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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키곰도리 Oct 27. 2024

첫사랑 곰돌이

송혜교 닮았음.

나는 확신하련다. 인간은 사랑과 혁명을 위해 태어난 것이다. - 사양, 다자이 오사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내 첫사랑 곰돌이를 만난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크리스마스 아침, 피아노 위에 앉아있던 곰돌이.

이 운명적인 만남은 내 인생을 관통하는 일관된 애정을 만들어낸다. 

나는 새하얀 겨울을 닮은 곰돌이와 바로 사랑에 빠졌다. 


엄마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준 장본인이지만, 곰돌이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비염도 있는 애가 항상 곰돌이에 코를 박고 있으니 싫으실 수밖에 없긴 했다.


어릴 적 친구들에겐 항상 곰돌이 자랑만 해서

생일 때마다 각양각색의 곰돌이만을 선물 받았고,

집엔 곰돌이가 더 많아졌다.

(나는 한 곰돌이만 좋아하는 거였는데...)


엄마의 박해가 시작되었는데, 

항상 누가 집에 놀러 오면, 곰돌이를 쥐어줬다.

집에 누군가 올 때면 나는 내 첫사랑 곰돌이를 꼭 안고 장롱에 숨어 있었다.

이 친구만은 안된다고 속삭이며...


내 첫사랑 곰돌이는 정말 인생의 사랑이었다.

아기북극곰을 닮은 하얀 털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파란색 체크 리본 패션에

한쪽 손은 누르면 삑 소리가 났다.

귀여운 짧은 꼬리에 자주 뽀뽀해 준 기억이 있다.

외모는 북극곰계의 송혜교 느낌으로 기억한다.

우아하고, 사랑스럽고, 귀엽고 예뻤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강렬한 실연을 겪었다.

정확한 나이는 기억나지 않지만 

학교 가기 전에 그 곰돌이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았으니,

못해도 6년 이상은 함께했을 것이다.


엄마가 아파트 창문에서 곰돌이를 먼지 털다가, 

눈이 빠졌었다.

열심히 찾아보았지만, 어디로 간 건지 찾을 수 없었다. 

나는 상관없다고, 눈이 하나 없어도 좋았다.


어느 날 학교 갔다 집에 왔는데, 곰돌이가 없었다.

엄마는 곰돌이를 내다 버렸다고 했다.

나는 울고 불고 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이었다면, 지자체를 찾아가서 쓰레기를 뒤졌겠지만.

그때는 그렇게 첫사랑 곰돌이를 떠나보냈다.


내 인생에 처음 겪는 가장 큰 힘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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