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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술교육가 안용세 May 24. 2022

하루 인생 05

특별한 시간 


모두가 잠든 시간을 숭배하던 때가 있었다. 모두가 잠이 든 그 시간 홀로 깨어 있음은 세상의 주인공이 되는 순간이었고 그러한 기분은 오래도록 나를 잠들지 못하게 만들었다. 아이가 어른의 자유를 동경하고 어른이 아이들의 순수함을 희망하듯 당시의 나에겐 남몰래 맛보는 자유가 어둑한 고요의 새벽 안에 있었다. 어스름 피어나는 새벽빛의 푸르름이 이제는 그만 돌아갈 때임을 알려주고 등 뒤로 떠밀듯 피어오르는 따사로운 새벽 등불은 현실의 무감각한 두려움을 조금씩 일깨워주었다. 그리고 어른이 된 지금의 나는 그 현실의 무감각함에 오히려 감사함을 느끼며 매일의 등불을 마주한다. 세상의 주인공이길 꿈꾸던 새벽녘 어린 아무개는 어디론가 숨어버린 채. 


한국에 있을 때면 종종 핸드폰 속 세상이 고요하게 잠들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줄곧 해본 적이 있었다. 어릴 적 세상의 주인공이 되던 그때처럼, 나만 들어갈 수 있고 나올 수 있는 그런 미지의 세상에서 온전한 시간을 만들고 싶다는 S.F적 상상. 이리저리 치이고 나면 고맙단 인사말도, 힘내란 위로의 글들도 공허함만 맴도는 시간이었다. 그럴 때면 한없이 그리워지던 모두가 잠든 시간이었지만, 어른의 시간은 내가 동경해 마지않던 모습 그대로의 자유완 사뭇 달랐다. 왜 당시에는 그곳에서의 시간이 무한하게만 느껴졌을까? 


그곳에서의 은밀한 시간은 온전히 거리 둔 채 나를 들여다보는 때가 되어주었다. 그리고 요즘의 나는 16시간이란 긴 시차의 간격을 두고 종종 그러한 기분을 다시금 느끼며 지내고 있다. 다른 세상에서 시공간의 격차를 두고 지나온 이전의 인연들과 주고받는 낮과 밤은 꽤나 흥미롭다. 그들의 밤에 깨어있는 나를 통해 숨어버린 이전의 아무개를 다시금 만나고 있다. 미묘하게 다르지만 성장하며 잃어버린 줄 알았던 숭배의 시간을 다시 찾은 것만 같아 마음이 샘솟는다.


남기고 싶은 이야기가 생겼다. 

주어진 특별한 시간에, 허락된 숭배의 시간에, 모두가 잠든 세상의 주인공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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