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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거대한 손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3번>




역사상 가장 거대한 손 피아니스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

역사상 가장 큰 손을 가진 피아니스트가 있다. 바로 러시아 출신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라흐마니노프이다. 피아노 건반에서 한 옥타브를 가운데 도에서 높은 도까지 8도라 칭한다. 다수의 피아니스트들은 손의 크기에 따라 대략 8도에서 11도까지 안정적으로 연주할 수 있다. 조금 더 큰 사람들의 경우 12도까지 연주할 수 있다. 하지만 거의 드물다. 라흐마니노프는 13도 음정까지 정확하게 연주해낼 수 있는 거대한 손을 가졌다. 유달리 긴 손가락 덕분에 기교적으로 뛰어난 곡들을 많이 작곡하였다. 그는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게 하는 도전적인 곡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작곡하였다.  


호주 출신의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을 모델로 한 영화 <샤인>에서 주인공은 혼신의 힘을 다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한다. 영화 속에서 ‘미치지 않고서는 연주할 수 없는 곡’이라고 묘사했다. 라흐마니노프 자신도 이 곡을 초연한 후 “내가 왜 이런 곡을 작곡했는지 모르겠다.”라고 표현할 만큼 기교적, 예술적으로 난해한 곡으로 악명이 높다. 이곡을 작곡할 당시 라흐마니노프는 이미 연주자로 작곡가로 정평이 나있던 때였다. 새롭게 도전하는 낯선 미국 무대에서 청중들을 단번에 휘어잡을 무언가가 필요했다. 1907년에 시작된 작곡은 2년간의 노력 끝에 대곡 <피아노 협주곡 3번>을 탄생시켰다. 


라흐마니노프는 완성된 협주곡을 절친이자 동료인 폴란드 출신의 피아니스트 요제프 호프만에게 헌정하였다. 하지만 호프만은 ‘자신을 위한 곡이 아니다’라고 하며, 연주를 거절했다. 라흐마니노프만큼 손이 크지 않았던 호프만에게 그의 곡은 너무나도 난곡이었다. 다른 피아니스트들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힘든 수준의 극단적인 도약음과 넓게 펼쳐진 화음들이 즐비했다. 결국 라흐마니노프는 직접 초연하기로 마음먹었다. 바쁜 일정으로 시간이 촉박했던 탓에 연습할 시간이 없었다. 그는 미국으로 향하는 배안에서 무성(無聲) 건반으로 연습하며 미국으로 향했다.


1909년 11월 28일, 발터 담로쉬의 지휘와 뉴욕 심포니 소사이어티와 협연으로 이루어진 초연은 성공적이었다. 7주 후 구스타브 말러의 지휘와 뉴욕 필하모닉의 연주로 다시 한번 연주되었다. 거대한 스케일과 현란한 기교, 러시아적 색채를 선보이며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당시 뉴욕 헤럴드는 ‘우리 시대 협주곡 중 가장 흥미롭고 아름다운 작품이다’라고 호평하였다. 반면, ‘극단적인 테크닉과 장대함으로 인해 여러 피아니스트가 연주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피아노 협주곡 3번>은 총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악장은 러시아적인 주제가 장엄하게 등장한다. 두 번째 주제 선율이 점차 발전하면서 라흐마니노프의 화려한 기교와 꽉 찬 화음들을 강렬하게 마구 쏟아낸다. 아직도 보여줄 것이 남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듯 피아노만을 위한 카덴차가 시작된다. 1악장에 2개의 카덴차를 넣었다. 2악장은 ‘intermezzo(간주곡)’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러시아의 애환을 노래하듯 오보에의 독주로 멜로디가 연주된다. 이 곡은 2악장과 3악장 사이의 쉬는 휴지부 없이 이어서 진행한다. 3악장은 비르투오소 피아니스트의 기교를 마음껏 펼치며, 웅장하고 화려하게 곡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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