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좀 어때? 많이 힘들지?
날은 점점 더워지는데 해야 할 공부도 많고 준비해야 할 것도 많고. 그래도 진로가 정해지고나서부터는 조금 편해 보이는 것 같기도 한데, 너는 어떨까?
너에게 참 중요한 시기인데 무엇이 너를 위하는 것일까 오랜 밤을 고민해 봤어. 그리고 엄마는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어. 너에 대한 관심이 오히려 독이 되진 않을까 하고.
그렇다고 무관심 한 건 아니야. 항상 너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너를 응원해. 네가 원할 때면 언제든 너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있어.
고백하자면 사실 엄마도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
네가 맏이라서 엄마에게도 모든 게 다 처음이었거든.
남들에게는 아이를 셋이나 키운 베테랑엄마인데 너에게만큼은 늘 초보인 것만 같아서 항상 미안했어.
어느새 너는 벌써 이만큼 자라서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는데 엄마는 아직도 어렵기만 하네.
그래서 말이야, 너에게는 잔소리에 지나지 않을 서툰 조언을 하기보다 엄마의 인생을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주기로 했어. 언젠가 엄마에게 그랬지? 엄마가 하고 싶은 걸 배우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재미있어서 다행이라고.
요즘 엄마는 너무 바쁘고 피곤한데도 어느 때보다 즐겁고 행복하단다. 너희를 키우면서 누구 못지않게 최선을 다해 살아왔는데 이제야 엄마의 인생에 진심을 다하는 기분이랄까.
너도 그랬으면 좋겠다.
무슨 일이든 후회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너에게 진심을 다해 선택한 일은 분명 너를 웃게 할 거야. 그게 무엇이든 엄마는 온 마음과 정성으로 너를 응원하고 지지해.
실수하더라도 잘못된 선택이란 건 없을 테니 너무 겁먹지 않아도 돼. 멀리 지난 뒤에 돌아보면 선을 잇는 작은 점일 뿐이야. 그 점이 결코 너를 망치게 하진 않을 테니까.
며칠 전 장염증세로 병원진료부터 보고 학교에 간다던 날 말이야, 많이 아프면 그냥 조퇴해서 오라고 했는데 수업 다 끝내고 밤늦게 들어오기에 이젠 괜찮은 건가 했어. 그런데 다음날 배가 아파 빈속에 약 먹고 등교하는 뒷모습에 마음이 안 좋더라. 아파도 마음껏 아플 수도 없는 건가 싶어서 안쓰러웠어. 그러면서도 이젠 내 마음대로 쉬어라고도 할 수 없을 만큼 너는 커버렸더구나. 돌아보면 언제나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왔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언제나 표현이 부족한 엄마지만 너는 이미 다 알지.
피곤할 텐데 늘 다정하게 말해줘서 고마워.
어린 동생들이 귀찮을 법도한데 해달라는 거 다해주고 안아주고 뽀뽀해 주고 예뻐해 줘서 고마워.
내색 못하고 기다리는 엄마아빠에게 항상 먼저 와서 차근차근 이야기해 주어서 너무 고마워.
네가 우리 집 맏아들이라서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
엄마아빠의 아들로 와줘서 고맙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 위에서 기운도 빠지고 많이 지쳐있겠지만 조금만 더 힘내. 충분히 잘해가고 있어.
아프지만 말자. 그리고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해보고 살아.
네가 원하는 대로 하면서 행복하기만 하자. 그럼 더 바랄 게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