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는 엄마랑 오래오래 같이 살고 싶어. 엄마가 안 죽고 아주아주 오래 우리랑 같이 살면 좋겠어.
시외할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온 그날 어두운 잠자리에 누워 5살짜리 아이가 한 말이다.
누가 돌아가셨다는 거냐, 외할머니면 엄마의 엄마가 돌아갔다는 거냐, 엄마의 엄마는 아주 옛날에 하늘나라에 갔다고 했는데 그럼 엄마의 엄마가 또 있었던 거냐, 할머니의 엄마면 엄마가 할머니의 엄마가 되는 거냐 등등 설명을 하면 할수록 이상하게 복잡해지는 상황을 서둘러 마무리하던 차에 아이가 마지막으로 한 말이었다.
"엄마 엄마아~"
3일 동안 시어머니와 이모님들은 어린아이처럼 엄마만 애타게 부르며 서럽게 우셨다.시외할머니께서 나를 참 예뻐해 주셨는데 생각보다 나는 잘 참아내고 있었다. 그보다 '엄마의 부재'를 먼저 겪어본 내가 어머니를 다독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화장장에 들어섰을 때 기운이 많이 빠지신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남편과 양쪽에서 부축하며 걷고 있었다.
쉰 목소리로 엄마, 엄마 하시던 어머니가 내 손을 꼭 쥐시며 그러셨다.
엄마가 늘 정정하셔서 더 오래 우리 옆에 계실 줄 알았지... 이제 엄마라고 부르지도 못하고... 우리는 지금 이 나이에도 이렇게 슬프고 아픈데, 우리 선미는 그 어린 나이에 어땠겠노... 흐으윽
어머니의 커지는 울음에 내 눈에서도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내가 엄마를 보내드린 게 20대 중반이었으니 지금의 어머니보다 40년이나 어릴 때였던 것이다.
내 부모의 죽음 앞에 나이에 따라 슬픔의 크기가 다르기야 할까마는 손주를 몇이나 본 할머니들께서 엄마를 부르며 우는 모습이 더 슬프게 느껴졌다. 엄마라는 존재는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크고도 깊숙한가 보다.나 또한 그런 엄마가 되어있다는 것이 축복인가 싶다가도 아직 한참 후의 일일 텐데 일찍부터 괜히 미안해지는 마음.가슴이 먹먹해지는 기분. 외할머니께서도 자식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그러시지 않을까.그때의 우리 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