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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네니 Oct 22. 2023

젊음의 열정으로 살아가기

열정만은 A급

나는 언제나 꿈과 목표가 있는 젊은이였다. 무엇이 계기가 되었는지 기억하지 못하지만, 어릴 적 내 꿈은 밤하늘의 별을 관찰하는 천문학자였다. 별자리 캠프에 참여하거나 유성우가 떨어지는 날에는 새벽에 일어나 떨어지는 유성우를 바라보며 천문학자가 될 수 있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곤 했다. 청소년 과학 잡지 속에 무수한 별 사진을 볼 때면 나도 언젠가 대단한 누군가가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국내에 천문학을 전공할 수 있는 학교는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고 당연히 서울 상위권 대학에만 학과가 개설되어 있었다. 현실 앞에 무너지지 않고 돌아가는 길을 선택했다. 대학교 입학을 위한 면접 날 열정 가득한 교수님들의 모습에 홀려 공대에 들어갔다. 돌이켜보면 학문보다는 학문 외적인 것에 관심이 많았다. 성공한 여성이 되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자기 계발을 위한 방법론적인 것들에 관심이 많았다. 여름방학이면 친구들과 함께 자전거 여행을 떠나거나 나 홀로 서울 2달 살기를 계획해 무작정 떠나기도 했다. 문자로 세상을 익히는 것보다 몸으로 부딪히고 깨닫는 게 좋았던 적극적인 젊은 날이었다. 어쩌면 그때 알아차렸어야 했다. 학문은 나와 맞지 않다는 것을. 그저 남들 눈에 좋아 보이는 길을 내 길이라 굳건히 믿고 달려왔다.      


남들 다 가는 중견/대 기업에 취직하지 못하고 그저 나를 받아주는 중소기업에 취직했다. 열정 가득했던 사장님과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 즐거웠다. 내 작은 의견이 받아들여지고 나를 존중해 주는 아늑한 분위기도 좋았다. 내가 부족해서 이곳에 머무른다고 생각하지 않고 남들과는 다른 일을 하고 싶어서 내가 선택한 일이라 믿고 최선을 다했다. 한번 불붙은 열정은 꺼지지 않았고 에너지를 주체할 수 없었던 나는 어릴 적 가장 좋아하던 운동인 수영을 함께했다. 새벽같이 일어나 수영하고 회사에 출근해 저녁 늦게까지 열정을 바치는 삶을 살았다. 2년이 넘어가니 지쳐가기 시작했다. 함께 시작했던 일은 변곡점의 곡선을 올라가지 못했고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었다. 한껏 예민해진 사장님의 변덕을 견디지 못해 그쯤에서 포기하기로 했다. 그 길로 국가연구소의 계약직으로 입사했다. 항상 밝고 끈기 있게 일했기 때문일까. 사람이 내 편이 되어 내가 나아갈 길을 열어주었다. 누구나 동경하는 그 이름 연구원.     


그 길을 10년 넘게 걸어오면서 이제야 생각해 본다. 과연 이 길이 내 길이었을까. 끝까지 파고드는 집요함이 부족하기에 무언가를 연구하는 일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겉돌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 건 10년 전 그때 이후 이번이 두 번째. 기술개발 과제의 연구원으로 소속되고 난 후였다. 내가 이끄는 삶이 아닌, 계속 누군가에게 끌려가는 삶을 살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그렇게 열정 없는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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