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브람스 <네 개의 엄숙한 노래>
1959년에 발표한 프랑스의 여류 소설가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과 2020년에 방영된 한국 드라마의 제목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이다. 제목이 같아서 소설을 소재로 한 드라마라고 생각하겠지만, 두 작품의 내용은 다르다. 사강의 소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39세의 여인이 14세 연하인 25세 청년의 열렬한 구애를 받아들이면서 시작되는 사랑이야기이다. 반면, 한국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음악가들의 재능에 대한 고민과 사랑을 그린 내용이다. 물론 두 작품의 공통점은 있다. 브람스와 슈만 그리고 슈만의 아내 클라라 슈만의 관계처럼 연상 연하 커플의 사랑이야기와 삼각관계를 그렸다.
브람스와 클라라의 플라토닉 사랑이야기는 유명한 이야기로 많이 알려져 있다. 브람스는 스승의 아내이자, 14세 연상의 여인 클라라를 평생 연모했다. 브람스가 처음 클라라를 만나게 된 것은 1853년, 브람스의 나이 20세 때였다. 브람스는 친구이자 당시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인 요하임의 소개로 슈만 부부를 만났다. 당시 슈만은 작곡가로 평론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슈만의 아내 클라라 역시 유능한 여류 피아니스트였다. 브람스는 자신이 작곡한 피아노 <소나타 제1번>을 슈만 부부 앞에서 피아노를 연주했다. 슈만은 브람스의 연주를 듣고 자신의 음악 신보에 <새로운 길>이라는 제목과 함께 그를 극찬했다.
브람스는 슈만 덕분에 무명 음악가에서 촉망받는 음악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슈만 부부의 집에서 약 2개월간 함께 지내며 서로에게 음악적 영감을 주고받았다. 슈만 부부의 일기에 브람스의 찬사가 매일같이 끊이지 않을 만큼 슈만 부부는 브람스의 음악성을 높이 샀다. 브람스 역시 슈만을 존경했고, 클라라에 대한 연모의 마음도 샘솟았다. 몇 개월 후 슈만의 가족력인 정신병이 악화되었다. 슈만은 라인 강에 투신했고 그 소식을 들은 브람스는 한걸음에 달려왔다. 정신병원에 입원한 슈만을 대신해 브람스는 클라라와 6명의 아이들을 보살폈다. 클라라는 임신 6개월의 몸이었다. 브람스는 슈만의 면회도 그녀를 위해 대신했다.
브람스는 클라라에 대한 연모의 정이 더욱 깊어만 갔다. 슈만이 세상을 떠나고 40년간 클라라와 브람스는 편지를 주고받았다. 두 사람은 우정과 연민의 마음을 간직하며 선을 넘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슈만에 대한 존경과 의리였다. 브람스와 클라라는 음악적 영감을 주고받는 평생의 동반자로 함께 했다. 브람스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클라라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브람스는 <네 개의 엄숙한 노래>을 작곡하기 시작했다. 곡이 완성될 즈음 브람스의 뮤즈 클라라가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1년 후 브람스도 세상을 떠났다.
브람스는 <네 개의 엄숙한 노래>는 최후의 가곡(Lid)으로 진지하고 엄숙하며 장엄한 느낌의 곡이다. 1896년 3월 클라라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접한 직후 작곡하기 시작하여 그 해 5월 곡이 완성될 즈음 그녀가 세상을 떠났다. 브람스는 클라라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생 역시 벼랑 끝에 왔음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이 곡을 작곡하였다. 총 4곡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곡, 2곡, 4곡의 가사는 개신교의 성경에서 제3곡은 가톨릭의 외경에서 가져와 곡을 붙였다.
제1곡 ‘인생에게 임하는 일이 짐승에게도 임하나니’(전도서 제3장 19~22절) 인생의 헛됨을 아는 자가 내세의 생명을 찾게 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인생이 당하는 일을 짐승도 당하나니 그들이 당하는 일이 일반이라 다 동일한 호흡이 있어서 짐승의 죽음 같이 사람도 죽으니 사람이 짐승보다 뛰어남이 없음은 모든 것 이 헛됨이로다(19절) 다 흙으로 말미암았으므로 다 흙으로 돌아가나니 다 한 곳으로 가거니와(20절) 인생들의 혼은 위로 올라가고 짐승의 혼은 아래 곧 땅으로 내려가는 줄을 누가 알랴(21절) 그러므로 나는 사람이 자기 일에 즐거워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이 없음을 보았나니 이는 그것이 그의 몫이기 때문이라 아, 그의 뒤에 일어날 일이 무엇인지를 보게 하려고 그를 도로 데리고 올 자가 누구이랴(22절)”
제2곡 ‘내가 모든 학대를 보았다’(전도서 제4장 1~3절) 제1곡 가사와 연결된 내용으로 세상에서의 삶이 내세를 생각하며 살기 때문에 죽음이 삶보다 더 낫다는 내용이다. "내가 다시 태양 아래서 행하는 모든 학대를 살펴보았도다. 보라! 학대받는 자들의 눈물이로다. 그들에게 위로자가 없도다. 그들을 학대하는 자들의 손에는 권세가 있으나, 그들에게는 위로자가 없도다(1절) 그러므로 나는 아직 살아 있는 산 자보다 죽은 지 오랜 죽은 자를 더 복되다 하였으며(2절) 이 들보다고 출생하지 아니하여 해 아래에서 행하는 약한 일을 보지 못한 자가 더욱 복되다 하였노라(3절)”
제3곡 ‘아, 죽음, 얼마나 괴로운가’(예수 집회서 41장 1~2절) 부유하고 편안한 삶을 사는 자들에게 죽음은 괴롭지만, 가난하고 늙은 자들에게 죽음은 행복하고 기다려지는 일이라는 내용이다. "오 죽음아, 자기 재산으로 편히 사는 인간에게, 아무 걱정도 없고 만사가 잘 풀리며 아직 음식을 즐길 기력이 남아 있는 사람에게 너를 기억하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1절) 오 죽음아, 너의 판결이 궁핍하고 기력이 쇠잔하며 나이를 많이 먹고 만사에 걱정 많은 인간에게 반항적이고 참을성을 잃은 자에게 얼마나 좋은가!(2절)”
제4곡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전도서 제13장 1~3장, 12~13장) 사랑이 없으면 의미가 없는 말이 되고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없다고 하는 내용이다. “내가 사람의 방언과 천사의 말을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소리 나는 꽹과리가 되고(1절) 내가 예언하는 능이 있어 모든 비밀과 모든 지식을 알고 또 산을 옮길만한 모든 믿음이 있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가 아무것도 아니요(2절)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구제하고 또 내 몸을 불사르게 내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유익이 없느니라(3절) 우리가 지금은 거울로 보는 것 같이 회미하나 그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볼 것이요 지금은 내가 부분적으로 아나 그때에는 주께서 나를 아신 것 같이 내가 온전히 알리라(12절) 그런 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중에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13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