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선유 -
분명 아침엔 날이 맑았었는데
늦은 아침을 먹고
봉정암 법당에서 108배를 드릴 때
부처님 등 뒤 유리창 너머로는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지
일백여덟 개의 고뇌를
일백여덟 번의 한숨으로
일백여덟 개의 번뇌를
일백여덟 번의 눈물로
숨소리는 거칠어도
무릎은 꺾이지 않고
부처님 등 뒤 유리창 너머로는
지난 생이 흩날리고 있었지
일백여덟 번의 과오를
단 한 번의 사랑으로 용서받기엔
켜켜이 쌓인 지난날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이것도 욕심이구나 이제는 내려놓아야지
일백여덟 번의 인사로
일백여덟 개의 지난 생과 이별을 하고
돌아오던 그 길
그 겨울 산길은
2023년 2월 22일/ 수요일
지난날은
이미 지나갔어요
이미 지나간 것을
붙잡고 있는 것도
욕심이겠지요
잘한 일은 가끔 떠올리며 웃고
못한 일은 똑같이 반복하지 않기 위해
딱 그만큼
딱 그만큼만
남겨두기로 해요
지난날은
전생과도 같은 것
그 안에서
살아갈 필요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