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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작가 Oct 08. 2023

노동은 축복이다

세상의 모든 노동은 가치있고 의미 있지만, 그 중에서도 땀냄새가 밴 현장에서의 노동은 특히나 더 정직하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땀 흘려 일한만큼의 대가를 받는다.

 

해마다 6~7월이면 다음 해의 최저시급을 정하기 위한 노사간의 줄다리기가 팽팽하다.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할 땐 임금을 주는 쪽이었으니 언제나 인건비가 부담이었지만

서귀포에 와서 노동자의 삶을 살아보니 힘들게 일한 노동의 대가가 적당한가 하는 아쉬움이 생기곤 한다. 

하지만 나에게 노가다 일은 낯선 서귀포에서 터를 잡고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인 동시에 

새롭게 살아갈 수 있는 또 다른 밑천이기도 하다. 

처음 해보는 일이지만, 성실하고 기술만 좋으면 오랜 시간 꽤 안정적인 직업이 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식당 운영을 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식당일도 만만치 않은 노동강도와 숙련된 기술을 요하는 힘든 일이다.  

그 중 모든 자영업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건 

손님이 없는 빈 가게를 지키며 떨어지는 매출을 올릴 수 없을 때다. 

코로나 기간 2년을 버티며 겪었던 고통은 두번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을 만큼 무척 힘들었다. 


노가다 일도 마찬가지로 일감이 없어 손을 놓고 있어야 한다면 걱정이겠지만

일감만 꾸준히 들어온다면 스트레스 받을 일이 많은 자영업에 비해 훨씬 나은 것 같다. 

수요는 꾸준히 있지만 일하려는 젊은이들이 많지 않다 보니 경쟁력이 있는 편이다. 

물론 더우면 더운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참으며 일해야 하는 환경에 몸은 힘들지만 

몸이 힘든 대신 다른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크지 않다. 

이른 아침부터 오후까지 정신적인 스트레스 없이 열심히 몸만 쓰면 되니 당연히 식욕이 생기고 

아무 음식이나 맛있게 많이 먹어도 소화가 잘 된다. 또 저녁에 퇴근하면 피곤해서 잠도 푹 자게 된다. 

너무 1차원적인 행복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서울에서 식당을 하며 몸고생, 마음고생을 하던 때를 떠올리면 노동이 주는 대가는 참으로 달콤하다.      


지극히 개인적인 나의 경험이지만 노가다를 시작하면서 스트레스도 줄고 잡념도 없어졌다. 

매일 몸을 쓰니 체중도 10kg이나 줄어들었고 당수치, 혈압, 고지혈증 모두 정상범위 안으로 돌아왔다. 

단순해진 삶에 서귀포 자연이 주는 행복까지 더해져서 서귀포의 일상은 모든 것이 감사하다.       

간혹 육지의 지인들은 걱정하듯 묻는다. ‘적지 않은 나이에 안 하던 일을 해서 힘들지 않느냐’고.

부딪혀보지 않으면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없다고 생각했다. 막상 부딪혀보니 몸이 감당할 만하다.   

50세를 바라보는 지금, 20대가 부럽지 않은 체력으로 다져진 나 자신을 보며 간혹 혼잣말을 하게 된다.


'정직한 노동은 축복'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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