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도록 돌멩이로 때를 밀어서인가 방개의 몸이 반들거렸다. 방개는 깨끗이 빨아서 말린 단벌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 교회를 향해 가는 발걸음이 가벼우니 꼭 봄날에 병아리들 모양 신이 났다.
그러나 방개가 생전 처음 주일 예배를 드리러 간 교회는 입구부터 심상치가 않았다. 어찌나 고운 한복을 차려입었는지 꼭 봄날에 핀 진달래처럼 환한 여자들이 줄줄이 교회 입구에 서서 교인들을 맞이했다. 두리번거리고 당황하는 방개를 알아본 사람은 목사의 사모였다. 그녀가 노란색 한복 윗도리에 하얀 치마를 입고 방개를 맞아주는 것이 아닌가.
방개는 역시 자신의 신분이 바뀐 듯이 약간의 거드름도 피워보며 당당히 예배실로 들어가 의자에 앉았다. 얼마 후 찬송가를 부르고 자신의 집에 찾아왔던 목사가 양복을 멋지게 차려입고 근엄한 표정으로 성경을 읽어댔다. 방개로써는 도통 모를 소리만 낭독하는 거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설교 내용도 너무 어렵고 이해도 잘 안 되는 말들과 이름들이 줄줄 나오니 방개로써는 하품이 절로 나고 머리에서 쥐가 날 지경이었다.
그런데 어제 목사가 자기를 주라고 담아준 광주리에 떡과 과일 고기를 하나도 안 남기고 밤이 늦도록까지
다 먹고 물에 들어가서 목욕도 하고 개운하게 잔 것 같은데, 어째 예배 전부터 배가 부글거리고 뱃속이 이상야릇했다.
'아이고 이 놈의 뱃속이 왜 이렇치, 금방 방귀가 나올 것 같은데, 어쩌나, 여기 변소깐도 난 모르는데.'
방개는 속으로 중얼대면서 좌우를 두리번대기 시작했다. 교인들이 대다수는 하나님 말씀이 무슨 놀랄 만큼의 크나큰 비밀이라도 되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설교에 귀를 쫑긋 하고 있었다. 어쩌다가 졸거나 조금의 딴짓을 하는 사람들이 있긴 해도 방개처럼 두리번대거나 똥 마려운 사람처럼 낑낑대는 표정은 한 사람도 없었다.
더구나, 엄중하시기만 한 목사의 표정은 금방 날아가는 새라도 잡을 듯이 초긴장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교회를 잘못 온 것 같다고 방개는 후회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독 안에 든 쥐모양으로 긴 장의자에 중간에 앉아 있던 방개는 나갈 수도 없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사람의 체신으로 따진다면 이런 자리에서는 무조건 참고 견디는 수밖에 없는데 이놈의 뱃속은 점점 고래가 바다에 뛰어오를 때처럼 요란방정을 떨면서 부글거렸다. 점점 얼굴에서 진땀이 흐르는 게 견딜 수 없는 고통이 흘렀다.
방개는 그렇지 않아도 몸이 아픈데 과식을 한 탓이라고 은근히 자신을 자책도 했지만, 여기서 피를 쏟지만 않으면 다행일 것 같았다.
그때 목사가 다시 성경을 펼치면서 근엄한 목소리로 성경책을 읽었다.
"자, 성도 여러분 룻기 1장 3절부터 5절까지 보시겠습니다.
3절. 나오미의 남편 엘리멜렉이 죽고 나오미와 그의 두 아들이 남았으며
4절. 그들은 모압 여자 중에서 그들의 아내를 맞이하였는데
하나의 이름은 오르바요 하나의 이름은 룻이더라
그들이 거기에 거주한 지 십 년쯤에
5절. 말론과 기룐 두 사람이 다 죽고 그 여인은 두 아들과
남편의 뒤에 남았더라."
방개는 성경책에서 누가 죽었다는 건지 도대체 알 수도 없었지만 당장 배가 부글거려서 죽게 생긴 건 자신인데 왜 목사가 강대상에서 자기에 얼굴을 안 쳐다보고 있는지 답답한 노릇이었다.
