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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라니내가작가라니
Dec 14. 2021
역시, 한 해를 되짚어 보려면 인스타그램이 제격이다.
열심히 손가락 운동을 해서 2020년 12월 31일에 도착했다. 어두운 방 안에서 발로는 민재 비행기를 태우고 손으로는 민영이 비행기를 태우는 오빠가 찍혀있다.
그 위에는 2021년 1월 1일. 사진 속 두 아이는 앳되고 귀엽다. 한 뼘은 더 작은 나의 아이가 그 속에 있다. '아이가 커 가는 것을 보며 세월을 실감한다.'는 어른들의 말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2020년 마지막과 2021년의 처음은 별 다를 것이 없었다. 그저 어제와 오늘이었다.
그렇게 어제와 오늘을 살았고 그것이 어느덧 2021년이 되었을 뿐. 2021년에 큰 의미는 없었다.
2021년 1월 3일에는 꽃들에게 희망을 이라는 책을 읽었다. 읽고 끝나는 독서가 아니라 목표지향적인 독서를 해야겠다고 다짐을 해놨다.
늘 육아서 위주의 독서를 했었고 간간히 로맨스 소설을 읽어왔던 터였다. 그러다 문득, 우연히, 불현듯! 독서모임을 시작했다. 무슨 대단한 의지와 목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 하는 독서모임이라 더욱 그랬을지 모른다고 포장하고 싶지만, 정말 하얀 백지상태에서 그들을 만났다.
그 모임은 단순히 책을 읽는 모임이 아니었다.
책을 읽었고, 내면을 들여다보게 독려했다.
나의 자아, 꿈. 이만큼 살아 덮어두었던 나의 세계를 들썩이게 만드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나의 올해의 기쁨이 시작되었다.
나를 알아가는 기쁨. 나의 올해의 기쁨이다.
몇 년간 말하는 직업을 가졌고 수십 명을 앉혀두고 강의를 하면서도 자기소개를 하며 버벅거리는 나를 알았다. 2주의 근황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도 늘 두서가 없었다. 적극적이면서 수동적인 인간이라는 것을 알았다. 가끔은 너무 깨끗하게 닦인 거울로 나를 보는 것 같아 민망했다. 가끔 돌을 던져 거울을 깨트리고 싶기도 했고 후드를 뒤집어쓰고 눈만 내놓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그리고 그 순간 나의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횟수가 늘어났다. 살랑이는 바람에 눈을 감아볼 수 있게 되었고 겨울의 냄새를 맡아볼 수 있게 되었다.
난 여전히 눈앞의 과제가 우선인 인간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리고 인정했다.
'왜 이렇게 생겨먹었냐'라고 생각했는데, 난 그냥 목표를 지향하는 성향을 가진 것이라고. 대신에 의도적인 쉼표, 둘러봄을 장착한 목표지향형 인간이 되자고 합의했다.
어제와 오늘처럼, 2019년과 2020년이 비슷했던 것 과는 달리 2021년에는 조금은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길 바랐다.
2021년의 끄트머리에서 바람이 이루어졌냐고 물으신다면, 음! 네! 하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2022년에는 나를 돋보기로 들여다볼 수 있는 용기가 생기길 바란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