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콤한복이 Jun 13. 2023

내가 sns를 못하는 이유


잘 지내고 있어?
새로운 일도 시작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더라.
네 인스타에서 봤어.


요즘 네 sns 보니까 너무 좋아 보이더라.

그런데 정말 잘 지내니?


한때는 수시로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만나면 달리는 시간을 붙들어가며 몇 시간씩 수다를 떨어도 모자랄 만큼 가까운 사이였는데 전화도, 만나는 횟수도 뜸해졌다.

몸은 멀어졌어도 마음만은 아직 그대로이고 싶은데 어쩐지 예전 같지가 않다.

여전히 그립고 보고 싶고 궁금하고 만나고 싶은데 가벼운 안부인사를 묻기조차 멋쩍다. 왜냐하면 나는 이미 너의 안부를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직접 들은 적도 없는데 요즘 뭘 하며 지내는지, 어제 점심엔 누구를 만나 무엇을 먹었는지, 마치 어제 만난 사이처럼 여전히 가까운 것 같다. 

사소한 일까지 다 알고 있는 우리는 아주 가까운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알던 모습과는 어딘가 조금 다른 너는 이상하게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다.



나는 sns를 하지 않는다.

시대에 발맞춰 가기 위해 몇 번이나 시도를 해보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유지가 되지 않는다. 좋고 재미있어야 할 수 있는데 그렇지가 않다.  내가 좋아하는 사진과 글, 사람이 있는데 왜 하지 않게 되는 걸까? 왜 멈추게 되는 걸까?


Sns의 순기능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sns를 통해 나를 표현하고 마케팅하는 것이 편리해졌고 많은 사람들과 시간이나 공간의 제약 없이 바로 소통이 가능한 것도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sns는 나에게 크게 매력적이지가 않다.


혹자는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sns를 한다던데 나는 팔로워가 얼마 없어서인지 그마저도 잘 모르겠다.

그저 일방통행처럼 느껴진다.

내가 좋아하는 주관적인 사진은 남들이 별관심이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남이 좋아할 것 같은 그럴듯한 사진을 찍고 업로드하는 데에 공을 들인다.

불특정 다수가 보는 피드에 진짜 내 마음을 써도 될지 모르겠다. 어쩐지 부담스럽다. 그래서 오늘의 나지만 진짜 나는 쏙 빠진 테이블 위 사진만 보여준다.

그 세상은 눈에 보이는 것들이 가장 중요하게 느껴진다.

오고 가는 많은 말은 생략된 채 '좋아요' 클릭 한 번에도 어쩔 수 없이 마음이 동요된다. 마치 나의 피드가 인정이라도 받아야 하는 것처럼 사람들의 반응에 나도 모르게 신경이 써지고 만다.

 

사람을 사귀기도, 관계를 유지하기도, 끊어내기에도 쉬워져서일까. 점점 우리의 관계가 가벼워진다.

부담도 없지만 깊이도 없다.

진짜 너와 나누고픈 이야기는 그런 것들이 아닌데. 짧은 안부만이라도 진심을 나누고 싶은데,



sns로 만나는 너도 좋지만 가끔은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내일 우리 통화할까?

멋진 레스토랑에서 먹은 음식 말고, 먹으면서 나눌 너의 이야기가 궁금해.

요즘 너는 어떠니?

매거진의 이전글 부부의 세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