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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레맛곰돌이 May 18. 2024

5/16 독서모임 야간 2회차 후기

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

인생이 마치 시리즈 드라마처럼 흘러가고 있다. 13일, 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 완독. 14일, 슈카월드 간병 비용 관련 영상 게시, 시청. 15일, 서평. 16일, 독서모임. 그리고 어제는 친구 외조부상 참석. 마치 죽음이 무엇인가, 죽음을 마주하는 인간의 모습은 어떠한가, 내게 보여주듯 하나의 꿰어진 구슬처럼 이어지고 있다.


 어제 장례식에 참석했다. 처음 올 생각 있으면 와라 정도로 시작된 이야기는 나중에 발인 날 관을 같이 들어주면 좋겠다는 부탁으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지 않았으니 내가 이 자리에서 글을 쓰고 있겠지만. 친구는 외조부님께 큰 추억이 없는 듯했다. 어렸을 때의 일이니 이제는 흐릿해진 기억일 수도 있고, 정말로 추억이 없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 자리에서 말하고 싶지 않았을지도. 그의 눈에는 예컨대 회한이라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 씁쓸함이라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 슬픔이라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 괴로움이라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


 발인까지 함께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는 시간이 좀 지나 그러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로 정리되었다. 연로하신 분들이 관을 든다는 이야기에 걱정되기는 하지만 인원이 충분해서 돕지 않아도 된다고 하던가. 나는 그의 배웅을 받으며 장례식장을 떠났다. 바람이 선선하고 하늘이 맑았다. 공기가 시원해 오늘 마주했던 중학교 동창들과 걷기 좋은 날이라는 농을 나누기 좋은 날이었다. 30분 정도를 걸었고, 이제 자리에 앉았다. 오늘은 후기를 쓰기 좋은 날일 것이다.




이번에는 의정부 청년센터에서 모임을 가졌다. 야간 시간대의 모임 장소를 한 곳으로 고정하면 좋겠지만, 시간도 일정하지 않고 장소도 여의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주 시간을 결정할 때 성실히 투표하고, 또 어떻게든 참석하려고 의지를 보여주는 모임 회원분들께 감사할 따름이다.


 7시가 되고 오늘 함께할 인원이 모인 후 가장 먼저 각자의 책을 꺼냈다. 그리고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구판과 개정판이 한 자리에 모였다. 최근에 우리가 다양한 판본이 있으면 책을 비교해서 본다는 사실을 하늘도 안걸까.



 왼쪽은 16년도 구판이고 오른쪽이 20년 신판이다. 신판은 근래에 나온 책답게 구판보다 가벼운 분위기, 이제는 내부 포인트컬러와 맞춘 듯한 주황색 포인트컬러, 그리고 놀라울 정도로 똑같은 내부 레이아웃을 보여주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인용문이 흐릿한 갈색(책이 조금 오래되어서 잉크가 흐려졌을 수도 있지만)에서 쨍한 주황색으로 바뀌었다 정도. 하지만 이 변경점에 대해 참석한 모든 이는 중요한 변경이라고 평했다. 구판의 인용문은 생각보다 가독성이 많이 떨어지는 색이었기 때문이었다.


구판의 인용문, 생각보다 글자색이 가독성을 떨어뜨린다.


 내용에 대해서는 다른 도서와의 비교, 관련성 찾기가 주된 주제가 되었다. 나는 지난 서평에 썼던 것처럼 이국종 교수의 골든아워와 본 도서에 대해, 그러니까 서평에서 했던 이야기처럼 같은 의학에세이임에도 냉정과 열정사이를 오가는 두 도서의 온도차에 대해 나름의 분석을 펼쳤고, 다른 회원님은 수전 손택의 '은유로서의 질병'을 언급하며 의학적 시선을 마치 전쟁광처럼 계속 전쟁에 비유하는 것을 보고 위에서 언급한 도서가 생각났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 후에는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좀 오갔다. 서로의 가족이 병원에 신세 졌던 일들, 죽음을 마주했던 일들, 서문에서 말했던 것처럼 내가 최근에 읽고 봤던 것들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 갑작스레 웃음이 나왔다. 이런 이야기를 심각하게 하는 걸 보니 나이가 들긴 들었구나 하고 생각이 들었다고, 내 헛소리에 다른 회원님들도 미묘한 웃음을 보였다. 생각해 보면 학생 때는 이런 주제에 대해 먼 나라 남의 이야기처럼 한 발 물러서서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려고 애썼던 것 같다. 이제는 남 이야기가 아니기에 함부로 말할 수 없으면서도 진지하게 대하게 되었고.


 오늘의 짧은 독서모임 끝에 우리는 또 지난번처럼 이 책은 모두가 한 번씩은 읽어보면 좋겠다는 식으로 마무리되었다. 특히 이 책은 요즘 같은 시기에 더더욱 많은 이들에게 필요하다. 죽음의 존엄성, 안락사, 죽음을 받아들이는 자세. 과거 이런 논쟁들이 정오에 펼쳐진 그림자처럼 작은 일이었다면, 초고령사회가 된 지금은 해질녘에 펼쳐지는 그림자처럼 많은 이들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사안이 되었다. 죽음에 대한 사회적 비용, 인간의 존엄성은 생명 유지만으로 지켜지는가에 대한 고찰, 네덜란드와 같은 선택적 안락사 제도가 국내에도 필요한가에 대한 진지한 논의까지. 이 책은 병원 한 구석에서 일어나기에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화두를 던지고 있다. 이 것 만으로 이 책의 존재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쓸모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막간을 통해 이야기하자면 책을 대조하면서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이 든 게 몇 가지 있었다.


1. 어째서 큰따옴표 안에 외꺽쇠를 넣어 논문을 표시했는가. 참고로 다른 논문들은 모두 외꺽쇠만 넣어 표기하고 있다.

2. 작은따옴표와 글자 사이의 간격이 너무 좁은 것이 아닌가. 이는 개정판에서만 보이는 증상인데 끝맺는 작은따옴표와 글자 사이의 간격이 너무 좁아 위화감이 든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2는 실수라 하더라도 1은 개인적으로 궁금증이 생겨 출판사에 문의를 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아직 하지는 않았지만.


 이야기를 마무리하기 위해 17일로 돌아가자면, 내게 부고 소식을 알렸던 친구의 중학교 동창들이 여럿 찾아왔다. 그들은 나를 기억한다는 듯 이야기했지만 솔직한 말로 나는 그들이 기억나지 않았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야기를 하자면 그들이 기억하는 나는 지금의 나와는 많이 먼 인물일 것이다. 마치 내 MBTI가 뭐로 보이냐는 질문에 INFP라고 대답하는 친구들처럼. 앞으로 그들을 언제 또 보게 될까. 우리는 동창회 같은 것도 없으니 다음 자리는 없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나를 이 자리에 오게 만든 친구의 결혼식이 다음 자리일 수도 있고. 하지만 내게는 몇 시간 전에 본 그들의 모습조차 추억 아닌 과거의 기억정도로 휘발되고 있다. 아마 한 달이 지나면 잊혀질 것이다. 고등학교 입시 당시에 나와 같은 학교에 지원했다는 한 여학생에 대한 기억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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