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야를 지나는 기차역에서
기차는 그 역에서만 유독 오래 서 있었다.
상행선과 하행선이 교차하는 역
그 조그만 간이역
너와 내가 만난 기차역이였지.
별밤이 입김을 불어오고
먼 들판에서는 눈발이 날리며
엽서처럼 그리운 이름들이 마구 흔날리던
역.
차창가에 서서 마지막 손을 흔들었던 나.
기차가 떠나려고 할 때
어쩌면 다시는 못볼 것만 같아서
하얀 운동화 발끝이 시려도
플랫포옴에 서서
오랫동안 움직이지 못하던 나.
기차는 설야의 밤을 지나가고
어딘가에서 다시 교차되지 못한 그날의 시간들이
잡았던 손의 체온처럼 식혀지지 않은 채
세상이 다 잠든 시간에
거실 창가에서
조그만 어항속에서 노니는
열 세 마리의 작은 물고기 구피처럼
아름다운 기억의 몸짓으로
추억이 남긴
먼 기적소리를 불러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