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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동화 Feb 17. 2023

딸에게 04./ 엄마는 항상 너의 뒤에 있을게



엄마... 그런데...
'미안해' 이게 안 나와...





언니와 싸우고 펑펑 우는 네게

엄마는 이성적인 판단만 가르치며




'이건 네가 잘못한 것이 맞아.

그러니 언니에게 '미안해' 해야지'

라고 단호하게 말했어.




그때 너는 엄마에게 무너지듯 안기며

저렇게 말했었지.




'미안해'라는 말이

도저히 나오지 않는다고....




순간,

엄마에게 가르침을 받고 있던 네가

되려 엄마를 가르치고 있었단다.




그래.... 미안해라는 말,

이게 참 쉽지 않지...

외국어도 아니고 한자어도 아니고

받침이 두개도 아니고 발음이 어려운 것도 아닌데

이 간단하고 단순한 말이 뭐 그리 어렵다고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지...



마흔 넘은 나이에도 '미안해'를 못해서

하지 않아도 될 속앓이를 며칠씩 이어가면서,

고작 네 살인 아이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했구나...




'미안해'라는 말이

아무 감정 없이 할 수 있는 말이 아니고,

'미안해'라는 말을

아무 감정 없이 하면 다시 하라고 시킬거면서,

어린 너에게 너무나 가혹한 말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짠한 마음에 엄마는 단호하던 표정을 풀고

울면서 주저앉은 너를 꼬옥 안아주며

이렇게 말했었지.




"그래, 그 말이 참 안 나와. 그치?

엄마도 그랬단다. '미안해'라는 말을 못해서

참 힘들게 살았어.


엄마도 엄마의 언니인

ㅇㅇ이모와 싸우고 그 말을 못하고,


아빠와 부부싸움을 하고도

미안하다고 먼저 말 못했어.


엄마도 못한 말을

너에게 빨리 하라고

강요해서 미안해."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주렴~♥






한국 나이로 네 살이던 너는

고집이 너무 세어서

그런 너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엄마는 걱정이 많았단다.




그런데 한국 나이로 다섯 살 반이 되자

너는 악쓰고 소리 지르는 일이 줄어들더니

여섯 살이 되자 신기하게도 방긋방긋 웃으며

노란 꽃잎처럼 예쁜 말만 쏟아내었지.




이젠 더이상 '미안해'를 가르칠 필요도 없이

네가 먼저 '미안해'라고 할 때면

너의 성장이 기특하다가도

내가 너의 기를 죽인것은 아닌지

안쓰러운 마음도 든단다.




때가 되면 알아서 잘 할 아이를

그 때까지 기다려주지 못한 것 같아

엄마로서 많이 미안해.

네가 이렇게 잘 자랄지 모르고

엄마가 마음이 급했어.




엄마가 좀 더 마음을 넓힐게.

엄마가 좀 더 여유를 찾을게.




엄마가 앞서 걸으며

너를 팔을 잡아 끌지 않고

자박자박 걸어가는 너의 걸음

그 바로 뒤에서 너를 지켜봐 줄게.



걷다가 네가 돌아보면

그때마다 싱긋 웃어주는 엄마가 될게.

너희가 눈부시게 성장하는만큼

엄마도 성장하는 엄마가 될게.




우리 '함께'

인생을 살아보자. ^^




언제나 사랑해

나의 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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