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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또 해줘.


달리는 자동차 안.

기어 위로 손을 내밀고 그 손을 맞잡을 때면 기분이 좋다.

그렇게 공식적으로 가깝게 있을 수 있는 곳.


우리는 함께 어딜 가는 중이었고 자동차는 잠시 신호 대기 중이었다.

오빠랑 나는 이야기 중이었고, 그 이야기 끝에 오빠는 흘러내려온 내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순간 오빠 얼굴만 보였다.

약간은 수줍고 멋쩍은 그의 얼굴이 참 좋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너무 좋은 나머지

무드 없이 한 소리를 했다.


"오빠, 우리가 만나고 결혼한 근 십여 년 동안 이런 행동은 처음이야."

"웃기지 마"

"한 네가 알겠냐 받은 내가 잘 알겠냐?"

"..."





-



벌써 7월의 끝자락.

며칠 뒤면 휴가를 떠날 예정이다.


한 달 전부터 오빠는 내 얼굴만 보면 무슨 옷을 사야 하는데~ 뭘 사야 하는데~ 소리를 해대고 있다.

그중 한 품목인 수영할 때 빨리 마르는 티셔츠.


"나 래시가드 사야겠어"

"있잖아~ "

"그거 말고, 그거는 민소매라 너무 타서 안 되겠어"

작년에 민소매라고 일부러 태울 거라면서 사놓고!라는 소리는 참았다.

"그거 말고 긴 팔도 있는데?"

긴 팔 래시가드도 이미 있다는 말에는 묵묵부답.

뭐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드니 새로 사고 싶다는 말인 줄은 알지만 굳이 사야겠나 싶어서 말을 빙빙 돌렸더니 오빠도 포기했나 보다 했다.



어제였다.


"내일 쇼핑 가야지?"

"왜?"

"아니, 캠핑 갈 때 옷 많이 챙기기 불편하니까. 이거 사서 입고 빨아서 말리고 하게~"


노력이 가상하다 정말.


그러고는 쇼핑을 하러 가는 차 안.

오빠의 팔이 삼팔선처럼 나뉘어 있는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를 넘어온다.

못 본 척하고 있자, 탁탁 손등으로 소리를 내며 손을 잡으라고 신호를 준다.

못 이기는 척 오빠의 손가락 사이사이에 내 손가락을 밀어 넣으며 손을 맞잡는다.

몇 번 조몰락조몰락 손을 만지작거리다 이내 손을 놓고는 다시 분단 부부가 되었다.


"오빠, 오빠 옷은 오빠 용돈으로 사는 거지?"

"아니? 네가 사주는 줄 알았는데?"

"이 아저씨 웃기는 아저씨네~"


끼익-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뀌었다.

다시 무어라 말을 하려고 오빠를 보았는데 내 흘러내린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준다.

오빠가 뭐라 말을 했는데, 아무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 순간 오빠가 지었던 표정. 손끝의 감촉. 뭐 그런 것들이 흐릿하게 기억날 뿐이다.

뭔가 되게 부끄러웠고. 10대 소녀가 된 듯한 느낌에 굉장히 멋쩍어졌다.


그래서 한마디를 해버린 거지.

"오빠, 우리가 만나고 결혼한 근 십여 년 동안 이런 행동은 처음이야."




동기가 불순했을지라도.

어찌 되었든.

난 좋았어 오빠.

다음에 또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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