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어떻게든 할 수 있다.
새해가 밝았다.
다시 돌아온 새로운 해의 1월과 함께 ‘신년 계획 세우기’ 역시 돌아왔다. 새해에 이루고자 하는 목표와 그를 이루기 위한 계획을 정하는 아주 중요한 이 신년 계획은 성큼 다가와 버린 새해를 열심히 살아내기 위한 준비라고 볼 수 있다.
신년 계획을 세우다 보면 낯이 익은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작년에 지키지 못했거나 다 이루지 못한 것들이 완주를 노리며 다시 한번 출발선에 선다. 그중에서도 단골 손님을 꼽아보자면 독서와 공부, 그리고 운동이 있겠다.
필자 역시 새해를 맞아 신년 계획을 새로 수립했다. 책을 읽고 꾸준히 기록할 것.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 새로운 것을 공부할 것 등이 있다. 그렇다. ‘새로’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모두 작년의 것과 똑같은 목표이다.
물론, 이 목표들은 전부 한 번 달성했다고 그만둘 수 있는 것들은 아니다. 작년에 운동을 열심히 했다고 올해 운동을 안 해도 되는 것은 아니며, 인간은 평생 무언가를 배우고 습득해야 하니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필자는 작년 목표의 연장선으로 올해의 목표를 세운 것이 아니다. 그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들 역시 마찬가지일 테다. (그렇지 않은 성실한 사람이 있다면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작년에 목표를 완수하지 못했다면 뭐 어떤가. 올해 다시 시작하여 끝내면 되는 것을. 필자는 이런 생각으로 올해도 작년과 같은 목표를 설정했다. 아마 나와 뜻을 함께하는 동지가 많을 것이라 예상되는데, 그들에게 묻고 싶다.
새해가 한 달 정도 지난 지금, 당신의 목표는 어디까지 진행되었는가? 혹시 벌써 실패하고 멈춰버린 것은 아닌가? 아예 시작도 하지 않은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
신년 계획의 진정한 문제는 1년 동안 그를 완수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아니다. 바로 새해의 초입인 1월에 포기하는 목표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매일 다이어리 작성하기’에 실패해 1월에서 다이어리가 멈춰버리는 상황 말이다.
연말이 되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내년에 살 다이어리를 고르고, 예쁜 스티커를 차곡차곡 모으지만, 어째서인지 쌓여가는 건 1월에 멈춰버린 다이어리들이다. 2월까지 기록된 다이어리가 있다면 그건 기적과도 같다.
하루 이틀 밀린 일기가 두 자릿수를 넘어가면서부터 다이어리 쓰기는 중단된다. 혹은 잘못 쓴 글씨가 유난히 거슬린다거나, 잘못 붙인 스티커에 절망하는 순간 다이어리는 쳐다보기도 싫어진다. 포기에는 이렇게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어떤 이유든 다시 시작할 엄두는 나지 않는다. 이제 남은 건 쌓여가는 흰색 종이를 외면하는 것뿐이다.
일기가 아니라 다른 목표는 어떨까. 안타깝지만 그 쪽도 그렇게 사정이 좋지는 않다. 호기롭게 시작한 운동은 이미 ‘오늘 하루만 쉴까’라는 이름의 저주 앞에 목숨을 잃었다. 사실은 언제든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부활 버튼이 몇 개나 있지만, 폭신한 침대 속은 부활에 적당한 장소가 아니다.
분명 모두가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건 아니겠지만, 착실하게 세워 둔 신년 계획이 일그러지는 건 많은 사람들이 겪어 본 비극일 것이다. 목표를 중도 포기하는 순간 생기는 회의감과 무력감은 모든 의지를 좀먹어버린다. 벌써 1월이 다 지나가 버린 지금, 필자의 눈에도 이미 주저앉은 목표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렇게 가다간 지난 연말에 겪었던 비참한 무력감을 올해 또 겪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도대체 우리는 어떻게 해야 이 무력감의 굴레를 끊을 수 있을까.
우선, 우리는 계획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작은 목표를 하나씩 해치워나갈 때 우리는 더욱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커다란 목표 한 개보다 작은 목표 한 개가 현실적으로 실천하기에 더욱 쉽다. 예를 들어, 하루에 물 2리터 마시기는 힘들지만 하루에 물 5잔 마시기는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신년 계획을 세분화해서 실천하기 쉬운 형태를 만들어야 한다. 큰 목표 하나를 다섯 단계로 나눈다고 생각해 보자. 커다란 목표 하나를 달성했을 때는 한 번의 성취감만 느낄 수 있지만, 다섯 단계를 모두 성공했을 땐 다섯 번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궤변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뭐 어떤가. 결과적으로는 목표도 달성하고, 5배로 뿌듯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을.
