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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동화 Feb 25. 2023

딸에게 05. 인생이라는 무대를 즐기렴!


안녕!

나의 딸




지난 목요일에는

너의 피아노학원 연주회가 있었지.




엄마 아빠는 너의 연주회에 참석하기 위해

며칠 전부터 업무를 바짝 땡겨 처리하며

그날을 기다렸단다.




생에 첫 무대.

여럿이 함께 오르는 무대가 아닌

홀로 이끌어가야 하는 독주의 시간.




그 시간을 너는 잘 지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단다.




연주를 끝까지 해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무대 위에서 울음을 터트리진 않을까,

너무 당황해서 악보도 보지 못하고

눈부신 스포트라이트와 어두운 객석을

공포로 느껴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이 모든 걱정은

정말이지 쓸데 없는 것이었지.




너는 그 넓은 무대에 홀로 서서도

반듯하게 인사도 잘하고

싱긋 미소도 지을 줄 알고




중간에 몇 번 음을 틀리고

잠시 머뭇거리기는 했지만

결국은! 끝까지 마무리 지었지.

너에게 주어진 시간에 책임을 다 한 거야!




연주를 완벽하게 해내진 못했지만

너는 웃었지.

웃으며 공손하게 객석을 향해 인사를 했지.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고 멋있었는지

너는 잘 모를거야. 하지만 엄마는 안단다.

일을 망치고 주저앉는 것보다

도망치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것이

더욱 힘든 일이라는 것을.




연주자가 모두 나와

다함께 합창을 하던 시간에도

너의 목소리가 가장 크게 울렸지.

부끄러움도 없이 두려움도 없이

너는 그저 그 시간을 즐기고 있었던 거야.




예쁜 드레스를 입고

예쁜 화장도 했으니

연주 좀 못한 것은

아무렇지 않은 것 같았어. ㅎㅎㅎ












앞으로도 너에게는

수많은 무대가 주어지게 될 거야.

여럿이 올라갈 수도 있고

길고 긴 시간을 홀로 이끌어야 할 수도 있지.




여럿이 올라선 무대에서 너는

주인공이 아닌 제일 구석자리를 맡을 수도 있고

어쩌면 무대가 아닌 뒤에서

그저 받쳐주는 역할을 맡을 수도 있단다.




네가 맡은 역할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혹은, 역할이 너무 커서 부담스럽더라도

이번처럼 웃어주렴.

이번처럼 즐겨주렴.




힘들고 지치고 떨리는 순간에도

네가 즐길 수 있는 요소는

반드시 있을 거야.




예쁜 드레스를 입고

예쁜 화장을 하고, 하지만

그런 것 없이도




너는 항상 예쁜 아이란다.




세상을 향해 웃어주렴.

세상을 향해 인사하고

너에게 주어진 무대를

마음껏 즐기렴!




언제나 너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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