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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금택 Jul 15. 2024

둔촌주공 지금이라도?

4786명 중 1400명이 청약에 당첨되고도 계약을 포기했다. 일반분양 당첨자 중 무려 30%가 청약을 포기한 것이다. 그로부터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둔촌주공 분양권은 10억 가까이 프리미엄이 붙었다. 정당계약을 포기한 1400명의 선택이 정말 멍청한 결정이었을까? 


22년 11월 분양 당시 평당 분양가 3829만 원으로 고분양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분양가가 결정되면서 전용 49㎡는 8억 4238만 원, 전용 59㎡는 9억 5725만 원, 전용 84㎡는 13억 186만 원대에 청약할 수 있었다. 청약당시에는 12억 이상은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했다. 뿐만 아니라 입주 후 실거주 의무가 있었다. 대출도 불가능하고, 입주 시 임대도 불가능했다. 


당시의 부동산 규제로 청약조건을 감당할 수 있는 당첨자는 현금 10억이 있고, 모자란 잔금을 대출로 채우기 위한 DSR 급여조건이 연봉 2억 이상이었다. 이런 조건으로는 정당계약이 40%에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 속에 국토부는 발 빠르게 1·3 대책을 내놓았다. ▲12억 원 초과 주택의 중도금 대출 금지 해제 ▲실거주 2년 의무 폐지 ▲전매제한 8년에서 1년으로 완화 ▲1 주택 당첨자 기존 주택 처분의무 폐지 등의 대책을 내놨다. 즉, 기존 1 주택자에게도 고가의 주택에 대한 중도금 대출을 허용하고, 일정 기간은 ‘갭투자’(전세를 끼고 주택을 사는 투자)도 가능하도록 규제를 대폭 해제한 것이다.

정당계약은 70%선에서 마무리되고, 나머지 30%인 1400명은 둔촌주공 당첨을 최종 포기했다. 정당계약이 종료된 이후 2023년 5월부터 둔촌주공 분양권 가격이 급격히 상승했다. 24년 6월 분양권이 22억을 호가하니 1년 6개월 만에 10억 가까이 오른 것이다. 그 당시 정당계약 포기가 정말 안타까운 결정이었을까? 다시 23년 상태로 돌아간다면 청약당첨을 받아들여 정당 계약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정당계약을 하지 못할 것 같다. 23년은 부동산 폭락의 침체기였다. 시장의 주는 극도의 공포를 극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금리 상승은 멈췄지만 파월은 금리를 낮출 생각은 아직 없는 듯했다. 부동산 시장은 거래를 멈춘 지 오래였다. 아파트 가격을 아무리 낮춰 시장에 내놓아도 아예 집을 보러 오겠다는 손님을 찾을 수 없었다. 36%에 불과한 국민의힘 의석수로는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은 기대할 수 없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은 끝날 줄 모르고 불안감을 조성했다. 어디 한 곳 부동산에 희망을 둘 곳이 없었다. 최악의 공포상황에서 부동산 상승을 믿고 현금 10억을 태울 수 있을까?  언젠가는 반드시 시장은 우상향 한다는 사실을 완벽히 믿는 시장론자는 그런 미친 짓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가격, 시장상황 따지지 않고 오로지 입지만을 신봉하는 입지론자는 둔촌주공을 선택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도 시장을 믿고, 입지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맹신하지만, 시장의 공포를 극복하고 둔촌주공에 배팅할 자신은 아직도 없다. 대부분은 공포를 견디지 못하고 시장으로부터 도망가기 바쁘다. 

 

본인은 절대 그렇지 않을 거라 말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2023년의 둔촌주공 기회가 온다면 자신은 충분히 배팅할 수 있을 거라 자신한다면,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드린다면 어떨까. 2024년 현재 부산 삼익비치는 23년의 둔촌주공 상황이다. 대구, 광주도 23년의 둔촌주공 상황 그대로이다. 지방의 부동산 시장은 아직 2023년의 공포의 시장 그대로다. 규제는 여전하며, 시장은 살얼음이라 개미새끼 한 마리 시장에 돌아다니지 않는다. 이런 공포스러운 시장에서 자재값과 물가가 올라 초기 투자금은 10억 가까이 필요하다. 지방의 입지 좋은 물건들은 분명 23년 둔촌주공의 운명과 비슷한 길을 밟을 것이다. 사람들은 24년의 둔촌에 열광하고, 23년의 둔촌은 최선을 다해 도망간다. 그러면서 10억이 오른 현재만 부러워한다. 다시 시간을 거꾸로 돌려 23년으로 돌아간다면 둔촌주공을 반드시 선택할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로 지방은 쳐다보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지금처럼 서울이 상승하고, 경기권이 살아나면서 조급해한다. 본인이 공포에 떨었던 과거는 까맣게 잊고 지금의 상승을 따라나서지 못해 안달이다. 기억은 신의 선물, 망각은 신의 축복이라고는 하지만 공포의 시간을 망각한다면, 기회는 없다. 혹시 당신이 시장의 공포를 기억할 수 있다면, 다음에 찾아오는 공포는 기회로 이용할 수 있다. 우리가 사력을 다해 용기를 내야 할 때는 시장이 활화산처럼 미처 날뛰는 폭등장이 아니라, 모두가 공포에 떨며 구석에 처박혀 있을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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