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자씨의 불친절한 에세이
그 나이에 무슨 짓이냐고 할 사람이 많겠지만, 나는 괜찮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귀를 뚫을 사람이 ‘나’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갑자기 쉬고 싶어서 퇴사를 했다.
무계획이 계획이다. 그래! 마음먹고 진짜 쉬어보자. 20년 넘게 일했는데 나에게도 휴식이 필요해.
이렇게 나의 무작정 퇴사를 정당화시켜버렸다.
그리고, 이왕 쉬는 김에 ‘해보고 싶은 것 다 해보자’ 마음먹었다.
음… 내가 하고 싶었던 게 뭐가 있더라.
맞아 예전부터 오로라를 보고 싶어 했지.
오로라 여행을 검색했다. 비용이 만만하지 않았다.
예약도 하기 전에 먼저 캐나다 비자부터 준비한다. 온라인으로 손쉽게 받을 수 있었다.
예약은 몇몇 여행사를 검색해서 신청했다.
그럼 또 뭐가 있을까?
맞다 예전부터 귀걸이를 해보고 싶었다.
그러려면 귀부터 뚫어야 한다.
어쩌면 내가 어렸을 때는 남자가 귀걸이 하는 모습이 흔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남자가 귀걸이를 하는데 대해 좋지 않은 시선은 덜하다.
지인들에게 물어본다. 당연히 의견은 반반인데, 강도가 다르다.
찬성은 매우 찬성, 반대는 꼭 그걸 해 봐야 해?
반대하는 사람들도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다는 이야기에 그럼 해봐라는 찬성의견으로 바뀌곤 한다.
바늘, 칼, 피 뭐 이런 걸 무서워한다면 바보, 쫄보라고 하겠지만, 난 이런 게 싫다.
당연히 병원도 싫다.
그런데, 귀를 뚫는 행위는 바늘과 피(안 나더라)를 통해 고통을 수반하는 행위이다.
그걸 스스로 하자니 사실 쉽게 엄두가 나지 않는다.
결국 지인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점심을 사주는 대가로 귀를 뚫어주는 피어싱 전문점을 같이 가기로 했다.
결국 귀를 뚫는데 성공!
계속 귀걸이를 하고 다른 귀걸이도 해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다시 직장을 구할 때쯤 귀걸이를 빼야 하고 언젠가는 막힐지라도 일단은 마음에 든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해보고 싶은 건 해보고 살아도 괜찮다. 그래도 된다.
세상살이 너무 눈치 보며 살아왔나 보다.
그냥 내가 행복한 삶이 진짜 삶이 아닐런지….
(귀걸이 한 내 모습에 마음에 들어서 주절주절 말이 많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