자기 얼굴을 쳐다보면 얼른 손을 들고 변소 간에 간다고 말을 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는데, 목사는 계속 자기를 안 보고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참다못한 방개가 한쪽 엉덩이를 슬며시 들고일어나려고 하자 목사가 더 열띤 설교를 하는 것이 아닌가.
"자, 봅시다. 지금 시어머니 나오미가 어떻게 되었지요? 자기 남편도 죽고 두 아들 말론과 기련이 다 모압땅에서 죽었다는 것이 아닙니까.
그러니 시어머니와 두 명의 며느리가 다 과부가 되었으니 과부가 지금 셋입니다.
이 집안에. 베들레헴을 떠난 나오미의 가정이 이렇게 풍비박산이 나서 다들 과부가 된 겁니다.
그것도 흉년이 든 해에 말입니다. 그럼 이 세 과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
방개는 나가려다 말고 설교에 내용이 갑자기 흥미진진해서 엉덩이를 도로 의자에 꽉 붙이고 눌러앉았다. 과부 셋이 흉년에 어찌 살게 될까 가 정말 걱정이 된 것이다.
"여기서 두 며느리들은 시어머니 나오미가 믿는 하나님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자기 친정으로 돌아가서 자기 나라의 신을 믿을 것인지가....... 여기서 갈리지요.
그런데 하나님을 선택한 작은 며느리 룻이란 여인은 시어머니를 따라서 이스라엘 땅으로 함께 돌아갑니다.
그리고 큰 며느리 오르바란 여인은 자기 친정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 후, 룻이란 여인은 이스라엘의 유력한 부자 보아스를 만나서 요즘 세상 말로 하면 재혼에 성공하고
예수그리스도의 계보에 오르지만,
친정으로 돌아간 오르바라는 며느리는 자기 나라에서 이방의 신을 믿게 되면서 더 이상은 하나님과의 관계가 없게 되는 됩니다.
룻이 이스라엘 다윗왕의 증조할머니가 되었던 것은 딱 한 번의 선택, 바로 시어머니가 믿는 하나님을 선택해서 따라간 것뿐입니다.
그럼 여러분은 인생의 고비마다 과연 하나님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오르바처럼 자기가 믿는 신, 세상의 신들을 쫓아가시겠습니까?"
그때였다, 갑자기 방개의 얇은 바짓가랑이 사이로 참을 수 없는 방귀의 소리가 아주 크게 나팔을 울리듯이 온 교회를 퍼져나갔다. 지독한 방귀 냄새와 함께 방귀 소리는 태평소의 시나위소리가 자진모리에서 굿거리장단으로 이어지듯이 아주 신이 나는 소리를 냈다.
"아이고 이게 무슨 소리야."
"아이고 냄새, 왠 놈이 방귀를 뀌고 난리야."
"에헴. 에헴. 하나님 노하시계 누가 교회에서 방귀를 터트려."
다들 야단법석을 치르듯이 방개를 향해 일제히 눈길을 쏘아보았다.
그리고 다들 코를 잡고 손사래를 치며 방귀 냄새가 자기 앞에 오는 걸 막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그중에는 방개 옆자리에 앉았던 점잖았던 부인이 제일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게걸음으로 자리를 피해 나오더니 치마를 툭툭 털며 세상에서 못볼꼴을 봤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성전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러자 강대상에 서 계시던 목사가 폭소를 터트리며 모든 회중을 둘러보며 방개가 무안하지 않도록 웃으시는 게 아닌가. 그리고 목사는 손으로 엉거주춤하고 서 있는 방개를 앉으라고 하며 다시 설교를 시작했다. 그리고 방개 역시 세 명의 과부들 이야기가 너무 흥미로워서 방귀 냄새가 나건 말건 다시 목사의 설교를 듣기 시작했다.
그날부로 방개는 교회와 그 지역의 유명한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방개를 향한 관심이 마을에 희한한 소문으로 퍼지며 방개를 보러 빈집을 두리번 대는 사람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