? 음,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90년대에 대한 동경이 있다. 록 음악의 마지막 전성기, 한국에서 록발라드가 가장 빛났던 시절, 지금은 전설이라 불리는 발라더들이 살아 숨 쉬던 시절.


 모두 어떤 감정을 가지고 이 책을 읽었을까, 오늘의 모임은 남영역 근처 서울광역청년센터에서 가졌다.




 주간 1회차가 끝나고 2주 후, 솔직히 나는 이제 책을 가까이하기 위해 집에서 책만 읽고 있으니 가능한 일정이라 생각하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조금 급하게 돌아가는 일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야간타임에 총 4명의 인원이 참석해 줬다.


 인사와 더불어 서로 잘 지냈냐는 인사말 후 서로 이야기하는 책에 대한 간단한 후기, 이해하기 어려웠다. 고유명사가 너무 많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읽었다. 사실 90년대에 대한 특별한 감정도 생각도 없던 독자가 생각하기에 가장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본 도서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각자 90년대에 대해 어떤 감정, 혹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눠봤다. 


"90년대 미국에 대한 동경과 당시에 대한 관심이 있었죠."


"저는 록이라는 장르를 좋아해서 90년대 한국 인디신에 영향을 준 미국의 음악 문화에 관심이 많았죠."


"그냥 어느 정도 아는 편인데 크게 관심을 가져본 적은 없네요."


"90년대 미국에 대해 잘 모르는 편이에요... 책 디자인이 예쁘길래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으려나 생각했는데 오히려 너무 어려워서 더 힘들었네요."


 비슷한 세대를 함께한 독자 4명이 모였음에도 이렇게나 90년대에 대한 생각과 감정의 차이를 보였다. 사실 여기 있는 4명이 90년대 미국을 향한 감정을 정확히 4등분으로 나눠 보여주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미국을 좋아하거나, 혹은 나처럼 특정 장르 때문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이상 미국의 역사는 가까운 듯 먼 존재다. 무엇보다 더 이상 미국의 문화를 우리가 무조건적으로 동경하지도 않을뿐더러 90년대에 유행했던 문화는 24년 기준에선 이미 한 물 가버린 문화다. 그러니 모르는 것이 당연할 수밖에.


 우리들 4명이 가진 시선처럼 그 후의 이야기도 2가지 평으로 이어졌다. 너무 어렵다는 이야기와 아이러니하게도 쉽게 쓴 것은 좋은데 너무 생략되었다는 이야기. 실제로 내용을 읽어보면 500 페이지를 넘는 인문교양서적임에도 90년대라는 시대 아래에 존재했던 수많은 장르를 다루고 있기에 때로는 생략하고, 때로는 쉽게 짚고 넘어가는 부분이 있었다. 그렇기에 전혀 모르는 입장에서는 어렵지만 잘 아는 입장에서는 너무 생략되어 아쉬웠다는 이야기가 같이 나오는 것이다.


 사실 이는 책을 기획할 때 원고의 방향성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본 도서는 폭넓게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20대, 30대 독자와의 거리감을 좁히기에는 어려운 내용이다. 그렇기에 만약 이런 도서 기획을 꿈꾼다면 더 쉽고 가까이에 다가갈만한 내용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만약 그런 방향성이 아닌 아카이브적인 개념으로 접근해 '이 책을 미래에도 해당 내용이 나올 때마다 화자 될 책으로 만들겠다.'는 마음이 있다면 오히려 더 전문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 독자들이 저자의 공신력을 신경 쓰는 만큼 그들의 공신력을 만들어주는 과정도 더해야 할 것이고.


 그럼에도 공통적인 의견은 있었다. 내용은 정말 좋았다. 생각보다 이 시대를 재미있게 풀어냈고, 쉽게 풀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책이 세상에 많이 알려지지 않고 서점의 서고로 들어가는 것이 너무 아깝다. 모두에게 사랑받는 책을 만든다는 건 이렇게 어려운 일이다.




추가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디자인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렸다. 나는 책 내용에 비해 디자인이 너무 유치하고, 디자인과 본 도서의 내용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참석자분께서는 디자인이 굉장히 예쁘게 뽑혔고, 도서관에서 빌리기 위해 상호대차 서비스를 신청할 때만 해도 읽을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고 하시더라. 500 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을 받고 이게 뭐지... 하고 놀랐다는 말이 뒤에 붙었지만.


 그리고 책 내용을 뒤져보면 X세대의 명명법이라던지 인터넷 시대의 개막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런 부분들을 현대 한국 사회와 같이 비교해 가면서 읽으면 더 재밌지 않을까, 하는 간단한 감상평도 있었다. X세대에 대한 언론의 명명법과 최근 MZ세대라는 젊은 인구를 향한 명명 방식이 꽤나 유사한 것이 결국은 시대가 흘러도 사회에서는 이렇게 사람들을 묶으려고 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웃었던 기억이 나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에는 각자 사는 이야기에 대해 좀 나눴는데 다들 가고 싶은 길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들 한다. 그리고 한 분께서 과거부터 기획했던 도서가 곧 출간한다는 소식을 전해주셨다. 영화, 그리고 영화의 불법복제와 관련된 역사가 담긴 이야기라고 하는데, 솔직히 그런 이야기들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에 즐겁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나오면 바로 사러 간다고 말씀드렸다. 출간 후 읽고 서평도 쓸 테니 서평을 보시고 재밌어 보이면 많이들 사주세요!


 솔직히 이렇게 타이트한 일정 속에서도 다들 모여줘서 늘 고맙고 2주 후에 있을 주간 2회차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웃으면서 모여주면 좋겠다. 주간 2회차의 선정 도서는 폭풍의 언덕이다! 이제 야간 독서모임 도서를 읽었으니 벨 에포크, 아름다운 시대를 읽고 여유가 있으면 다른 도서를 더, 여유가 없으면 폭풍의 언덕을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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