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자씨의 불친절한 영화리뷰
갑자기 사직서를 제출하고 놀고 있다 보니, 인생을 돌아보거나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할 수 있는 영화들에 자꾸만 마음이 간다.
몇몇 영화들 중에 예전부터 '한 번 꼭 봐야지' 했었던 영화 중에는, 이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가 있다.
제목만 보아도 내용이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는 영화이고. 워낙 자극적인 영화와 동영상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기에 그 내용이 심심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영화와 감독, 주연을 살펴보자면, 영어제목은 'Eat Pray Love', 2010년 개봉한 영화다.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동명의 회고록을 원작으로 한 영화.
감독은 라이언 머피라는 사람인데, 수상이력도 몇 편 있기는 한데, 내가 아는 영화는 없었다.
주연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귀여운 여인'의 그녀 '줄리아 로버츠'다.
1967년 생으로 이제 더 이상 귀엽지 않아도 되는 나이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귀여운 구석이 있다.
커다란 키와 시원스러운 이모구비, 특히 웃을 때 치아와 잇몸 전체가 보이는 커다란 입은 그녀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이다.
어쨌든 주연 배우가 내가 좋아하는 줄리아 로버츠이기에 일단 '+' 요인이다.
그래! 지금 쉴 때 아니면, 또 언제 여유롭게 이런 영화를 보겠냐 싶어 일단 본다.
같은 영화의 포스터를 한국과 외국의 것을 함께 비교해 보는 것도 영화를 재밌게 보는 하나의 요소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좀 더 화사하고 밝아서 '사랑하라'에 중점을 두는 것처럼 보인다.
줄거리: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멀쩡하고 완벽해 보이는 삶을 살고 있는 31살의 저널리스트 '리즈'는 어느 날 자신이 원했던 삶인지 의문이 생기고 돈 벌 생각보다는 뭔가를 더 배우려고 하는 배우자 때문에 집값을 어떻게 혼자 갚을까 짜증이 난 그녀는 8년간의 결혼생활을 갑자기 정리하고, 연극배우인 젊은 남자를 만나서 연애하다가 이것도 아니다 싶어서 갑자기 장기간 여행를 떠난다는 이야기다. 이탈리아에서 '먹고', 인도에 가서 '기도하고', 발리에서 '사랑'을 한다. 부럽다.
갑자기 결혼생활을 정리하자는 '리즈'에게 전 남편은 합의 이혼을 조건으로 전 재산을 요구한다.
남편은 너무 억울해서 그랬단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래. 그렇다. 남자는 뭘 잘못했는지 잘 모르는 동물이다. 제발 좀 알려 줘라.
이탈리아서 본격적인 '먹방'을 찍는 '리즈'. 결국은 살로 돌아온다.
'밤의 여왕의 아리아'를 배경음악으로 스파게티를 말 그대로 '먹어치우는' 장면에서 그 먹방은 최고조에 달한다. 일단, 어딘가 안 좋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바로 '잘 먹고, 잘 자는' 것이다.
그렇게 쌓아 올린 체력에 맑은 정신이 깃들고 뭔가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생각한다.
일단 '먹고'가 맞는 순서다.
이탈리아에서 만난 스웨덴 친구가 해준 말.
본인의 주제어를 찾아가는 그녀.
나는 여유롭게 바쁜 사람?
"때론 무너져도 괜찮아, 무너지면 다시 세울 수 있잖아."
이 말은 아마도 '비워야 다시 채울 수 있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듯하다.
"삶을 정리하고 싶으면 마음부터 다스려!"
잘 먹었으니, 이제 마음부터 다스리면 된다.
'리즈'의 인도여행을 한 줄 요약하자면.
내 안의 있는 신을 찾아가는 여정.
발리의 아름다움은 많이 나오지 않지만, 그래도 가보고 싶은 곳이 되어 버린 발리.
언젠가가 아니라 내년에 가야지.
사랑을 하면 나를 잃을 수도 있다. 그래서 두려운 거다.
"때론 사랑을 하다가 균형을 잃지만, 그래야 더 큰 균형을 찾아가는 거야."
(떠나려는 리즈에게 케투 할아버지가 해준 말. 결국 사랑을 선택하는 리즈)
"아트라베시아모. (함께 건너가자)"
(리즈의 마지막 대사)
1년 여간의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용기가 부럽고, 그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인성이 참으로 좋아서 부럽다.
나는 나의 주제어를 뭘로 하면 좋을까? 여유로운 부지런함?
근자씨의 불친절한 영화평
영화는 영화일 뿐, 이태리 갔다가 인도 갔다가 발리 가면 뭔가 해결이 될까?
역시나 비워야 다시 채울 수 있다.
나이 들고 너무 마르면 없어 보이는 게 맞는 것 같긴 하다.
현재의 삶이 힘들다면 며칠이라도 시간을 좀 내서 잘 먹고 잘 자도록 하자.
그래도 힘들다면 과감히 벗어날 용기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 건너자. 아트라베시아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