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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레맛곰돌이 Jul 08. 2024

7/6 독서모임+취업스터디(겸 근황 토크) 후기

여름은 괴롭다. 특히 비 온 뒤의, 혹은 비가 오기 직전의 여름은 더더욱. 몸에 물을 끼얹고 옷을 갈아입을 때부터 느껴지는 습기, 면이 몸에 달라붙는 감각, 안경에 서리는 김, 오늘은 가는 길부터가 고행일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나가는 길은 후덥지근하고 겨우 탄 버스의 에어컨에서 나는 역한 곰팡이 냄새는 속을 뒤흔든다.


 그래도 독서모임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즐겁다. 그러고 보면 가장 마지막 모임이 5월 31일이었지. 주, 야간이라는 텀으로 번갈아 돌다 보니 다들 시간 맞추기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결과적으로 의견을 반영해 매달 첫 주 토요일로 시간을 고정하기로 했다. 그래서 준비된 모임이 오늘 모임, 이제 온전한 독서모임은 아니다. 독서모임 절반, 취업스터디 일부, 서로 안부 묻기 일부의 다목적 생사확인 모임이다.


 모두에게 책을 읽고 오지 않아도 좋으니 참여해서 함께 이야기하자고 말했다. 사실상 독서모임 본연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이야기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모임을 이어가고 싶었다. 편집자를 지망하는 사람들은 다른 직군에 비하면 소수고 이런 모임은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을 했으니까. 그리고 그게 아니더라도 모여서 이야기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점 자체가 우리 마음에 위안이 되는 거니까.


 오늘의 선정 도서는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이다. 주식투자계의 바이블, 주식투자 전에 읽지 않으면 인생을 절반 손해 본다는 전설의 그 책, 피터 린치? 끄덕끄덕 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30년째 화제의 그 도서! 오늘은 좀 오버해 봤다. 나는 꽤 재미있게 읽었다. 아저씨 감성이라고 해야 하나, 사무실에서 담배 한 대 물고 상사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이런 감성에 웃는 걸 보면 나도 이 아저씨 문화에 물들었다 느끼게 된다. 과연 다들 재미있게 읽었을까.


모두 모였을 때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은 당연히 이거였다.


"다들 주식 투자 해보셨나요?"


 그리고 돌아오는 것은 부정, 이 도서를 선정하신 분이 나오셨어야 나와 같이 주식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하실 수 있었을 텐데 어째서... 결국 이 모임에서 주식을 해본 건 나뿐이었기에 위 도서에 대해 내가 먼저 이런 평을 남겼다.


"다들 주식투자계의 바이블이라고 입 모아 칭찬하는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주식투자를 해보셨으면 자신의 실수, 경험들이 떠오를 도서여서 재미있고 열받는 도서일 거고, 만약 안 해 보셨다면 잘 읽으신 겁니다. 주식투자를 시작하기 전에 주식에 대해 쉽게 알 수 있는 정말 좋은 도서예요."


실제로 서문과 1부를 읽고 든 생각이 이거였다. 보통 주식에 관련된 책을 떠올린다면 경제 용어가 난무하고, 이해하기는 어려우며, 읽는 것 자체가 고역인 경제서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본 도서는 조금 궤가 다르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사무실에서 주식으로 성공한 선배가 담배를 태우며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와 같다. 어렵지 않게 가벼운 템포로 읽어진다. 하지만 핵심은 주식의 본질을 관통하고 있다는 점, 주식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살살 미끼를 뿌린다는 점, 과거 우리나라에 만연했던 주식은 도박이다 라는 사고를 깰 수 있는 내용이었다는 점이겠지. 내 이야기에 1부를 끝까지 읽으신 분이 동조해 주셨다. 실제로 어렵지 않게 읽었고, 나처럼 재미를 느끼지는 못했지만 주식을 거라면 이런 이유를 가지고 하라는 목적의식을 심어주는 느낌은 확실히 받았다고.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계속 언급되는 1987년도 다우지수가 폭락하던 당시 아일랜드에 놀러 간 상태였다는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코로나가 번창했을 당시 코스피가 1400선(당시에 이야기할 때는 정확히 찾아보지 않아 1600 정도로 이야기를 했다)까지 떨어진 사례를 떠올렸고, 그 사례를 사람들에게 이야기 해줬다. 그때는 주식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투자를 꺼렸는데 생각해 보면 그때 들어가야 했었다는 내 후회 섞인 경험담과 함께...


 아무튼 본 도서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의 1부가 정말 중요하고,  주식을 모르는 이들조차 인문학적, 경제학적 지식 소양을 위해서라도 해당 부분만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는 이야기를 끝으로 독서모임 파트를 간단히 마무리했다. 2부, 3부는 1부에서 관심이 생겼고, 주식을 실전으로 투자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종목에 대한 개념, 어떤 종목을 고를 것인가, 종목을 선정한 후에 어떻게 포트폴리오를 관리할 것인가 에 대한 이야기의 연속인데 1부를 읽고 관심이 생겼다면 후의 내용까지 꼼꼼히 읽어보라는 추천과 함께 말이다.