신년 계획은 모두에게 버겁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작은 하루가 하나하나가 자그마치 1년 치 모여야 이룰 수 있는 목표들이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기간을 끊어서 계획을 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누어 계획해도 좋고, 4분기까지 끊어 계획해도 좋다. 여기서 중요한 건, 자신에게 맞는 적당한 목표와 적당한 속도를 찾아내는 것이다.
둘째로, 현실적으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나라는 존재와 함께 이만큼의 세월을 살아왔다면, 이제 스스로의 한계 정도는 알고 있다. 한계를 뛰어넘어야 성장도 한다지만, 신년 계획 앞에서 그런 공식은 필요 없다. 무리하다가 실패하는 것보다 자신의 수준에 맞는 목표를 설정하는 게 몇 배는 낫다.
목표를 높게 잡아야 일정 수준이라도 달성할 수 있다는 의견도 일리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실행하기 어려운 목표는 오히려 사기를 떨어뜨리는 주범이 된다. 너무 높은 목표에 지레 겁을 먹고 시작도 못 하는 것보다 해낼 수 있는 정도의 목표를 정하는 게 성공 확률은 더 높다.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자. 할 수 있는가, 할 수 없는가. 조금이라도 머뭇거렸다면 목표를 낮추자. 단, 그렇게 낮춘 목표는 꼭 성공하도록 하자. 기준을 낮춘 목표에는 더 이상 타협점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잊지 말자.
마지막으로, 포기하지 말자.
무엇보다 중요한 건 꺾였는데도 그냥 하는 마음이다. 조금 꺾였으면 어떤가. 다시 일어나서 끝까지 달린다면 완주할 수 있다.
글씨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혹은 쓰는 것을 계속 미뤄서 1월에 멈춰버린 다이어리보다 중간이 텅 비었더라도 끝까지 작성된 다이어리가 훨씬 낫다. 매일 운동에 가겠다던 약속을 포기해 버리는 것보다, 1주일을 쉬더라도 다시 운동에 나가서 흘리는 땀은 값지다. 계획했던 권수는 채우지 못했더라도, 완독한 책이 하나라도 있다면 독서 성공이다.
물론 필자 역시 어쭙잖은 완벽주의가 온몸에 팽배한 사람이기에 그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거듭 말하지만, 우리에겐 중도 포기보다 어떻게든 완주하는 것이 훨씬 의미가 있다. 넘어질 수도 있고, 잠시 쉬어갈 수도 있다. 지금까지 한 게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어떻게든 할 수 있다. 멈추지만 않는다면 뭐든 할 수 있다.
그러니 연초에 세웠던 목표가 벌써 조금 어그러졌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말자. 365일이라는 긴 시간 속에서 우리가 보낸 30일은 극히 일부일 뿐이다. 그러니 아직은 멈출 때가 아니다. 이미 글렀다, 는 생각은 버리자. 우리에겐 아직 부활할 수 있는 목숨이 몇 개든 남아 있으니까. 우리는 눈 한 번 질끈 감고 다시 시작하기만 하면 된다.
혹시 달력을 보면서 한숨을 쉬고 있는가? 아직 시작조차 하지 못한 목표를 보면서 압박감만 느끼고 있는가? 괜찮다. 아직 늦지 않았다. 2024년은 이제 막 시작됐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다시 시작한다면 얼마든지 무언가를 완성할 수 있다.
계획은 수립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새로이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맞는 계획을 차근차근 세우면서 작은 성취감을 느껴보자. 단, 주변 사람들에게 본인의 계획을 너무 많이 말하지는 않는 게 좋겠다. 앞서 말했듯이 계획은 세우는 것부터 이미 성취감을 주기 때문에, 그걸 타인에게 말해주면서 목표에 대한 성취감이 허투루 쌓인다면 실천을 게을리 할 수도 있으니.
본디 구정 이후가 진짜 신년 시작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니 아직 우리에겐 한 번의 기회가 더 남은 셈이다. 그리고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필자가 여러분의 옆에서 넘어지면서도 끝까지 다시 일어나 함께 달리도록 하겠다. 그러니 포기하지 말고 다시 한번 외치자.
중요한 건 꺾였는데도 그냥 하는 마음!
*1월 1일부터 착실하게 모든 계획을 지켜 오신 분이 있다면, 스스로 박수를 쳐준 후 앞으로도 그렇게 하시면 됩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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