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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기있는쫄보 Jun 12. 2021

땅고의 도시, 부에노스 아이레스

가방 정말로 조심하세요. 도와준다고 해도 무시하세요.

드디어 도착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Buenos Aires = 좋은 공기라는 뜻이다. 하루를 꼬박 버스에서 보낸 나는 너무 꼬질꼬질했지만 파란 하늘을 보니 너무 상쾌했다. 남미 사랑으로 가야 하는데 앞뒤 배낭을 메고 지하철을 타기엔 너무 민폐일 것 같았다. 그리고 사실 무섭기도 했다. 맘 편하게 우버를 부르자! 하지만 유심이 없으니 와이파이가 되는 곳을 찾아야 했다. 넓은 터미널을 이리저리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투어리스트 인포센터 앞 프리 와이파이 존을 찾았다. 남미 사랑 매니저님에게 도착했다고 말씀드리고, 정확한 주소를 다시 확인했다. 그리고 매니저님의 한마디.


"그리고 가방 정말로 조심하세요. 도와준다고 해도 다 무시하세요."


이 한마디가 꽤 셌다. 다시 경계의 눈으로 모두를 의심했다. 우버를 불렀는데 우버가 올 생각을 안 한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스페인어로 메시지가 와서 구글로 번역해서 읽고, 구글로 번역해서 답장을 보내는 게 은근 힘들었다. 와이파이도 약하니 시간도 오래 걸렸다. 주변에 도움을 구할 사람들을 열심히 찾았다. 지나가던 사람들 중 나와 눈이 마주친 푸근하게 생기신 아주머니께 도와달라고 했더니 나를 우버가 도착한 곳까지 데려다주셨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곤 아직은 Gracias! 뿐이었다. 차에 올라탈 때까지 봐주시고 손까지 흔들어주신 친절한 아주머니. 느낌이 좋다.


우버를 타고 창밖을 구경하면서 가는데 너무 좋았다. 건물들도 멋졌고, 햇살도 좋았다.  도시라 그런지 사람도 많고, 차도 많고. 리우도  도시지만 온도차가 있었다. 따뜻했다. 도착해서 초인종을 누르니 매니저님이 내려오셨다. 아주 옛날 유럽방식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남미 사랑. 으아~ 남미 속의 한국집이었다. 마룻바닥에  거실, 그리고 티비. 주방. 현관 바로 앞에 있는 소파에 앉아 인사를 해주는 한국인 여행자. 그래, 이거다.  왔다! 하고 도미토리로 가서 짐을 풀었다. 좋았다. 좋았다기 보단 그냥 뭔가 마음이 편했다.


현관 앞에서 인사해줬던 그 오빠는 세계여행자였다. 이 오빠도 막 남미에 도착해서 위로 쭉쭉 올라갈 예정이라고 했다. 뭔가 레벨이 달라 보였다. 오늘 저녁에 바수르 땅고 공연을 보려고 티켓을 사러 간다길래 함께 가기로 했다. 나보다 먼저 부에노스(부에노스 아이레스를 줄인 말)에 도착한 이 오빠는 부에노스에서 환전은 암환전 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알려줬다. 달러를 환전소가 아닌 어느 작은 컨테이너 박스에 가서 하고, 유심칩을 사고, 수베카드(지하철 카드)를 구입하고, 땅고 공연 티켓까지 샀다. 그리고 간단하게 햄버거로 저녁을 해결했다. 이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늦은 저녁 시간에 하는 공연이라 걸어가기엔 조금 위험해서 우버를 타고 Bar Sur 향했다. 홍콩 영화인 해피투게더의 배경이 되는 곳이라는데 사실  계획에 없던 탱고쇼라서 이런 정보도 공연을  보고 나서알게 됐다.

14명 정도의 손님들을 앉히고 하는 공연이라 프라이빗하게 볼 수 있었고, 바로 코앞에서 하는 공연이라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신기한 건 약 7~8명 정도가 한국인이었다. 아니 이렇게 한국인이 많다고,,,?

공연은 , 노래, 연주로 크게 나뉘어져 있었는데 언젠가인지는 모르겠는 어디선가 들어봤던 땅고음악을 들으니 이렇게 반갑고 좋을 수가. 노래하시던 가수분 목소리가 워낙 좋아서  황홀하게 들린  같기도 하다.

처음으로 본 땅고는 너무 아름다웠다. 댄서들도 잘생기고 예쁘고 눈이 즐거웠던 공연. 그리고 술을 못 마셔서 잘은 모르지만 이 분위기 속에서 마시는 와인 한 모금은 나쁘지 않았다.

마지막에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타임이 있었는데 나는 별생각 없이 안 찍겠다고 했는데 나중에 돌이켜보니 후회만 엄청나게 하는 중이다.

나의 첫 땅고, ¡Tango!

처음으로 온전하게 하루를 즐겼다. 20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왔어서 찌뿌둥했지만 샤워 한 번 하고 나니 찌뿌둥했던 몸도 풀렸고, 피곤할 법도 한데 오랜만에 대화 상대를 만났더니 피곤한 줄도 몰랐고,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이라 대화를 하지도 않았던, 또다시 길 위에서 볼지 안 볼지도 모르겠는 사람들이지만 한 공간에서 한국말을 들으며 봤던 공연은 날 더없이 편안하게 만들었다.


오랜만에  잤다. 마음이 가벼웠고, 진정이   같았다. 그래서 앞으로의  여행이 기대됐다! 역시 인생은  여행이고,  여행에 빠져서는  되는 것은 뭐다?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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