 그 후 취업 스터디와 근황 토크가 이어졌다. 다들 최근에 읽고 있는 책, 했던 활동, 준비 중인 활동에 대한 이야기들 말이다. 나는 '편집자의 시선으로 릿터 읽기' 수업을 들었고 해당 수업 도중 나왔던 책들을 읽고 있다고 말했다. 생각보다 인문예술 쪽에서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책이 많이 나와 지금도 읽을 책이 넘치고, 열심히 책을 읽고 서평을 쓰다 보니 편집자가 되었다는 그분의 말처럼 나도 결국 방법은 정공법뿐인가 하는 마음으로 쓰고 있다고. 다른 분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남겼다. 다양한 책을 읽고 있고 글을 쓰고 있다. 그 후에 특별히 다른 수업을 듣지는 않았다. 그래도 다들 아르바이트와 함께 준비하는 중이고, 다양한 책을 읽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모두 다행스러운 근황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에 미소를 짓게 되었다. 모두 행복하지는 못해도 마음이 피폐하지는 않아야 이런 자리에서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으니까.


 이번 모임에서 나온 책 중에 읽어야겠다 생각한 책은 악의 평범성에 대해 다뤘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었다. 어렸을 때 나중에 읽어야겠다고 마음속 독서리스트에 추가해 뒀던 책이었는데 왜 아직까지 읽지 않았을까. 이렇게 다시금 떠올리게 되었으니 이번에는 꼭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특히 최근에 다뤘던 악인의 서사』와 궤는 다르지만 악이라는 대주제를 다루는 작품이니 이번 기회에 다양한 방향으로 연관 지으며 읽어봐도 재밌는 방향으로 눈을 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모임의 끝에 8월 3일에 있을 다음 독서모임에서 다룰 책을 선정하는 과정이 있었다. 독서모임에 나와야 다음에 읽을 책을 결정할 권리가 생긴다.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참석하시기를. 다음 도서는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로 선정되었다. 2024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한국에서 가장 지혜로운 책'으로 선정된 도서, 출간 이후 베스트셀러로 이름 날렸던 그 도서. 아마 독서모임에서 다루기 좋은 주제를 담은 책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책 디자인도 심플한 듯 예쁘게 나왔다고 생각하면서도 읽어보지는 않았는데 이런 기회를 통해 또 새로운 책을 읽을 수 있고 이야기해 볼 수 있으니 이게 독서모임의 좋은 점 아닐까?


 나는 위 도서들 중 점 선 면』을 골랐다. 매달 책을 선정할 때 인문 예술 비평 장르를 꼭 하나 정도는 넣는 편인데 이 달의 도서로 선정한 도서였기에 추천을 올려봤고, 또 의외로 적지 않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독서모임에서 다루지는 않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다들 읽어 보시길. 그리고 위의 도서에서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와 페어로 고통 구경하는 사회』도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다. 아마 두 책을 읽으면서 공통 접점을 찾으면 이에 대해 나중에 서평으로 작성할 때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8월 3일의 독서모임 이외에 추가 활동에 대해 이야기할 때 cgv에서 하는 '난다 여름편집자학교' 수업을 추천했다. 각 출판사의 대표, 혹은 편집장 격의 인물들이 와서 하는 2시간 남짓의 강의인데 이게 생각보다 재밌고 알찰 거 같아서 함께하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말한 것이다. 나도 인스타그램으로 확인했고 내가 이미 봤을 때에는 1, 2강이 매진된 상태여서 그 자리에서 함께할 사람들을 모집해 3강 수업을 미리 티켓팅했다. 아직 5강부터 8강까지 예매가 가능한 걸로 알고 있는데 다들 더 관심이 있다면 함께 들어도 여기에 좋은 이야기를 남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별개의 이야기로 독서모임에 참석하신 한 학우 분이 이사를 하면서 책을 정리하게 되었는데 이 책 선정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꺼내셨고, 이야기에 이야기가 꼬리를 물어 최근 오물풍선이 날아오는 사태와 같이 맞물리면서-투모로우」에서 나오는 구텐베르크 성서를 땔감으로 쓸 수 없다고 말하는 장면을 덧붙이며- 만약 전쟁이 나서 책을 딱 2권만 들고 가야 한다면 어떤 책을 들고 갈까? 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리고 나는 거기에서 맥시멈리스트답게 책 2권 말고 시리즈로 2개의 시리즈만 챙기면 안 되냐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했다. 제발 요네자와 호노부 작가의 <<소시민 시리즈>>와 <<고전부 시리즈>>는 다 합쳐도 12권 밖에 안되는데 이 정도면 군장 멘다는 기분으로 챙길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책들은 제게 구텐베르크 성서와 버금가지는 않지만 아무튼 좋은 책입니다. 오늘도 좋은 책을 꾸준히 내주는 엘릭시르와 신작을 내줄 테니 기다리라고 뼈다귀를 던지신 작가님께 감사의 인사를. 참고로 나 이외에는 모두 멀쩡한 책을 꺼냈다.


내 애서를 모은 책장 1층


 나 또한 전속을 다니고 전역을 하면서 책장을 몇 번씩 정리했기에 어떤 기분인지 알고 있다. 그렇기에 전역 직전에 알뜰시장에 나눔하는 책의 리뷰까지 6줄씩 써가면서 나눴던 거겠지. 이런 소소한 이야기들 또한 우리 모임의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즐거웠고, 다음에도 또 이런 즐거운 모임을 추구하면서 즐거운 독서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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