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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기있는쫄보 Mar 16. 2021

사진첩에 사진이 쌓이기 시작하다

맘 편하게 다녔던 첫날

어제 내가 했던 것이라곤 50불 헤알로 환전하고 아바이아나스 쪼리를 사는 것. 그리고 허둥지둥 숙소로 눈치를 보면서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러던 와중 남미 사랑 단톡방(남미 여행자들이라면 안 들어봤을 수 없는 남미 사랑)에 “내일 텔레그라포 가실 분”이라는 동행 구하기 카톡이 딱 올라왔다. 사실 여행 가기 전의 나는 절대로 한인민박에 가지 않을 것이고, 가장 조심해야 할 사람들은 한국인이다 라는 생각만 해왔는데 나는 결국 고작 3일 만에 한국인의 노크에 대답을 하고 말았다.


“저요!”


이렇게 브라질에 온 지 3일 만에 제대로 된 관광을 하는 것인가,, 라는 설레는 마음은 오후 내내 쫄보 모드였던 나의 모습을 싹 잊게 만들었다.


다음 날 부랴부랴 준비했다. 조식은 물갈이 때문에 많이 먹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입에 뭐라도 넣으니 살 것 같았다. 그리고 약속 시간 전부터 1층에 나가서 동행을 기다렸다. 심지어 차를 렌트한 사람이라니,,! 함께 가는 사람들은 나까지 해서 총 4명이다. 1명은 곧 한국으로 떠날, 브라질이 마지막인 여행자였고 두 명은 커플이었는데 그중 한 명은 브라질 유학생이었다. 여행하면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과 동행하는 것은 처음이어서 조금 낯설기도 했고, 뭔가 마음이 편안하기도 했다.


우리는 텔레그라포로 향했다. 브라질 리우 하면 떠오르는 것은 아주 뜨거운 코파카바나 해변, 세계 7대 불가사의인 예수상, 빵산, 그리고 셀라논의 계단 정도인데 나는 여기보다 텔레그라포에 더 가고 싶었다.

파벨라

동행 덕분에 우버 타고 갔을 이 곳을 이렇게 편안하게 간다. 그리고 설명을 해주는 동행. 저 앞에 절벽 같은 곳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이 있는 빈민촌 동네를 파벨라라고 한다. 숙소 앞 넓게 펼쳐져 있던 코파카바나 해변이 있는 동네를 보다 파벨라를 보니 뭔가 기분이 묘하기도 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정말 오고 싶었던 텔레그라포에 왔다.


나름 산 좀 탑니다(어렸을 때)라고 생각했던 나라서 포토스팟까지 얼마나 힘들겠어하고 올랐다. 처음엔 괜찮았다. 중간부터 땀이 주룩주룩 났고 물을 파는 아저씨가 그렇게 반가울 줄 몰랐다. 물갈이고 뭐고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숨이 머리 끝까지 차오르고 험한 말이 나올 것 같았지만 생판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할 순 없었다.


그래도 중간중간 보이는 바다와 마을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그리고 드디어 도착했다. 사람이 많을  알았던  스팟엔 우리 앞으로 외국인 3~4 끼리   팀뿐이었다. 다들 절벽에 매달린  사진을 찍는데 얼마나 여기서 사람들이 많이 사진을 찍었으면 돈을 받고 찍어주는 직원(?) 있었다. 나도 벼랑 끝에 매달려 필사적으로 살아남겠어!라는 표정을 짓고 사진 찍기를 시도해봤지만 팔근육이라곤 하나도 없는 나에게 힘이 있을  없다. 매달리기에 실패했지만 벼랑 끝에 앉아 ‘나는 아찔한 벼랑 끝에 앉아 있어도 여유롭다라는 포즈로 찍어봤다.

절벽같지만 절벽 아닌 바위에서 사진 찍기

매일매일 근황 공유할게 라는 약속을 열심히 지키고 있던 나는 이 사진을 sns에 올리고, 카톡으로도 공유를 했더니 목숨이 한 개냐는 둥, 겁 없이 사냐는 둥 (맙소사,, 내가?) 사람들을 낚는 데 성공했다.


목적 달성을 하고 우린 다시 리우 시내로 돌아왔다. 곧 한국으로 돌아가는 분은 다른 일정이 있어 헤어졌고, 커플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쇼핑몰에 갔다. 정말 신세계였다. 브라질은 브라질이었다. 물가도 비쌌고, 쇼핑몰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고, 사람들도 많았다. 남미 여행자들에게 ABC를 얼른 벗어나세요!라는 말이 있다. 바로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를 벗어나라는 말인데 물가가 우리나라랑 엇비슷하거나 더 높기 때문에 통장을 텅장으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에 장기 배낭 여행자들에게는 무시무시한 나라이다.

여행와서 먹는 제대로된 첫 끼

동행 덕분에 유심칩을 사서 이제 원 없이 우버를 탈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맛있는 뷔페 레스토랑으로 가서 비싼 한 끼를 먹을 수 있었다. 물갈이하다가 먹어도 아무렇지 않아서 다 나았나? 싶어서 진짜 걱정 없이 먹었다. 덕분에 너무 편안한 하루를 보냈다. 가고 싶었던 텔레그라포에 가고, 유심도 사고, 처음으로 제대로 된 한 끼를 먹었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하루 그렇게 돌아다녔다고 뜨거운 리우의 햇빛에 피부도 탔다!

그리고 나는 물갈이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 밤이었지만, 치안이고 나발이고 눈에 뵈는 게 없다. 나는 지금 당장 화장실을 가야 한다. 처음으로 핸드폰을 손에 쥐고 있는 힘을 다해 구글맵을 보면서 숙소로 향했다. 내 인생 최고로 급한 순간 5순위에 꼽히는 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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